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fe In The Water – Roman Polanski (Zespol Filmowy “Kamera” 1962)

찰리 헤이든의 이번 새 앨범 <Sophisticated Ladies>에서 카산드라 윌슨이 노래한 ‘My Love & I’와 연주 곡 ‘Theme For Markham’을 듣다가 이 영화가 떠올랐다.

1962년에 제작된 이 영화는 로만 폴란스키의 첫 장편 영화다. 그래서인지 저 예산의 티가 많이 난다. 또 그렇다고 어설프지도 않다.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살리는 제작을 했을 뿐. 영화는 단 세 명의 인물-그 중 두 명은 이 영화가 처음이었다-이 나온다.  그리고 요트 한 대와 승용차 하나. 그것이 전부이다. 그러니 예산이 많이 필요 없을 듯. 그만큼 내용 또한 단순하다. 부자 부부-젊은 아내와 부자 남편은 서로를 그리 신뢰하는 것 같지는 않다-와 떠돌이 여행자 한 명이 우연히 만나 1박 2일의 요트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 좁은 공간-강은 넓지만-에서 일어나는 묘한 심리적 긴장이 영화의 서사를 구성한다. 이처럼 여행 중 일어난 하나의 우연적 사건과 그것의 열린 해결은 지금 생각하면 TV 문학관처럼 TV 단막극 정도로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영화는 감독에게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왜일까? 단순한 내용일 수록 그 아래 의미 층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영화는 서사만 보면 아주 단순하지만 관점에 따라 권력의 암투, 위선 등으로 보여질 수 있다. 시종일관 위계를 강조하고 그래서 처음 본 젊은 이에게 명령을 하는 부자 남자와 패배적인 듯하다가도 반항하는 가난한 젊은 떠돌이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심리전은 그래서 가슴 졸이게 한다. 혹시 젊은이가 가지고 있는 칼로 살인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와 함께 여자와 불륜적 관계를 나누지 않을까-결국 그리 된다-하는 상상도 자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내용이 재미있는 것은 그 긴장이 법의 등장 없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끝난다는 것이다. 그냥 한 부부가 요트 여행을 다녀온 것 정도로 끝나는 결말은 다시 한번 내적인 긴장에도 현실은 그냥 흘러감을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의 음악은 알려졌다시피 크리즈토프 코메다가 담당했다. 그러므로 나는 영화를 보면서 코메다의 사운드 트랙 앨범이나 토마추 스탄코의 앨범을 생각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나는 찰리 헤이든의 이번 새 앨범을 생각했다. 그것은 아무래도 어니 와츠의 색소폰 연주 때문이었다. 그의 연주가 영화 사운드트랙을 연주한 스웨덴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베른트 로젠그렌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사실 육지가 보이지 않는 넓은 강-그래서 바다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지만 디테일을 보면 강이 맞다- 위에 떠 있는 하얀 요트를 보면 재즈 색소폰보다는 스트링 오케스트라의 클래시컬한 연주가 더 어울릴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감독이 코메다의 재즈를 영화 음악으로 사용한 것은 1962년의 폴란드에서 재즈는 배척되어야 할 미국의 음악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공산주의 치하인 폴란드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음악이 재즈였던 만큼 재즈는 그 자체로 도발, 진보를 상징했던 것이다. 사실은 누아르적인 감성을 담은 무드 음악이었지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