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k Tracy – Warren Beaty (Touchstone 1990)

d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배우 워렌 비티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사실 나는 이렇게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2D 애니메이션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나는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시리즈에도 그리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딕 트레이시>를 본 것은 역시 재즈 때문이었다.

역시 영화는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 전형적인 영웅과 비정상적인 악당 캐릭터들이 충돌하는데 거기엔 커다란 액션이 없다. 오히려 만화의 긴 시간을 압축했기 때문인지 뮤지컬 같은 분위기가 지배한다. 그러나 다른 만화원작 영화들에 비해 이 영화는 비교적 만화적인 느낌을 잘 반영하려 한 것 같다. 특히 색감이 그렇다. 원색 중심의 원작을 반영하여 영화 속 현실은 6개 정도의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만화 화면에 배우를 합성시켜 만든 것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살펴보니 딕 트레이시를 비롯한 선한 쪽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특수 분장을 사용해 만화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악의 축 빅 보이다 알 파치노이고 멈블이 더스틴 호프먼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한편 영화엔 마돈나가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요한 캐릭터인 클럽의 여가수 브리슬리스 마호니로 나온다. 역할에 맞춰 그녀는 특유의 퇴폐적인 섹시함을 드러내며 재즈를 노래한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썩 좋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성량이나 깊이가 부족한 느낌. 그래도 배역에 어울리는 외모와 자신감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 물론 그녀의 연기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던 것 같다. 당시 워렌 비티와의 염분이 있었기에 싼 가격에 낙하산식의 배역을 맡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후일담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마돈나 대신 먼저 후보에 올랐던 킴 베신저나 미셀 파이퍼가 연기했어도 그리 어울렸을 거라 생각되지 않는다.

영화의 기본 음악은 대니 엘프만이 담당했지만 마돈나가 부르는 노래 Sooner or Later를 비롯한 재즈적인 곡들은 뮤지컬과 영화 음악의 대가 스테판 손드하임이 만들었다. 그리고 이 곡들은 마돈나 외에 영화에서 88키로 등장하는 맨디 패틴킨, 맨하탄 트랜스퍼의 멤버들, 멜 토르메 등이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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