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좋아하는 연주자의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것처럼 연주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자와 함께 연주를 펼치고 싶어한다. 덴마크의 피아노 연주자 토마스 클라우센의 경우 베이스 연주자 스티브 스왈로우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너머 함께 연주하고 싶어왔다고 한다. 다행히 스티브 스왈로우 또한 이 피아노 연주자가 게리 버튼과 함께 했던 앨범을 통해 그를 알고 있었다. 그 결과 2013년 가을 두 연주자의 앨범 녹음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표지에 담긴 새의 우아한 날갯짓처럼 두 연주자의 협연은 전반적으로 우아하다. 이것은 스티브 스왈로우가 전적으로 앨범의 분위기와 방향을 토마스 클라우센에게 일임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특히 ‘Nordic Ballad’같은 곡은 피아노 연주자의 서정적인 측면이 가장 잘 반영된 곡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베이스의 역할이 단지 피아노의 뒤에서 적당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것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베이스 기타로 기존의 베이스의 역할과 다른 영역을 개척한 스티브 스왈로우답게 사운드의 우아한 맛을 지속시키면서도 그 안에 적절한 그루브를 만들어 낸다. 토마스 클라우센이 노장 베이스 연주자와 함께 하기를 꿈꿨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번 앨범이 여러 모로 칼라 블레이와 스티브 스왈로우가 녹음한 일련의 듀오 앨범을 연상시킨다는 것, 나아가 이를 뛰어넘지는 못한다는 것은 살짝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향수를 자극하는 선에서 멈추었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