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umdrum Star – GoGo Penguin (Blue Note 2018)

A Humdrum Star – GoGo Penguin (Blue Not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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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연주자 에스뵤른 스벤슨의 사망으로 인한 EST의 해체 이후 추락과도 같았던 그 허망함을 달래려 하는 유사한 트리오가 수 없이 등장했다. 그 중에는 직접적인 계승은 아니더라도 일렉트로닉적인 요소를 어쿠스틱 언어로 활용했던 EST의 방식을 차용한 트리오도 있었다. 이들은 EST의 음악이 얼마나 새롭고 대단했는지, 이들이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계보에서 벗어난 방계의 출발을 만들어 냈는지 확인하게 해주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그 모든 유사 트리오들이 EST의 부재가 주는 아쉬움을 제대로 달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아쉬움은 여러 트리오들이 EST의 음악적 방법론을 하나의 기교처럼 차용했기 때문이었다. 즉, 이를 바탕으로 그 안에 이야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중 고고 펭귄이 등장했다. 재즈가 그리 강하지 않은 영국 출신이기 때문인지 출발은 조용했다. 그러나 음악의 훌륭함은 이내 이 변방의 트리오가 세계적인 트리오로 자리잡게 했다. 그리고 EST의 가장 충실하며 독창적인 적자로 인정받게 했다. 지난 2016년도 앨범 <Man Made Objet>가 그 증거였다. 이 앨범에서 트리오는 일렉트로-어쿠스틱 사운드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후 2년만에 선보이는 이번 앨범에서는 EST 풍의 사운드가 아닌, 이를 계승해 트리오만의 것으로 만들어 낸 독자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트리오의 베이스 연주자 닉 블랙카가 이번 앨범에서 세 연주자가 한층 더 자유롭고 그들만의 것을 담아낸 것 같다고 한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한 것이리라. 스타일이 아닌 이야기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스타일적인 면에서 이야기 한다면 크리스 일링워스의 피아노가 추축이된 공간적 질감의 강조가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변화이자 독자성이 아닌가 싶다. E

ST의 어둡고 축축한 공간과는 다른 우주적인 진공에 가까운 공간감은 기계와도 같은 엄밀한 규칙 속에 빠르게 질주하는 리듬이 만들어내는 시간성과 맞물려 단순한 우주적 질감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질감마저 느끼게 한다. 빛의 속도로 나아가는 우주 여행이 아니라 자아마저 무화 될 정도로 낯선 차원 이동 같은 상상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색다른 여정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정밀한 어울림에 집중한 나머지 솔로의 비중이 대폭 줄은 것은 호불호의 여지가 있다. 마치 한편의 거대한 미래 영화를 보는듯한 짜릿한 감흥을 선사하지만 그 영화가 인간이 결코 승리하지 못하는 아찔한 미래를 그린 것이라 먹먹함을 느끼게 한다고 할까?

이번 앨범 타이틀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1980년대 TV 시리즈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서 지구를 우주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아주 평범한(Humdrum) 별로 정의한 것에서 가져온 것이라 한다. 그런데 칼 세이건은 지구를 보잘 것 없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이 보잘 것 없는 별에 충성해야 한다고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세 연주자의 음악이 출발한 것은 아닐까? 아찔한 미래가 오기 전에 이를 대비하자는 뜻으로 음악을 만든 것은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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