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철학에 미치다 – 장우석 (숨비소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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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머리가 복잡하면 수학 문제를 구해 풀곤 한다. 오로지 순수한 수의 체계로 이루어진 수학 속에 빠져 있다 보면 나름 정신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서에 있어 과학에 관심을 두고 몇 권의 책을 읽기는 했지만 수학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못했다. 그 와중에 마침 이 책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게 있어서는 그냥 쉬엄쉬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개론서 이상이 아니었다. 이것보다 조금 더 깊게 수학을 파곤 책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은 수학과 철학과의 관계, 그러니까 어떻게 수학이 철학의 영향을 받고 또 반대로 철학에 영향을 끼치며 발전해 왔는지를 말한다. 이런 서술의 장점은 막연하게 수학을 숫자 놀음으로 이해했던, 그래서 왜 산수 이상의 수학이 필요한지 궁금해했던 사람들에게 다양한 수학의 공식들이 현실, 혹은 현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이해시킨다. 예를 들면 라이프니츠가 발견한 미분은 그의 충족이유율, 나아가 모나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철학의 역사와 수학의 역사를 병행시키다 보니 결국 중요한 것은 철학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실제 ‘잡설’이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후기 비슷하게 쓴 글에서도 한국 교육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의 고양, 즉 철학적 사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 철학과 수학을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함수, 미,적분 외에 구체적인 수학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아 다소 아쉽다. 조금 분량을 늘이더라도 현대 수학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특히 힐베르트에 관한 이야기가 무지 궁금했는데 그다지 자세하게 서술되지 않아 아쉽다. 여기에 유클리드의 기하학적 공간 외에 로바체프스키 등의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결국 나의 이러한 아쉬움은 이 책이 불완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고교생 같은 보다 폭 넓은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철학에 대한 서술이 많은 것을 보면 또 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보다 조금은 더 깊은 수학 관련 책을 구하는 것이 아쉬움을 해결하는 방법이겠다.

6 COMMENTS

  1. 음..아무래도 오랫동안 고등학생을 가르치시면서 나온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글이여서, 모든 부분을 다루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남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지난 학기 수업때 과학철학에 대해 조금 다룬 적이 있었는데, 흥미롭더라고요. 학부는 화학전공이라 그때 분자구조식 외운다고 정말 머리를 쥐어 뜯은 기억이 새록새록..ㅋ 물리, 화학, 생물 등 순수학문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에게 과학철학이 전공필수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도 해보고요.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수학 역시 특정 사고체계이며, 그러한 사고체계를 구성하는데 철학의 영향은 핵심적인 것 같습니다. 수학전공하려는 대학신입생들이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 과학철학 관련된 책들은 많습니다. 아주 재미를 느끼게 하는…잘 몰라도 막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받아들인 듯한 느낌을 주는 책들이요. ㅎ 이 책은 수학과 철학의 상관성을 개괄하는 정도면 좋게 읽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ㅎ 대학원생이시군요? ㅎ

    • 네^^ 서른이 훨씬 넘어 공부의 맛(?)을 들인 늦깍이 대학원생입니다.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받아들인 듯한 느낌’은 제가 이해하기엔 ‘호기심을 자극해주는 것’과도 연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통찰력을 주는 책은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도 해주고요.

      낯선청춘님이 소개해주신 책들 보면 제목부터 뭔가 끌림이 있는 책들이 많은 것 같아요. 방학때 한번 차근차근 읽어볼까 합니다.^^

    • 근 몇 년은 책을 잘 읽지 못하고 있네요. 일년에 열권? 내년부터는 다시 시작하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호기심에 의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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