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ian Bossa Nova – Marchio Bossa (Kang & Music 2008)

겨울에 크리스마스 캐롤를 찾듯이 매년 여름이 오면 많은 감상자들은 여름을 함께 할 앨범을 찾곤 한다. 그리고 음반사 역시 이에 맞는 앨범들을 선보이곤 한다. 그렇게 감상자들에 찾고 음반사들이 선보이는 여름용 앨범들 대부분은 주로 보사 노바계열의 브라질리언 사운드를 담고 있다. 이것은 브라질의 이국적인 느낌의 지리적 특성과 따스함과 시원함이 공존하는 보사노바 특유의 질감 때문이리라. 물론 그럼에도 매년 여름 보사노바 앨범만 듣는다는 것은 좀 심하지 않을까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보사노바는 그다지 질리지 않는다.

그 결과 올 여름에도 여러 보사노바 앨범들이 여름 시장을 겨냥해 우리에게 선보였다. 그런데 그 가운데 보사노바 그룹 마르끼오 보사의 앨범 <Italian Ballad>가 눈에 띈다. 마르끼오 보사는 여성 보컬 프란체스코 레오네와 음악적 중심을 이루는 피아노 연주자 피포 롬바르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탈리아 출신의 보사노바 전문 그룹이다. 지금까지 이들은 총 넉 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보컬-피아노-기타-베이스-드럼으로 이루어진 편성 외에 필요에 따라 다양한 연주자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앨범을 제작해 왔다. 이번에 우리에게 선보이는 <Italian Bossa Nova>는 바로 마르끼오 보사가 그동안 발표했던 넉 장의 앨범 가운데서 최상의 트랙을 엄선하여 정리한 베스트 형식의 앨범이다.

그런데 마르끼오 보사의 음악은 기존 보사노바 음악과는 사운드의 질감이 다소 다르다. 이것은 무엇보다 이 그룹이 이탈리아 출신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보사노바의 전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라질적인 느낌을 따르기보다 이탈리아적인 맛이 강한 사운드, 그리고 보다 현대적으로 변용된 사운드를 추구한다. 이것은 먼저 이들이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으로 대표되는 보사노바의 스탠더드 곡들을 노래하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드러난다. 대신 이들은 피포 롬바르도가 직접 작곡한 곡들을 노래한다. 어디 그뿐인가? 그 자작곡들의 가사 또한 포르투갈어가 아니라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다. 또한 이들은 일반 팝이나 재즈의 명곡들을 보사노바로 노래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이번 베스트 앨범만해도 재즈 스탠더드 곡 ‘Moon River’, Earth Wind & Fire의 팝 히트 곡 ‘That’s The Way Of The World’같은 곡을 담고 있다. (이 곡들은 영어로 노래되었다.)

결국 마르끼오 보사의 보사노바는 브라질의 보사노바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자연적 여백이 강조된 보사노바와 달리 보다 도시적이고 팝적인 성향이 강한 보사노바라 할 수 있겠다. 그 동안 마르끼오 보사가 발표한 앨범들의 타이틀이 ‘Lounge’, ‘Party’, ‘Colorando 채색’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를 말해준다. 그래서 마르끼오 보사의 보사노바는 부드러움, 편안함보다는 경쾌함, 흥겨움의 정서가 더욱 더 강하다. 인적 드문 바닷가에서 한가하게 여름 휴가를 즐기는 풍경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고 축제를 즐기는 왁자지껄한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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