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송태욱 역, 현암사 2013)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이자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소설로 38세의 나쓰메 소세키는 전업 작가의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소설은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세상과는 살짝 거리를 둔, 학자인 양 하지만 실은 게으른 주인 구샤미의 집에 사는 고양이가 주인은 물론 주인집에 드나드는 주변인들을 바라보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즉, 고양이가 화자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범상치 않다. 태어난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고사(故事)는 물론 당대의 인문학적인 부분을 다 알고 있다. 아니 이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술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렇기에 고양이가 화자로 이 책을 쓸 수 있었다. 우화가 있기에 동물이 화자로 등장하는 것은 당시로서도 아주 흔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당시의-를 이야기하는 고양이는 그래도 드물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애초에 단편으로 끝내려 했던 소설의 연재가 11회의-회당 분량이 상당하다-장편으로 바뀐 것도 이 때문이리라. 후에는 출판사의 요청으로 억지로 회를 늘렸다는 느낌도 준다.

하지만 장편으로 바뀌면서 갈수록 고양이의 존재감이 덜해졌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고양이가 서술자임을 잊을 정도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고양이가 초연하게 세상을 떠난다. 아마 소설의 연장 요구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기 위한 그렇다면 소설은 누가 쓴 것일까?

나쓰메 소세키는 본인이 교사로 일을 했었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 철학, 문학, 예술 등에 학식이 깊은 지인들이 자주 왕림해 목요회까지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그 자신의 경험이 많이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

고양이의 주인이 그리 활동적이지 않아 소설의 무대는 주인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초반부에는 고양이가 이웃집에도 가고 다른 고양이와 접촉도 했지만 주인을 닮았는지 고양이 또한 집에서 주인이나 손님이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것을 즐기며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설이 재미 있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대화, 생각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구샤미를 비롯해 메이테이, 간게쓰 등이 그리스 로마 신화, 세계문학, 과학, 철학, 하이쿠, 종교 등을 주제로 혹은 소재로 펼치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대단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나쓰메 소세키의 머리 속에서 나왔음을 생각하면 당시 그의 식견이 대단했음에 놀라게 된다. 어찌 그는 저 많은 지식을 다 머리 속에 넣어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었을까? 나는 방금 읽은 이 소설 속 인물의 이름조차 다 외지 못하는데 말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고양이의 입과 손을 빌어 방대한 지식을 만담처럼 나열한 것은 자기 과시욕 때문이 아니다. 그는 그 지식들을 통해 당시 개인주의화 되고 있던 일본 사회를 조망하고 그것이 서양문화의 유입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 진단하고 결국 일본 사회에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게 될 것임을 말한다. 그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고양이를 중간에 전달자로 선택해서 말이다. 특히 마지막 11장에서 자유를 추구하던 개인화된 인간이 서로에게 불편을 주다가 이혼을 하게 되고 혼자 살게 되는 것이 일반화될 것이란 이야기는 백 년 뒤 지금을 예언한 것 같아 놀라게 된다. 이 소설이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으로 지금까지 자리매김하고 있다면 그것은 소설의 얼개가 아닌 이러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내용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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