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Love Is Here To Stay – Tony Bennett & Diana Krall (Verve 2018)

연주자들이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방법 중에는 새로운 연주자들과의 만남이 있다. 새로운 연주자들과 만나 함께 연주하면서 발생하는 긴장을 즐기고 그것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즈 연주자들의 이합집산이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컬들은 어떨까? 보컬들 또한 새로운 연주자와 함께 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곤 한다. 그러나 보컬들끼리의 만남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두 보컬간의 균형 문제 때문일 것이다. 누가 리더인가에 대한 결정부터 함께 노래할 수 있는 환경-레이블 문제 같은-이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재즈 사를 살펴보면 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핏제랄드의 듀오 활동 외에 인상적인 보컬들의 만남은 드물었다. 루이 암스트롱 밴드의 고정 멤버로 밀드레드 배일리가 활동했었고, 사라 본과 빌리 엑스타인이 함께 노래한 적도 있지만 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핏제랄드만큼은 아니었다.

최근의 경우로 시선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공연에서, 앨범에서 다른 보컬이 게스트로 등장해 한두 곡 함께 하는 경우는 있지만 앨범 전체를 함께 하는 경우는 발견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토니 베넷과 다이아나 크롤이 만나 앨범을 같이 녹음했다는 사실은 매우 뜻밖이고 그만큼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토니 베넷은 콜럼비아 레이블 소속이고 다이아나 크롤은 버브 레이블 소속이기에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두 사람이 함께 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여기에는 1970년대 후반부터 거의 파산 상태에 이르렀던 아버지 토니 베넷의 매니저 역할을 했던 대니 베넷이 2016년에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 재즈와 클래식 레이블을 모아 놓은 버브 레이블 그룹의 수장으로 취임한 것이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번이 첫 앨범이기는 하지만 토니 베넷과 다이아나 크롤의 인연은 매우 깊다. 1990년대 MTV 시대가 도래하자 이에 맞추어 제작한 “Steppin’ Out with My Baby”의 뮤직 비디오의 인기로 세대를 뛰어넘는 인기를 얻게 된 이후 토니 베넷은 여러 게스트를 불러 함께 노래한 일련의 듀엣 앨범으로 그 대중적 인기를 이어왔다. <Playing With My Friends: Bennett Sings The Blues>(2001), <Duets: An American Classic>(2006), <Duet II>(2011), <Viva Duets>(2012), <Tony Bennett Celebrates 90>(2016) 등이 그 앨범으로 이들 앨범을 통해 그는 레이 찰스, 나탈리 콜, 폴 매카트니, 스티비 원더, 폴 매카트니, 빌리 조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스팅, 존 레전드, 조지 마이클, 노라 존스, 존 메이어, 안드레아 보켈리,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재즈, 팝, 클래식의 거의 모든 유명 보컬들과 함께 노래했다. 또한 K.D 랭과 함께 앨범 <A Wonderful World>(2002)을 녹음하고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함께 앨범 <Cheek To Cheek>(2014)을 녹음하기도 했다.

이러한 토니 베넷의 듀엣 리스트에는 다이아나 크롤도 포함되었다. 다이아나 크롤은 토니 베넷의2001년도 앨범 <Playing With My Friends: Bennett Sings The Blues>에서 “Alright, Okay, You Win”을 노래한 것을 비롯해 2006년 앨범 <Duets>에서는 “The Best Is Yet to Come”을, 2016년 앨범<Tony Bennett Celebrates 90>에서는 “I’ve Got The World On A String”를 함께 노래했다. 18년을 함께 한 셈이다. 그 사이 그녀는 주목 받는 신인에서 최고의 여성 보컬로 성장했다.

한편 다이아나 크롤은 그녀대로 2015년 앨범 <Wallflower>에서 마이클 부블레, 브라이언 아담스, 조지 페임, 사라 맥라클란, 빈스 길 등 다양한 보컬들과 함께 노래하며 듀엣에 대한 역량을 드러내기도 했다. .

두 보컬은 이번 앨범에서 조지 거쉰의 탄생 120주년을 맞아 작곡가의 대표 곡들을 노래했다. 여기에는 토니 베넷이 2017년 미국 의회 도서관이 주는 거쉰 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거쉰 상은 대중 음악을 문화적으로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음악가에게 주는 상이다. 토니 베넷은 1949년 조 배리라는 이름으로 거쉰의 “Fascinating Rhythm”을 녹음했는데 그것이 그의 첫 녹음이었다. 그런데 오랜 시간 사라졌다가 이번 앨범 발매에 즈음해 발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두 보컬의 노래는 어떨까? 나는 두 사람이 함께 노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들의 무게감과 거쉰의 탄생 120주년 기념 앨범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프로젝트를 기대했다. 이를테면 대형 오케스트라가 등장해 극적인 사운드를 만들고 이에 맞추어 두 보컬이 진중하게 노래한 음악을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앨범은 뜻밖이었다. 거대한 편성으로 사운드를 부풀리지도 않았을뿐더러 두 보컬의 노래 또한 “언제 이런 기회가 있겠어? 마침 시간이 맞으니 함께 노래해 볼까?”하는 마음으로 아는 피아노 트리오를 부랴부랴 불러 녹음한 것처럼 가볍고 소박했다. 여기서 말하는 아는 트리오는 바로 토니 베넷의 2015년도 앨범 <The Silver Lining: The Songs of Jerome Kern>의 반주를 담당했던 빌 찰랩 트리오였다.

이처럼 화려함 대신 담백함을 선택한 것은 거쉰의 멜로디가 지닌 매력을 드러내는 한편 이에 대한 두 보컬의 노래를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제 두 보컬의 노래는 거쉰의 멜로디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스캣은 물론 장식적인 벗어남도 거의 없다. 멜로디를 벗어난다면 그것은 노래를 부르면서 생긴 흥에 취했을 때이다. 빌 찰랩 트리오의 연주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의 노래를 지원하는 역할에 만족한다. 중간에 솔로 연주를 할 때도 간결함을 유지한다.

 한편 두 보컬의 노래 또한 자연스러움이 매력이다. 영원히 기억될 앨범을 만든다는 생각에 부단한 연습으로 호흡을 맞춘 듯한 느낌보다는 우연히 길 가다가 만난 친구가 잠시 시간을 내어 바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듯 편안하다. 다이아나 크롤은 평소의 스모키 보이스로 부드럽게 노래한다. 여기에 토니 베넷 또한 그리 힘을 주지 않은 창법으로 툭툭 던지듯 이야기하듯 노래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다이아나 크롤리 혼자서 노래한 “But Not For Me”와 토니 베넷이 혼자서 노래한 “Who Cares?”를 먼저 들어보기 바란다.

두 사람이 너무 편하게 노래하다 보니 혹시 대충 노래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두 보컬의 어울림은 다르다. 서로 자기 식으로 대충 노래하는 것 같은데도 고수들답게 합이 잘 맞는다. 오히려 두 보컬의 차이를 음악을 극적이게 하는 긴장의 상황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간간히 함께 호흡을 맞춤으로서 이 간장을 해소해 음악적 쾌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두 보컬의 차이는 주어진 곡에 대한 각자의 느낌의 다름을 의미하기도 한다. 같이 즐거워도 웃음이 다르고 같이 낭만을 느껴도 정도가 다르지 않던가? 두 사람은 바로 이 차이를 확인하고 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이러한 대화 같은 노래가 가능했던 것은 두 보컬이 “My One and Only,” 와 “I’ve Got A Crush on You.”를 제외하고는 거쉰의 곡들을 이미 노래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 차례 이상 자기 식으로 노래한 적이 있기에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 같은 노래가 가능했던 것이다.

한편 자연스러운 어울림은 스튜디오 녹음임에도 라이브 같은 생동감을 강화시켰다. 모든 곡을 한 번에 녹음했을 것만 같다. 특히 “S’Wonderful”의 경우 다이아나 크롤의 노래 사이로 희미하게 웃음 소리가 들리는데 아주 잠깐의, 작은 부분이지만 그것이 두 사람이 어느 공연에서 즉흥적으로 만나 서로가 아는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나 같은 경우 120세가 된 거쉰 앞에서 두 사람이 노래하는 비현실적이지만 매우 즐겁고 유쾌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각자의 방식으로 편안히 노래했음에도 두 사람의 노래가 주고 받는 것 이상의 조화로 다가오는 것은 결국 전반에 흐르는 흥겹고 낭만적인 정서 때문이다. 두 사람의 노래에는 일체의 근심이 없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고 그 만남 속에서 즐거움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거쉰의 스탠더드 곡 속에 담겨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또한 간단한 밴드가 있고 같이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 복잡하게 재즈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도 말하는 것 같다. 그것이 두 사람의 차이를 넘어 조화로 다가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조화로운 즐거움을 당신 또한 느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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