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벤슨의 이번 앨범은 냇 킹 콜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경우는 보통 냇 킹 콜이 제시했던 피아노-기타-베이스로 이루어진 독특한 트리오 편성으로 앨범을 기대하게 된다. 게다가 조지 벤슨이 뛰어난 보컬이자 기타 연주자임을 생각하면 냇 킹 콜 트리오 편성으로 녹음해도 충분히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앨범은 브라스가 화려한 명멸을 하고 리듬 섹션이 경쾌하게 스윙 하는 42인조 빅 밴드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래서 처음 들으면 ‘Mona Lisa’를 시작으로 ‘Unforgettable’, ‘Too Young’, ‘Route 66’, ‘When I Fall In Love’ 같은 냇 킹 콜의 주요 레퍼토리를 노래한 것 외에 냇 킹 콜과의 관련성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의문을 품게 한다. 감상자에 따라서는 헌정 앨범보다는 냇 킹 콜 송북 앨범이 아닐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냇 킹 콜의 레퍼토리를 조지 벤슨 스타일로 노래한 앨범 말이다.
하지만 이 앨범을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앨범의 첫 곡 ‘Mona Lisa’가 그 좋은 예이다. 1분 가량 되는 이 곡은 조지 벤슨의 8세 때 부른 버전이다. 이 곡은 조지 벤슨이 어린 시절부터 냇 킹 콜을 좋아했으며 나아가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럼에도 냇 킹 콜에 가까운 사운드보다 빅 밴드 사운드를 선택한 것은 존경하는 선배의 다른 면을 더 부각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사실 냇 킹 콜은 언급한 대로 기타, 베이스와 함께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편성에서 빛을 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스윙 시대를 살며 빅 밴드와 함께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번 앨범의 오케스트라 편곡을 넬슨 리들에게 맞긴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명 편곡자이자 지휘자는 냇 킹 콜의 빅 밴드 앨범을 함께 했었다.
나아가 조지 벤슨은 이 앨범을 통해 냇 킹 콜의 영향이 현재에 지속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윈튼 마샬리스, 틸 브뢰너 같은 트럼펫 연주자와 인디나 멘젤, 주디트 힐 같은 보컬이 게스트로 참여한 것은 앨범을 화려한 쇼처럼 보이게 한다. 실제 조지 벤슨은 앨범 녹음 전에 약 4년간 냇 킹 콜을 주제로 이러한 편성의 공연을 해왔다고 한다. 즉, 냇 킹 콜이 현재 생존한다면 그 매력이 이런 식으로 표현되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앨범 타이틀이 ‘영감’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아무래도 좋다. 사실 이 앨범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평소 일렉트릭 사운드가 전면에 나선 퓨전/스무드 재즈 사운드를 주로 선보여왔던 조지 벤슨이 빅 밴드와 협연했다는 사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