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빌 에반스가 독창적 피아니즘으로 인기를 얻고 있을 무렵 그의 삶과 음악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던 짧은 TV 방송용 다큐멘터리를 수록한 DVD다. 피아노 연주자 스티브 알렌의 빌 에반스에 대한 심도 있는 소개와 빌 에반스와 그의 형 해리 에반스간의 대화와 실연이 교차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빌 에반스의 음악과 삶을 충실히 소묘하고 있다. 특히 해리의 해설과 함께 빌이 가벼운 멜로디를 제시하고 여기에 형식을 부여하고 보이싱을 입힌 후 리듬을 덧붙여 곡을 만들고 다시 이를 기반으로 즉흥 연주를 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면서 빌 에반스의 피아니즘을 설명하는 장면은 가슴을 떨리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재즈의 음악적 내용에 지식이 부족한 감상자라도 빌 에반스의 음악을 직접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해설과 대화가 많이 등장하는 내용상 한국어 자막은 어느 때보다 필수적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수입 DVD가 지닌 한계로 작용한다. 그러나 빌 에반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임에는 분명하다.
흑백 영상이기에 화질이 매우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청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으며 사운드 역시 당시의 방송용 녹음 치고는 양질의 스테레오 사운드를 들려준다. 사실 당시에는 이 화질과 사운드에서 감상자들이 빌 에반스의 피아니즘에 황홀해 했으니 복고적인 입장에서 감상한다면 오히려 느낌이 더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