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연주자 맷 윌슨의 이번 앨범은 드럼이 리드하는 편성의 음악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사실 드럼 솔로는 어떠한 편성에서건 일종의 브레이크적인 면을 띈다. 그러나 맷 윌슨의 경우는 다르다. 이 앨범에서 맷 윌슨은 자신의 연주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내면서도 결코 드럼 솔로가 곡의 흐름을 중단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드럼은 다른 연주자와 소통하면서 음악적 의미를 생산해 낸다. 특히나 이것은 피아노가 없는 편성이기에 그 효과가 더 극대화 되고 있다. 이는 색소폰과 트럼펫 대신 두 대의 색소폰이 배치되었지만 편성과 연주의 진행에 있어서 오넷 콜맨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앨범의 첫 곡 “Thank You Billy Higgins!”같은 곡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맷 윌슨이 오넷 콜맨을 재현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장점은 연주와 작곡에 있어서 풍부한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것인데 이 상상력을 토대로 그는 색다른 멀티 문화적인 면이 살아있으면서 집단 연주적인 성격이 강한 음악을 만들어 낸다. 한마디로 진보적이면서도 포스트 밥적인 음악들인데 사실 블루스라는 틀에서 벗어나면서 밥을 유지한다면 이러한 형태가 나오는 것이 가장 개연성 있는 결과가 아닐까? 아무튼 드럼 연주자의 리더 앨범으로서 역동적이면서도 동시에 상상력으로 충만된 모범적이고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Humidity – Matt Wilson Quartet (Palmetto 2003)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