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 Chick Corea Akoustic Band (Concord 2021)

언제나 청춘이었던 연주자의 유작 앨범

올 2월에 세상을 떠난 피아노 연주자 칙 코리아는 전방위적인 활동을 했다. 전통적인 스타일부터 매우 진보적인 스타일을 가로질렀고 클래식을 넘나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어쿠스틱 사운드를 넘어 일렉트릭 사운드를 추구하기도 했다. 이 다양한 음악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채로운 편성을 오갔으며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연주자와 함께 하기도 했다. 참으로 열정적인 활동이었다.

그만큼 한 페이지에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수 많은 앨범을 남겼다. 그런데 화려하디 화려한 그의 음악 이력을 정리하다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칙 코리아 어쿠스틱 밴드의 앨범이 지명도와 인기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1989년에 발매된 스튜디오 앨범 <Chick Corea Akoustic Band>과 라이브 앨범 <Summer Night: Live>(1987), <Alive>(1991), <Live from Blue Note Tokyo>(1996) 그리고 칙 코리아와 친구들의 합동 공연을 담은 앨범 <Rendezvouz In New York>(2003)에서 두 곡을 연주한 것이 전부다.

어쿠스틱 밴드는 칙 코리아와 20대 후반의 젊은 연주자의 조합이었음에도 당대 최고의 트리오의 하나라 해도 좋을 법한 탄탄한 연주를 선보였다. 만약 이 트리오가 조금 더 지속되었다면 그 평가는 더욱 높았을 것이다.

이 트리오가 그리 길지 않은 활동을 했던 것은 당시 칙 코리아의 활동이 일렉트릭 밴드에 집중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트리오를 구성한 존 패티투치(베이스), 데이브 웨클(드럼)이 당시 일렉트릭 밴드의 멤버이기도 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한다. 아무튼 상대적으로 어쿠스틱 밴드의 앨범이 적은 상황에서 칙 코리아의 첫 유작 앨범-세상을 떠나기 전 피아노 연주자는 이 앨범 발매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다-으로 이 트리오의 라이브 앨범이 발매되었다는 것은 무척 반갑고 흥분되는 일이다.

간단하게 <Live>라 명명된 이번 앨범은 2018년 1월 13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 위치한 SPC 뮤직홀에서 있었던 공연을 담고 있다. 어떤 이유로 오랜만에 세 연주자가 모여 공연을 했는지, 이전이나 이후에 또 다른 공연이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이 트리오가 시간을 건너 뛴 연주를 펼쳤다는 것이다. 트리오는 탁월한 기교와 밀도 높은 인터플레이가 어우러진 시원한 연주로 감상자를 숨 멎게 한다. 그 중 “Morning Sprite”, “On Green Dolphin Street”, “Humpty Dumpty”, “Summer Night” 등 트리오가 한창 활동 시절 즐겨 연주했던 곡들의 새로운 연주는 트리오의 지난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한편 세 연주자에게 수십 년의 공백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생각하게 한다. 마치 공연 직전 첫 앨범을 발표한 것만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그 밖에 “In A Sentimental Mood”를 비롯한 스탠더드 곡들과 “Rhumba Flamenco” 같은 라틴 색채 강한 칙 코리아의 곡들의 연주에서도 세 연주자는 전에 없는 활력과 즐거움으로 순간에 충실한 연주를 펼친다.

세 연주자는 공연 전 한 차례 리허설을 했다고 한다. 오랜만의 만남이니 당연한 일이었고 그랬기에 좋은 결과물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 결과는 한 차례의 리허설 수준을 뛰어넘는다. 칙 코리아는 시종일관 멜로디와 리듬을 동시에 생각해 리듬 감각 넘치는 멜로디, 멜로디 감각 넘치는 리듬으로 곡을 새로운 차원으로 비상하게 한다. 여기에 존 패티투치와 데이브 웨클 또한 주어진 솔로 시간 외에도 피아노에 유동적으로 반응하며 솔로 같은 반주로 곡을 역동적이고 입체적으로 만든다. 세 연주자가 보여주는 완벽한 삼각형 형태를 유지하면서 순간순간 다양한 방향으로 꿈틀거리는 연주는 피아노 트리오의 이상적인 모습이라 할만하다. 이런 연주는 굳이 정서적인 부분을 생각하기 전에 그 자체로 감상자를 황홀경으로 이끈다. 이것은 그만큼 세 연주자가 트리오의 기억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트리오의 연주는 일종의 스포츠 같다.

이런 앨범을 들으면 그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진다. 이번 앨범의 경우 칙 코리아가 세상을 떠나고 없기에 상실감마저 느끼게 한다. 어쩔 수 없는 법. 그저 이 트리오의 미공개 녹음이 더 발매되기를 바랄 뿐이다. 기왕이면 오랜 시간을 끌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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