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렘브란트 프레릭스의 새로운 트리오 앨범이다. 그는 미국의 재즈 어법을 수용하고 여기에 유럽의 음악적 자양분을 결합하는 한편 아랍, 인도 음악까지 관심을 확장해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개성을 만들어오고 있다. 그의 두 번째 트리오 앨범이자 네 번째 리더 앨범인 이번 앨범도 그렇다.
이 앨범에서 트리오는 포스트 밥 트리오의 외양을 하고 있다. 렘브란트 프레릭스의 피아노가 꼭지점에 위치하긴 하지만 피치카토와 아르코 주법을 오가는 토니 오버워터의 베이스와 평범하지 않은 리듬을 자유로이 구사하는 빈센트 플란예의 드럼 또한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오래 전 빌 에반스가 구축했던 이상적 삼각형,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역동적인 삼각형의 형태를 유지한다. (이에 대한 영감을 몬드리안의 그림에서 얻었다고 하는데 사실 정확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피아노 외에 하모니엄-그것도 독일제와 인도제 두 종류-를 간간히 활용하고 고대 페르시아의 민속곡을 근간으로 한 ‘Chahar-Pareh’ 이나 이색적 리듬의 사용에서 만들어 낸 아랍적인 색채감 등은 이 트리오를 평범한 것으로 보지 않게 한다.
그런데 이것은 어기까지 방식의 문제일 뿐. 이 트리오의 개성은 이러한 색다른 요인, 질감을 통해 그 안에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데 있다. ‘Hedashr’, ‘Stav’, 타이틀 곡 등에서의 멜로디에만 의존하지 않는 극적인 서정, ‘Silberschimitt’에서의 숨가쁜 질주감 등이 평범한 듯하면서도 참신하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