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el – Charles Lloyd (Blue Note 2022)

세 개의 트리오 편성 중 첫 번째 결과물인 예배당 트리오 공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흔히 쓰는 말이지만 나이와 상관 없는, 그러니까 여전히 젊은 정신으로 삶을 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새로움보다는 현재의 안위에 순응하는 삶을 사는 조로(早老)한 청춘이 더 많은 것 같다.

색소폰 연주자 찰스 로이드는 만 84세의 나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다. 앨범마다 이전과는 다른 무엇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다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꾸준히 말이다. 그렇다고 세상을 바꾸려는 듯 급격한 변화를 도모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새로운 시도들은 지난 시간에 대한 강한 애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우면서도 이질감 없이 편안하게 다가오는가 보다.

그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때면 편성이나 멤버의 변화로 해결하곤 했다. 만남이 주는, 연주자들 사이, 악기들 사이에 자연스레 형성된 무엇을 흡수하려 한다고 할까? 이번에 발매된 앨범 <Chapel>도 편성의 변화를 통한 새로움을 담고 있다.

이 앨범을 위해 그는 기타 연주자 빌 프리셀과 베이스 연주자 토마스 모건과 트리오를 이루었다. 알려졌다시피 빌 프리셀은 ECM을 떠나 블루 노트 레이블로 다시 돌아온 이후 색소폰 연주자의 음악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연주자이다. 기타 연주자의 음악적 색을 받아들이면서 그의 음악은 자유로우면서도 목가적인 질감을 획득할 수 있었다. 여기에 토마스 모건의 합류는 이 베이스 연주자가 최근 빌 프리셀과 친밀한 활동을 펼쳤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찰스 로이드가 색소폰-기타-베이스 편성을 결정한 것은 앨범을 미국 텍사스, 샌 안토니오의 사우스웨스트 예술 학교에 있는 코츠 예배당(Coates Chapel)에서 녹음하게 된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 예배당은 공연장으로도 사용되고 있다지만 공간 특성상 타악기가 연주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코츠 예배당 공연을 의뢰 받았을 때 색소폰 연주자는 드럼이 없는 밴드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빌 프리셀-토마스 모건 듀오의 최근 앨범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앨범은 색소폰 연주자의 자작곡 3곡과 빌리 스트레이혼의 “Blood Count”와 쿠바 출신 싱어송라이터 볼라 드 니에베의 “Ay Amor”를 담고 있다. 모두 색소폰 연주자의 이전 앨범에서 다른 편성으로 연주되었던 곡들이다. 그것이 연주를 익숙하게 하고 과거와 비교하게 한다. 하지만 무엇이 낫다, 더 발전되었다는 식의 비교 평가가 아니라 다른 편성이 주는 신선함,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색소폰 연주자의 매력 등 차이에 주목하게 한다. 지난 해 발매된 앨범 <Tone Poem>에 담긴 “Ay Amor”조차 유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같은 곡을 연달아 연주해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아마도 대부분의 감상자들은 이 예배당 공연을 위해 색소폰 연주자가 타악기 없는 트리오 편성을 선택한 것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예배당의 경건하고 고요한 공간감에 걸맞은 차분하고 평화로운 연주니 말이다. 매끄러운 톤 속에 애잔한 동경의 정서를 머금곤 했던 색소폰은 비상의 느낌이 더 강하고 우주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던 기타는 침묵을 부드럽게 흡수하며 연기처럼 공간을 유영한다. 여기에 베이스는 두 부유하는 악기를 지상에 붙잡으려는 듯 공간의 기저에서 묵묵히 자기 소리를 낸다. 여기에 감흥에 따라 테마를 확장하고 멤버와 호흡을 맞추며 나아가는 트리오의 어울림은 연주의 합 이상을 넘어서는 정서적 울림을 발산한다. 아마도 이 앨범이 녹음된 2018년 12월 8일 코츠 예배당에서 직접 공연을 본 사람들은 종교적인 것과는 다른 결의 경건함, 평안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편 앨범 커버에 “Trio”가 아닌 “Trios”라 적혀 있는 이유를 궁금해 하는 감상자가 있을 것 같다. 이 리뷰의 시작에 노장의 새로운 시도를 이야기 했던 것도 이 “Trios” 때문이었다. 이 앨범을 포함해 찰스 로이드는 석 장의 트리오 앨범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 첫 번째가 이번 채플 트리오의 앨범이고 이어 기타 연주자 앤서니 윌슨, 피아노 연주자 제럴드 클레이튼과 함께 한 바다(Ocean) 트리오, 기타 연주자 줄리안 라지, 타악기 연주자 자키르 후세인과 함께 한 성유(聖諭, Sacred Thread) 트리오의 앨범이 발매될 것이라 한다. 모두 흥미로운 편성이기에 음악을 상상하게 하고 빨리 확인하고 싶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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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트리오 편성 중 첫 번째 결과물인 예배당 트리오 공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흔히 쓰는 말이지만 나이와 상관 없는, 그러니까 여전히 젊은 정신으로 삶을 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새로움보다는 현재의 안위에 순응하는 삶을 사는 조로(早老)한 청춘이 더 많은 것 같다. 색소폰 연주자 찰스 로이드는...Chapel - Charles Lloyd (Blue Note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