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IS – Bill Frisell (Okeh 2018)

빌 프리셀의 음악은 크게 재즈로 분류되지만 실제 그의 음악은 재즈를 넘어 포크, 컨트리, 블루그래스, 아방가르드 등 다양한 스타일을 가로지른다. 이것은 장르와 상관 없는, 말 그대로 빌 프리셀의 음악을 추구한 결과이다. 제작자 리 타운젠드와 다시 손잡고 만든 이번 앨범은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다.

이번 앨범은 빌 프리셀의 솔로 앨범이다. 그는 1983년부터 지금까지 수십 장의 앨범을 녹음했지만솔로 앨범은 2000년의 <Ghost Town>, 2013년의 <Silent Comedy> 이렇게 두 장에 지나지 않는다. 여러 연주자들과 만나 그들과 대화하듯 연주를 주고 받으며 음악을 만드는 것을 더 좋아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일까? 솔로 앨범이라고 하지만 <Ghost Town>에서도 했던 것처럼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루핑을 통해 즉석에서 반주를 만들거나 오버 더빙을 통해 연주의 층을 두터이 하는 등 보통의 솔로 앨범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드러냈다. 일렉트릭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 외에 우크렐레, 루핑 등도 적극 사용했다.

또한 이번 앨범에 담긴 15곡 모두는 그의 자작곡들이다. 게다가 그 중 “Change In The Air”, “Thankful”, “What Do You Want”, “Miss You”, “Go Happy Lucky” 등의 곡들은 이번 앨범을 위해 처음 선보이는 곡들이기도 하다. 이 새로운 곡들은 평소 그가 해온 음악적 매력과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다. 예를 들면 “Thankful”은 지금까지 그와 함께 했던 연주자들과 가족을 위한 곡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포크적인 분위기로 시작해 단순한 테마를 반복하며 층을 두텁게 하고 여기에 전기적 질감을 강조해 나가는 흐름이 말로 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 외에 목가적 블루스의 분위기 속에 유쾌함, 행복 등의 정서를 그리 과하지 않게 풀어낸 “Go Happy Lucky”같은 곡도 빌 프리셀의 음악이 주었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새로운 곡들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번 앨범의 진정한 매력은 이전에 다른 앨범에서 다른 편성으로 연주했던 곡들을 다시 연주한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에서 기타 연주자는 “Rambler”,“In Line” 등 초기 ECM 시절의 앨범에서 선보였던 곡들 외에 “Ron Carte,” “Pretty Stars” “Monica Jane”  “The Pioneers” 등 이전에 선보였던 여러 곡들을 새로이 연주했다. 이들 곡들을 그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듯 연주하지 않았다. 솔로 연주가 주는 새로움이 자연스레 드러나도록 했다.

그래서 그의 대표곡의 하나라 할 수 있는 “Rambler”는 전자적인 효과를 배경에 두긴 했지만 멜로디를 강조한 솔로로 ECM 시절에 비해 한층 담백해진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보너스 트랙으로 담은 다른 버전에서는 아예 효과 없이 연주하여 훨씬 더 곡 자체의 맛이 잘 드러나게 했다. <East/West>, <Blues Dream> 등의 앨범에서도 연주했던 “Ron Carter”도 마찬가지다. 베이스 연주자 론 카터를 향한 이 곡에서 빌 프리셀은 반복되는 베이스, 코드 연주 등을 차례로 쌓아가며 복합적인 층을 지닌 곡으로 만들었지만 이전 연주에 비해 한층 정돈된 분위기로 어쩌면 작곡 당시에 떠올랐을 법한 곡의 원형을 생각하게 해준다. 한편 앨범 <Good Dog Happy Man>에서 그룹 연주로 선보였던 “The Pioneer”의 경우는 어쿠스틱 기타 솔로 연주로 축소해 곡에 담긴 전원적인 정서를 새로이 표현했다.

한편 <Blues Dream>에서 연주되었던 “Pretty Stars Were Made to Shine”을 이번 앨범에서는“Pretty Stars”와 “Made to Shine”으로 나누어 연주해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에 배치했다. 말을 타고 전원을 달리는 듯했던 컨트리 풍의 원곡이 비해 나무 그늘에 앉아 시골 풍경을 바라보는 분위기를 지닌 두 곡은 같은 테마를 연주한 것이지만 흥미롭게도 각기 시작과 끝의 느낌이 난다. 빌 프리셀의 표현력이 매우 섬세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빌 프리셀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을 평소 그의 절친한 친구인 반조 연주자 대니 반스가 하던 말을 따라 “Music Is Good”으로 정하려 했다고 한다. 그랬다가 너무 의미를 한정하지 말자는 생각에“Good”을 생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솔로 앨범은 저절로 “Good”을 떠올리게 한다. 나아가 목가적 정서로 정리할 수 있는 빌 프리셀의 음악이 지닌 편안한 부분을 잘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Bill Frisell Music Is Good”이라 생각하게 한다.

댓글

KOREAN JAZZ

I Got That Swing – 박갑윤 (Document Inevitable 2012)

먼저 앨범 타이틀을 보자. 듀크 엘링턴의 ‘It Don’t Mean A Thing, If It Ain’t Got That Swing’에 대한 대답의 의미를 지니는 듯한 타이틀이다. 즉,...

The SAZA’s Blues – 최우준 (Mirrorball 2012)

최우준은 한국 재즈 연주자 가운데 뛰어난 기교파 연주자로 꼽힌다. 이것을 우리는 2007년에 발매된 그의 첫 앨범 <SAZA’s Broove>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앨범에서 그는...

CHOI'S CHOICE

The Girl In The Other Room – Diana Krall (Verve 2004)

  사실 필자는 8년 전 그녀의 <All For You> (Verve 1996) 앨범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을 때 시큰둥한 시선을 보냈었다. 그것은 당시 필자가 아방가르드라는 무한의...

최신글

Infinity – Tom Harrell (High Note 2019)

트럼펫과 플뤼겔혼을 연주하는 톰 하렐은 앨범마다 뛰어난 연주력은 물론 정교한 작곡, 편곡 능력을 드러내며 머리와 가슴 모두에서...

J.A.M – 남경윤 (Jnam Music 2019)

반갑다. 피아노 연주자 남경윤으로부터 새로운 앨범을 준비했다는 뜻 밖의 전화를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Anthem – Madeleine Peyroux (Blue Note 2019)

재즈 뮤지션은 늘 새로움을 지향한다. 그것은 타인과 나의 비교가 아닌 나의 과거와 현재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지곤 한다. 이것은 나만의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익숙함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는 신선함이 공존할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과거와 현재의 시간차가 클수록 그 비교는 깊어지고 익숙함과 신선함의 공존은 더욱 매력적이 되곤 한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아련하고 포근한 목소리로 재즈와 포크 그리고 프랑스 샹송을 가로지르며 노래했다. 그리고 이러한 익숙함 위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했다. 그 새로움의 핵심은 자신의 내면에서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것에 있다. 그녀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의 혼란을 보고 이번 앨범을 기획했다. 알려졌다시피 당시 미국 대통령 선거는 다른 어느 때보다 후보간의 대립이 심했으며 스캔들에 가까운 다양한 뉴스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미국인들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세계인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그녀 또한 일련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자신의 관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렇다고 정치인처럼 남에게 설교하듯 이야기할 수는 없는 법. 대신 그녀를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사용하기로 했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이 된다. 한편 사회적인 주제였기 때문일까? 보다 설득력...

Combo 66 – John Scofield (Verve 2018)

늘 그 자리에 영원히 있을 것만 같은 연주자가 있다. 시간의 흐름을 벗어나 있다고 할까? 음악이 늘 같아서가...

Begin Again – Norah Jones (Blue Note 2019)

노라 존스는 기본적으로 재즈 뮤지션이다. 그러나 그녀의 음악적 관심은 재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가 때로는 재즈를 듣고 때로는 클래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