Both Directions At Once : The Lost Album – John Coltrane (Impulse! 2018)

1963년 3월 6일 그러니까 보컬 자니 하트만과 함께 한 앨범 <John Coltrane & Johnny Hartman>을 녹음하기 하루 전날 존 콜트레인은, 맥코이 타이너, 지미 개리슨, 엘빈 존스로 이루어진 자신의 쿼텟을 이끌고 루디 반 겔더 스튜디오에서 7곡을 녹음했다. 분량상으로는 앨범 한 장을 제막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장 그 녹음을 앨범으로 발매할 계획은 없었다. 녹음한 곡 중 두 곡은 아직 제목조처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현장을 지휘했던 임펄스 레이블의 제작자 밥 틸에게는 다음 날 있을 자니 하트만과의 녹음을 앨범으로 발매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였을까? 3월 6일의 녹음은 이후 임펄스 레이블의 창고에 방치된 채 빛을 보지 못했다. 녹음된 곡 중 “Vilia”한 곡만이 색소폰 연주자의 편집 앨범에 실려 공개될 기회를 얻었을 뿐이다. 나아가 이 녹음은 임펄스 레이블이 뉴욕에서 L.A로 이사하는 과정에서 분실되었다. 이번 앨범의 부제가“The Lost Album”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녹음이 55년이 지난 2018년에 발매될 수 있었을까? 보통 스튜디오에서 연주를 녹음하면 엔지니어들은 연주자들이 집에서 자신의 연주를 들어볼 수 있도록 별도의 복사본을 제공한다. 이 날의 녹음도 마찬가지였다. 복사본이 존 콜트레인에게 제공되었던 것이다. 색소폰 연주자는 복사본을 당시 그의 아내였던 나이마-존 콜트레인의 명곡 중 하나인 “Naima”의 바로 그 주인공이다-에게 맡겼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이 헤어지는 등 삶의 풍파를 겪으면서 그 존재가 잊혀졌다. 그랬던 것이 한참 시간이 흐른 2005년 경매 대상으로 등장하면서 재 발견되어 이렇게 앨범으로 발매될 수 있었다.

복사본이라고는 하지만 마스터 테이프와 음질은 큰 차이가 없다.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마스터 테이프는 스테레오인 반면 복사본은 모노라는 것이다.

1963년 3월 6일 루디 반 겔더 스튜디오에서 7곡을 녹음하면서 존 콜트레인은 어떤 곡을 앨범에 넣어야 할 지 정하지 않았다. 또한 같은 곡의 여러 녹음 중 어떤 것이 제일 좋은 지도 정하지 않았다. 집에서 듣고 정할 계획이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앨범으로 제작하기 위해서는 이를 결정할 사람이 필요했다. 이에 존 콜트레인의 아들인 색소폰 연주자 라비 콜트레인과 유니버설 뮤직의 편집 앨범이나 재발매 앨범 쪽 전문 제작자인 켄 드루커가 나서서 세심한 감상 끝에 7곡을 <Both Directions at Once>이란 타이틀로 묶었다.그렇게 공개된 앨범은 당시의 입장에서 보면 미래보다는 현재와 과거의 정리에 더 가까운 연주를 담고 있다. 라비 콜트레인과 켄 드루커가 이 앨범에 담긴 연주가 ‘사전점검’의 의미가 강하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리라. 새로운 출발에 앞서 전열을 재정비하는 느낌으로 이전에 잘 하던 연주를 확인했다고 할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 같은 음악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입장에서 보면 비상을 거듭하던 시절의 연주이기에 반갑고 그립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Impressions”가 대표적이다. 1961년무렵부터 공연을 통해 종종 연주해온 이 곡을 색소폰 연주자는 맥코이 타이너 없이 트리오 편성으로 연주 했다. 고온의 연주가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데 엘빈 존스의 현란한 드럼 연주까지 더해져 숨쉴 틈을 주지 않는다. 1961년도 앨범 <Live! at the Village Vanguard>의 요약이라 할만 하다.

“One Up, One Down”에서도 색소폰 연주자는 솔로의 초반부를 베이스와 피아노가 빠진 상태에서연주했다. 전속력으로 경사를 오르듯 뜨겁게 상승하는 그의 색소폰과 이에 경쟁하듯 강렬히 나아가는 엘빈 존스의 드럼이 만들어 내는 호흡이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2년 후 연주하게 될 “One Down, One Up”의 예고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Nature Boy”도 그렇다. 3분 30여초의 비교적 이 짧은 시간 동안 피아노가 빠진 상태에서 이어지는 긴장 가득한 색소폰 솔로는 1965년 앨범 <John Coltrane Quartet Plays>에서 펼칠 확장된 연주의 초안이라 할만하다.

한편 제목이 정해지지 않아 녹음 당시의 마스터 번호를 제목으로 실린 “11383”에서는 존 콜트레인의 색소폰 솔로만큼이나 지미 개리슨의 아르코 주법의 베이스 솔로가 인상적이다. 그리고“11386”은 간결하지만 귀에 잘 들어오는 테마와 소프라노 색소폰 솔로가 “My Favorite Things”를 회상하게 한다.

이들 곡들이 아틀란틱 레이블 시절부터 임펄스 레이블에서의 초기를 떠올린다면 넉넉한 움직임으로제목처럼 블루스에 충실한 “Slow Blues”는 그보다 더 오랜 프레스티지 레이블 시절을 연상시킨다.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The Merry Widow>에서 가져온 “Vilia”는 이보다 더하다. 존 콜트레인은 경쾌한 움직임 유려한 멜로디를 이어가며 초기 연주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여기에 한층 힘을 덜어낸 맥코이 타이너의 피아노 솔로는 빌 에반스의 느낌마저 자아낸다.

한편 이 앨범은 정규 앨범 형태의 앨범 외에 같은 곡들의 선택되지 못한 연주를 별도로 정리한 디럭스 버전으로 구성되었다. “Impressions”의 다른 세 연주와 “11386”의 다른 두 연주 그리고“Vilia”와 “One Up, One Down”의 다른 연주가 각 하나씩 수록되었다. 이 다른 연주들 또한 정규 앨범에 버금가는 만족을 준다.

“Impressions”의 첫 번째, 두 번째, 네 번째 연주는 큰 틀에서는 정규 앨범에 담긴 세 번째 연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흥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보일 뿐인데 이 연주는 색소폰 연주자가 스튜디오 연주인 만큼 곡의 완벽한 이상을 찾기 위해 많은 고심을 했음을 깨닫게 해준다. “One Up, One Down”과 “11386”도 정규 앨범에 담긴 연주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연주로 라비 콜트레인과 켄 드루커가 다른 연주를 선택한 이유를 생각해 보게 한다. 한편 “Vilia”는 정규 앨범에 담긴 테너 색소폰 연주와 달리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연주해 흥미롭다. 여기서는 악기의 변화를 통해 어떤 질감이 더 좋을지 고민했음을 유추하게 한다. .

이 디럭스 버전은 남아 있는 녹음 모두를 공개하기 위해 기획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나는 잠재적인 정규 앨범의 가능성을 감상자로 하여금 생각해 보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 라비 콜트레인과 켄 드루커가 7곡을 선택해 정규 앨범을 만들긴 했지만 그것이 과연 존 콜트레인, 적어도 당시의 제작자 밥 틸의 의도와 일치하는 지는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 아예 정규 앨범이 되지 못하고 몇 곡만 선택되어 다른 시기의 녹음들과 함께 또 다른 앨범으로 제작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앨범을 듣는 우리는 수동적으로 정규 앨범으로 정리된 7곡을 듣는 것에서 나아가 디럭스 앨범에 포함된 곡들을 포함해 폭 넓게 감상해볼 필요가 있다. 감상자 스스로 존 콜트레인이나 제작자의 입장에서 감상해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규 앨범에 담긴 “Impressions”의 세 번째 연주 대신 그 보다 조금은 짧게 연주된, 그럼에도 템포가 미세하게 이완된 두 번째 연주를 포함해 감상해 본다거나 정규 앨범에서 테너 색소폰으로 연주된 “Vilia” 대신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연주된 버전을 넣어보는 식으로 자신만의 정규 앨범을 구성해 보는 것이다. 나아가 곡들의 순서까지 바꾸어 나만의 정규 앨범을 구성해 본다면 훨씬 더 재미 있는 감상이 될 것이다.

이 앨범을 녹음한 다음 날 존 콜트레인은 자니 하트만과 함께 <John Coltrane & Johnny Hartman>을 녹음했다. 유일하게 보컬과 함께 한 앨범으로 존 콜트레인의 부드럽고 낭만적인 매력을 담뿍 담은 이 앨범은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 앨범 외에도 존 콜트레인은 <Duke Ellington & John Coltrane>, <Ballads>을 1963년에 발매했는데 이들 앨범 또한 달콤한 연주로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실 이들 앨범은 연주가 훌륭하기는 했지만 존 콜트레인의 음악이력에 있어서 다소 의외적인 것이었다. 진보적인 스타일의 연주를 펼치다가 달달한 연주로 선회했으니 말이다. 여기에는 막 출발한 임펄스 레이블을 성공시키기 위한 제작자 밥 틸의 의도가 큰 영향을 끼쳤다.

아무튼 석 장의 발라드 성향의 앨범은 존 콜트레인의 1963년을 예외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런 중 뒤늦게 발매된 이 앨범은 그가 달콤한 시절에도 계속 자신의 뜨거운 열기를 보존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두 장의 스튜디오 앨범, 그러니까 1962년의 <Coltrane>과 1964년의 <Crescent>를 음악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래는 존 콜트레인이 동료 색소폰 연주자 웨인 쇼터에게 마치 곡의 중간부터 시작하는 듯한 연주를 이야기하며 사용한 표현을 가져왔다는 앨범 타이틀은 공백처럼 남아 있던 존 콜트레인의 열정적 연주를 이제서야 연결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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