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Rise – Gregory Porter (Blue Note 2020)

All Rise – Gregory Porter (Blue Not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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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포터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컬이다. 연주자들이나 제작자들도 그를 좋아해 그를 종종 게스트로 초대하곤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의 탁월한 노래실력 때문일 것이다. 바리톤의 중후함이 돋보이는 그의 노래는 그 자체로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여기에는 오랜 시간 클럽 활동을 하면서 획득한 음악적 유연성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의 노래는 재즈를 중심으로 소울, 블루스, 가스펠 등을 아우르는데 그것이 어색하지 않다. 여러 음악 스타일을 구분하는 대신 그냥 그레고리 포터라는 장르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런데 나는 노래 실력, 폭 넓은 음악적 포용력 이전에 진실성을 그의 인기 비결로 두고 싶다. 진심을 담았기에 기교 없이 중저음의 목소리로 담백하게 노래해도 매력적이었으며 여러 스타일을 오가도 그것이 어지럽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모든 보컬들은 노래할 때 어느 정도 연기자가 된다. 가사의 주인공이 되어 노래하려 한다. 그런데 그레고리 포터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듯 노래한다. 같은 위로의 노래라 하더라도 보통의 보컬 곡이 “힘내!”라고 말하는 것 같다면 그의 노래는 “우리 같이 힘내자!”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푸근한 느낌이 든다.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 <All Rise>는 그레고리 포터의 6번째 정규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푸근한 목소리로 우리의 삶에 긍정과 안정을 준다. 앨범 타이틀을 “All Rise”부터 이를 느끼게 한다. 우리 말로 “모두 일어서”라는 말은 사실 법정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판사가 입장하면 경위가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라고 구령한다. 이 말을 그레고리 포터는 판사처럼 특정한, 높은 신분의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말이라 주장한다. 서로를 존중한다면 알이다. 그리고 그 존중의 바탕에 사랑이 있다.

사랑을 세상에 중심에 놓는 그레고리 포터의 자세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스트링 섹션을 가세시켜 더욱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낸 발라드 곡 “If Love is Overrated”에 가장 잘 담겨 있다. 이 곡에서 그는 사랑이 과대평가된다면 자신은 기꺼이 그 사랑에 속겠다고 노래한다. 사랑이 끝나지 않는 꿈이라면 그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한다. 설령 그 꿈에서 깨어날 수 없을 지라도 그것을 운명적 현실이라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참. 숭고하고 철학적인 가사의 노래다.

사랑 중심의 생각은 사랑과 그것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믿는다고 노래한 “Faith In Love”, 마음을 조금 더 열면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Real Truth”에서도 드러난다. 그리고 “Thank You”를 통해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로 나아간다.

또한 이 감사는 “Dad Gone Thing”을 통해 긍정과 포용의 정서로 이어진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는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래서 냇 킹 콜의 노래에서 아버지의 느낌을 찾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곡에서 그는 늘 부재 중이었던 아버지를 탓하는 대신 이렇게 노래할 수 있는 재능을 물려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부모를 이해하게 된다지만 이러한 긍정은 그래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세상의 부조리에 비판적 시선을 담은 곡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곡에서도 그는 역설적인 어법을 사용했다. 세상이 큰 실망을 주더라도 또 다른 날개로 날아오르겠다고 노래한 블루스로 충만한 곡 “Long List Of Troubles”이나 어린 시절 백인 여자 아이를 좋아했지만 흑인이란 이유로 혐오를 받았던 경험을 역설적으로 반영해 사랑하는 백인 여자 아이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피부색을 문제삼지 않아 고맙다고 노래한 “Mr. Holland”같은 곡이 그런 경우다.

처음에는 그레고리 포터도 정치를 중심으로 한 권력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노래를 하려 했다. 그러나 분노하고 비판하는 것 자체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한 단계 더 높이 생각하려 했다. 그것이 사랑이었다. 따라서 그가 노래하는 사랑은 남녀의 사랑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류애적 사랑을 의미한다. 때로는 종교적이기까지 하다.

주제가 심오하다고 해서 음악을 심각하게 만들지 않았다. 재즈, 블루스, 가스펠, 소울 등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최대한 필요한 곳에 사용해 뛰어나고 어렵지 않은, 저절로 마음에 쏙 들어오는 인상적인 음악을 만들었다.

앨범에서 제일 먼저 공개된 “Revival Song”이 대표적이다. 이 곡은 삶의 모든 어려운 것을 잊고, 버리고 새롭게 모든 것을 시작해 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를 그레고리 포터는 뜨거운 코러스, 작렬하는 브라스 섹션, 그리고 박수 소리를 곁들인 리듬으로 가사와 상관 없이 긍정적 에너지를 느끼게 했다. 이 곡은 앨범 <Take Me To The Alley> 수록 곡 중 리믹스 되어 폭 넓은 인기를 얻었던 “Don’t Lose Your Stream”처럼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럽에서 춤을 추며 곡 제목처럼 부활을 외치는 상상을 해보자.

하늘에 떠 있는 듯한 가벼움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으로 노래한 첫 곡 “Concorde”에서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곡은 햇살처럼 퍼지는 부드러운 브라스 섹션과 이를 지탱하는 피아노의 움직임에서 일정부분 아바의 행복한 사운드를 연상시킨다. “Faith In Love”도 그렇다. 역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스트링 섹션에 코러스까지 가세한 마빈 게이 스타일의 사운드는 엄숙하기까지 한 가사와 달리 한 없이 가볍다. 사랑이 숭고하다고 해서 그 앞에 심각한 모습을 할 필요가 없다는 듯 매우 부드럽다. 사랑에 취해 하늘을 유영하게 한다.

사랑을 불사조에 비유하며 사랑이 우리를 높은 곳으로 이끈다고 노래하는 “Phoenix”는 어떤가? 브라스 섹션, 키보드, 기타의 어울림에서 70년대 소울을 연상시키는 사운드가 절로 불사조의 날개를 타고 하늘을 유영하는 상상을 하게 한다. 모든 것이 바뀌어도 자신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노래한 “Merry Go Round”도 3박자의 왈츠 리듬과 스트링 오케스트라의 울림이 한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마음에 상쾌함을 선사한다.

한편 이번 앨범은 여러 모로 2016년에 발매된 <Take Me To The Alley>를 떠올린다. 그의 가장 성공적인 앨범의 연장선상에서 감상하게 한다. 특히 그레고리 포터의 음악적 매력을 잘 살렸던 제작자 카마우 케니야타를 비롯해 피아노 연주자 칩 크로포드, 오르간 연주자 온드레이 피베치, 드럼 연주자 엠마누엘 해롤드가 다시 함께 한 것은 2016년도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푸근함, 안정감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변화도 있다. 무엇보다 아델, 제이미 컬럼 등의 앨범을 제작했던 트로이 밀러의 참여가 눈에 띈다. 그는 그레고리 포터와 함께 곡을 쓰고 때로는 타악기까지 연주하는 등 자신의 모든 능력을 발휘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트링 섹션의 참여도 앨범을 새롭게 했다. 특히 깊이 있는 주제를 부드럽고 편하게 표현한 데에는 이 스트링 섹션의 공이 크다.

이번 앨범 수록 곡 중 “You Can Join My Band”가 있다. 한 밴드의 리더가 아무도 듣지 않는 음악을 만드는 외로운 뮤지션에게 밴드 가입을 권유하는 내용의 가사로 외롭고 소외된 삶을 사는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 곡이다. 이 곡의 가사 중에는 “너는 사랑의 노래를 쓰지만 아무도 믿지 않지. 그러나 나는 듣고 있어”라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들으며 나는 어쩌면 그레고리 포터가 이번 앨범을 듣는 우리에게서 가장 듣고픈 말을 그 스스로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숭고한 사랑에 대한 노래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역설적인 가사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언젠가 그레고리 포터의 공연을 볼 기회가 있다면 “I’m listenin’”이라 크게 외치고 싶다. 그리고 만약 그가 사랑의 노래를 사람들이 듣지 않는 상황을 걱정했다면 그것은 기우라 말하고 싶다. 이번 앨범을 듣고 사랑을 느끼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나아가 누구나 사랑 받고 사랑하는 세상을 꿈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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