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타이틀이나 앨범 표지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앨범은 트리오 앨범이다. 하지만 기타-베이스-드럼으로 이루어진 이 트리오는 흔히 생각하듯 각각의 연주자의 솔로 순차적으로 전개되며 연주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전형적인 트리오의 틀을 벗어난다. 물론 앨범에는 세 연주자의 뛰어난 인터플레이가 담겨 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세 연주자는 유기적인 하나됨 보다는 각각이 지닌 다른 층위의 사운드를 그대로 병치함으로써 일종의 대비효과를 강조하는 쪽으로 사운드를 이끈다. 실제 클래식 기타로 차분하며 서정적인 멜로디를 이어나가는 에르마노 마리아 시뇨렐리-그는 일견 랄프 타우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의 기타를 중심으로 정적 가운데 끊임없이 요동치는 렐리 바비에리의 드럼 그리고 이 두 연주자 사이를 오가는 아레스 타볼라지의 신중한 베이스 연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렇게 상이한 차원에 각 연주자가 머무름에도 사운드는 공통의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앨범의 또 다른 매력이다. 따라서 차분하면서도 동적인 느낌을 앨범에서 받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역설의 결과다.
3 – Signorelli, Tavolazzi, Barbieri (Blue Serg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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