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로이드는 현재 실력에 걸맞은 거장의 대우를 받고 있지만 그의 현재 명성은 1990년대 ECM 레이블에서 활동하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이후 색소폰 연주자는 블루 노트 레이블로 자리를 옮긴 현재까지 뛰어난 연주와 음악적 상상력 그리고 완벽한 밴드 리딩이 어우러진 앨범을 발표하면서 큰 인기를 이어왔다.
사실 그는 이미 1960년대에 정상의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그 인기는 1970,80년대에 은퇴에 가까운 공백기를 맞으며 이어지지 못했다. 그것이 다른 거장들과 그를 다르게 했다. 엄밀히 따지면 1960년대 그의 인기는 1966년부터 1968년까지 피아노 연주자 키스 자렛, 드럼 연주자 잭 드조넷 그리고 베이스 연주자 세실 맥비 혹은 론 맥클루어와 함께 쿼텟을 이루어 활동했던 3년에 지나지 않았다.
3년간 활동하며 찰스 로이드 쿼텟은 8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기간에 비하면 적지 않은 수의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음악적인 뛰어남과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부족하기도 하다.
그런 중 지난 2019년 쿼텟의 1967년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공연을 담은 이번 앨범의 발매는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었다. 공연은 1967년 6월 18일에 이루어졌다. 당시 쿼텟은 유럽 투어 이후 그룹을 떠난 세실 맥비를 대신해 론 맥클루어가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었다. 이 베이스 연주자는 스티브 쿤의 추천으로 같은 해 1월 샌프란시스코의 필모어 오디토리엄 공연을 비롯한 웨스트 코스트 투어부터 그룹과 함께 했다.
두 장의 CD에 담긴 이 날의 공연에서 쿼텟은 약 100분에 걸쳐 키스 자렛이 작곡한 “Days And Nights Waiting”, 쿼텟 결성 이전 함께 했던 기타 연주자 가보르 스자보가 쓴 “Lady Garbor”과 자작곡 4곡을 연주했다. 이 6곡을 통해 찰스 로이드는 당시 그가 얻었던 록 스타에 버금가는 인기에 걸맞은 매혹적인 연주를 보여주었다. 또한 “Sweet Georgia Bright”, “Forest Flower” 등 약 30분여에 이르는 긴 연주를 통해 멤버 개개인이 자신을 유감 없이 드러낼 수 있게 하는 등 그룹의 리더로서도 여유로운 자세를 보여주었다. 특히 당시 만 20세에 지나지 않았던, 아직 리더 앨범을 발표하기 전-공연 한 달 전에 앨범 녹음을 하긴 했다-이었던 키스 자렛이라는 신예 피아노 연주자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해주었다. 녹음된 지 5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들어보면 피아노 연주자는 이 때 이미 1980년대 이후 펼칠 스탠더드 트리오의 단초를 제시하지 않았나 싶다.
한편 이 앨범은 지금 찰스 로이드의 음악적 정수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이 시기에 이미 완성된 모습으로 제시되었음을 새삼 확인하게 해준다. 당장 올 해 발매된 <8: Kindred Spirits (Live from the Lobero)>을 들어보라. 상승과 하강, 절규와 명상을 오가는 감동의 연주 뒤로 1960년대의 익숙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앨범을 듣는 것은 과거 시절의 회상이 아니라 50년 이상 지속된 현재를 체험하는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