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라토 아스타케-프랑스에서는 Mulatu Astatqe로 알려져 있다-는 에디오피아의 재즈를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거론되는 인물이다. 작사, 작곡은 물론 피아노, 오르간, 비브라폰, 타악기 등을 연주하는 그는 수십 년간 소위 에디오-재즈에 매진했다고 한다. 한편 헬리오센트릭은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음악인 집단이다.
이 앨범의 타이틀을 보고 이전에 이들이 함께 한 앨범이 두 장 더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없다. 사실 이 앨범은 이 앨범을 제작한 Strut레이블의 시리즈 기획의 하나이다. 이 레이블은 상이한 음악, 상이한 역사를 지닌 연주자 혹은 그룹을 연결하여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것이 Inspiration Information 시리즈이다. 이 앨범은 그 가운데 세 번째에 해당한다.
앨범은 헬리오센트릭이 물라토 아스타케를 초대한 것처럼 이루어져 있다. 지금까지 물라토 아스타케가 발표한 곡들 가운데 대표 곡을 헬리오센트릭이 새로이 연주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물라토 아스타케는 이 만남에서 편곡에도 참여하며 새로운 의욕을 불태웠다. 그 결과 색다른 월드 퓨전 재즈가 만들어졌다. 이국적 신비에 원초적인 리듬이 결합된 음악. 그런데 나는 이러한 만남이 있을 때마다 어떤 중요한 것이 상실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유럽 혹은 미국 등의 선진국이 주도할 때 그렇다. 예를 들어 이 앨범은 물라토 아스타케가 에디오피아의 현실을 반영하여 만들었던 시대적 음악을 유럽인에게 관광 욕구를 자극하는, 핵심적인 정서를 표면적인 욕망으로 대치한 음악으로 바꾸어버렸다는 느낌이다. 물론 보아하니 최근 물라토 아스타케가 이러한 종류의 세련된 사운드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왠지 나는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이 세련된 맛을 줄 수 허전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