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추 스탕코(Tomasz Stanko 1942.07.11 ~ 2018.07.29)

회색 빛 톤의 트럼펫 연주자 세상을 떠나다

7월 29일 일요일 이른 아침. 토마추 스탕코가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트럼펫 연주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폐암. (올 해 초에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9월초에 새로운 앨범(라이브)이 발매될 예정이었기에 이를 기다리던 내겐 그의 사망 소식은 매우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2013년 전화로 그와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차분하고 여백이 많은 그의 연주와 달리 그는 말이 빨랐다. 하고픈 말이 많은 듯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때 그의 목소리는 허스키했고 간혹 기침을 하기도 했다. 그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5년 전의 그 목소리, 기침이 생각난다.

1942년 7월 11일에 폴란드 남동부에 위치한 제슈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0년대부터 프리 재즈 연주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폴란드 재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크리즈토프 코메다와의 인상적인 활동을 비롯해 글로브 유나이티 오케스트라, 돈 체리, 에드바르드 베살라, 아담 마코비츠, 세실 테일러, 아릴드 안데르센, 욘 크리스텐센 등 여러 연주자들과 함께 하며 연주자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까지 그러니까 30년 이상의 시간 동안 그는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주목 받는 연주자 이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실제 그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ECM레이블에서 앨범 활동을 하게 되면서부터였다. (1976년 ECM에서 <Balladyna>를 녹음하기도 했다.) 특히 크리즈토프 코메다를 주제로 했던 1997년도 앨범 <Litania: Music of Krzysztof Komeda>가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뒤늦게 그가 음악적 진가를 인정받게 된 데에는 1989년 9월 폴란드 제3공화국이 출범하기 전까지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음악 활동을 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그 때까지 폴란드 연주자들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활동을 했다. (그들은 그 돈으로 정부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연주를 담은 앨범을 만들곤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인터뷰에서 독립(Independent)을 이야기하곤 했다. 자신의 독립을 위해 그는 결혼하지 않았으며 경제적으로도 큰 욕심을 내지 않았다.

나는 그의 음악도 음악이지만 회색조의 트럼펫 톤을 좋아한다. <Soul of Things>(2002), <Suspended Night>(2004), <Lontano>(2006)는 회색 빛 사운드의 정점을 들려주었다. 나와의 대화에서도 그는 어두운 톤을 좋아한다고 했다. 자신의 성격도 어두운 편이라 했다. (하지만 자신이 어두운 나라 출신이어서 그렇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밝은 면을 보이기도 했다.) 정말 어두운 성격 때문인지 그는 외출도 많이 하지 않았고, 차를 운전하지도 않았으며,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 음악 외에 특별한 취미를 갖지도 않았다.

 

 

 

 

아무튼 천천히 길게 이어지며 공간에 스며들어 그 공간을 탁하게 만드는 듯한 톤을 듣노라면 나는 흑백의 세계를 여행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검거나 희거나 아니면 회색인 그 세계는 그만큼 모든 것이 단순, 간결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그의 음악을 들으면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우울보다는 편안함을 느낀다. 

어제 날은 매우 맑았다. 나는 양재천 길을 따라 8킬로미터를 길었다. 매우 무더운 날이었지만 요 며칠과는 달리 바람이 불어 걷는데 힘들지 않았다. 나무들이 어우러진 길을 걸을 때는 쾌적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맑은 날 회색 빛 톤의 남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잘 믿겨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 날을 보낸 바르샤바의 날씨를 찾아보았다. 다행히(?) 어제 날은 흐렸고 밤 늦게는 비까지 내렸다. 어두운 톤을 좋아했던 그에게 어울리는 날씨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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