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 Metheny의 앨범 발매는 현재 Keith Jarrett의 새 앨범 발매에 견줄만한 이벤트적인 성격을 띈다. 그중 Pat Metheny Group의 앨범 발매는 팻 메스니 개인이나 트리오의 앨범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나 이번 앨범은 5년여만에 발매되는 것이기에 지난해 새로운 멤버들로 구성된 PMG가 녹음에 들어갔을 때부터 큰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이런 PMG의 인기는 팻 메스니 개인을 넘어서는 그룹만의 독특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그 매력은 바로 여정으로 귀결되는 상상력이 풍부한 음악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명확한 인기의 요인은 한편으로는 곡을 만들고 연주하는 그룹에게는 일종의 제약으로 작용함을 부인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많은 애호가들이 이 PMG만의 색이 다른 쪽으로 흐르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전 앨범 Imaginary Day(WEA 1997)의 경우 새로운 시도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멋진 앨범이었음에도 한편으로는 이전 PMG만의 맛이 많이 사라져서 아쉽다는 상반된 견해가 있기도 했다. 필자 역시 음악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무엇인가 아쉬운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PMG 사운드에 대한 향수랄까? 아무튼 그런 이유로 오랜 시간 후 발매되는 이번 앨범을 내심 기다렸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은 어떨까? 일단 곡들을 보면 아주 단순한 동기에서 출발해서 중간 중간에 터닝 포인트를 두고 새로운 단계로 도약을 거듭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식의 전개의 틀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점이 발견되는데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이전까지 기보된 부분과 즉흥으로 연주되는 부분의 경계가 아주 모호했었던 것과 달리 이 둘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PMG의 연주와 그 사운드를 보면 각 멤버들이 미리 설정된 방향으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동시에 전진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솔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드러나기 보다는 전체 사운드 내에 종속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솔로 연주를 살짝 위로 부상시킨다. 그렇다고 단순히 곡의 구조를 완벽한 즉흥 연주를 위해 열어놓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연주자들은 어느 때보다 일체를 형성하며 빈틈없는 연주를 펼치며 곡을 지탱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 탄탄함 위에 솔로 연주가 드러나기 때문인지 솔로를 펼치는 메스니와 메이스는 의외로 대담함을 보이기도 한다. 두 번 째 곡 Proof가 그 예일 것이다. 이 곡에서 두 연주자는 하드 밥의 이디엄에 기초한 솔로를 펼친다. 하드 밥을 연주하는 메스니를 상상하는 것이 그리 낯선 것은 아니지만 PMG 사운드 내에서 이런 솔로를 만난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PMG만의 색깔은 전혀 침해를 받지 않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Richard Bona, Cuong Vu, Antonio Sanchez등의 새로운 멤버들의 참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새로운 멤버가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변화를 가져온다. 메스니 스스로도 새로운 멤버들의 성향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메스니가 세 명의 멤버를 수용하는 방식은 그들의 스타일을 전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PMG의 음악적 성향과 부합되는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들이 오히려 메스니, 메이스 그리고 베이스의 Steve Rodby같은 기존 멤버들보다 PMG만의 색깔을 유지하는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드럼을 연주하는 안토니오 산체스를 제외한 두 명의 멤버는 자신들의 악기 연주보다는 메스니가 요구한 다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리차드 보나와 콩부는 각각 베이스와 트럼펫이 주악기이지만 이 앨범에서는 보컬로 주로 등장한다. 이런 의외의 기용은 물론 연주자의 숨겨진 능력을 간파하고 이를 적극 자신의 음악적 방향위에 올려 놓을 줄 아는 메스니의 탁월한 선견 때문이지만 이 두 멤버가 오래 전부터 PMG의 음악에 관심을 갖고 멤버로 활동하고 싶어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이런 헌신 때문인지 메스니도 편곡에 있어 보컬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다 늘였다. 이들의 보컬은 이 앨범의 전체 분위기를 결정하는 제일 첫 번째 요인이다. 특히나 리차드 보나의 보컬을 주목하기 바란다. 이미 그의 앨범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등장시켰지만 이 앨범에서 그의 목소리는 이전 PMG의 보컬보다도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면서 감상자를 음악을 벗어나 새로운 2차적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과연 그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 앨범이 멋지게 완성되었을까 생각할 정도로 이 앨범에서 그의 목소리는 전체를 규정한다. 예로 5번째 곡 You를 들어보기 바란다. 깊은 곳에서 서서히 위로 상승하는 분위기를 메이스의 멜로딕한 솔로와 함께 만들어내고 있는데 감상하다 보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아련한 감상이 가슴속에 피어오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드럼의 안토니오 산체스의 경우 이 앨범의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기존 PMG의 모습과 이질감을 형성하지 않고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은 한다고 말하고 싶다. 매우 다양한 리듬을 곡의 변화에 맞게 설정하고 있는데 그 탄탄함과 다채로운 뉘앙스는 왜 메스니가 그를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콩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사실 필자가 가졌던 이 앨범에 대한 기대 중의 하나는 과연 콩부의 트럼펫이 솔로악기로서 PMG의 음악에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색을 부여하겠는 가였다. 메스니 역시 음악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그의 트럼펫에 반했다고 밝혔기에 이런 기대는 더 했다. 그러나 보컬이 아닌 트럼펫 주자로서 콩부의 역할은 그다지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두 곡 정도에서 그의 트럼펫 솔로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데 PMG사운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연주임은 분명하지만 메스니의 신스 기타의 확장으로서의 역할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룹 안에서 리차드 보나와 안토니오 산체스의 기여가 확연히 드러난다면 콩부의 존재는 잉여의 인상이 강하다. 이점이 아쉽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은 선택에 대한 것일 뿐 음악에 대한 것은 아니다.
정리하면 이번 앨범은 PMG만의 정체성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점진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이 공존한다. 그래서 이번 앨범을 예의 PMG 사운드의 반복이 아닌 PMG사운드는 이렇게 진행하고 있다는 순간의 자기 증명(Speaking Of Now!)이기도 하다. 이 앨범을 기대하고 있던 많은 애호가들의 주 관심사는 새로운 변화 속에서도 기대하고 있던 PMG만의 음악 이미지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가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도 감동을 받을 수 있는가가 제일 궁금할 것이다. 이 의문에 필자는 과감히 그렇다고 답한다. 분명 새로운 앨범이면서도 Offramp(ECM 1982)와 First Circle(ECM 1984)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상적 징표들을 이 앨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PMG음악의 진수다.
개인적으로 최근 메스니의 행보에 대해서 필자는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만의 신선한 음악에 대한 갈망이었다고 할까? 그러나 이번 앨범으로 그런 아쉬움을 일시에 해소하게 되었음을 시인한다. 오랜만에 나와서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로도 이번 앨범은 분명 올해의 주요앨범의 하나가 될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