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nosis – David Virelles (ECM 2017)

쿠바 출신으로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아노 연주자 데이빗 비렐레스는 쿠바음악과 재즈 등을 결합한 새로운 음악으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사실 쿠반 재즈라는 것 자체가 이미 재즈와 쿠바 전통 음악의 만남이라고 하지만 이 피아노 연주자의 음악은 그 만남의 차원을 넘어선다. 여기에는 라틴 음악을 리듬의 차원에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이국적인 정취의 리듬을 바탕으로 재즈의 화성과 솔로가 어우러진 음악이 라틴 재즈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의 음악은 라틴적인 정취는 나지만 질감은 포스트 밥이나 아방가르드 재즈의 느낌이 강했다.

이번 ECM에서의 세 번째 앨범은 새로운 방식으로 라틴 음악과 재즈를 결합하려는 그의 시도가 가장 과감하게 반영된 음악을 담고 있다. 이번 앨범을 위해 그는 2012년도 앨범 <Continuum>에서 함께 했던 타악기 연주자겸 보컬 로만 디아즈를 다시 부르고 여기에 관악기, 타악기 그리고 비올라, 첼로, 바이올린까지 기용했다. 그렇다고 참여한 모든 악기를 한꺼번에 사용한 것은 아니다. 곡마다 다르게 기용하는 한편 자신의 피아노 솔로 연주 또한 잊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라틴적 색채가 강한 현대 실내악적인 맛이 매우 강하다. “Fitití Nongo”처럼 비교적 익숙한 라틴 리듬이 등장하고 “Erume Kondó”처럼 토속적인 보컬이 등장하는 곡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곡에서는 긴장 가득한 현대적인 피아노 연주가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여기서 리듬은 그에 맞추어 보다 복잡하게-그럼에도 여백을 살리며- 드러난다. “보컬과 피아노 타악기가 병치의 느낌을 주면서도 신비롭게 어울리는 “Bekomo”, 베이스와 타악기 연주로만 이루어진 “Nuná”, 타악기들과 피아노가 즉흥적으로 어울리는 “Del tabaco y el Azúcar” 등이 좋은 예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서로 다른 삶과 문화 이력을 지닌 사람들이 운동회에 한 팀이 되어 호흡을 맞추는 듯한 이 음악은 재즈나 실내악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정서적인 면에 있어서는 원시적이고 원초적인 라틴의 느낌이 강하다. 마치 아직 누구도 밟지 못한 미지의 열대 우림을 모험하는 자의 배경 음악 같다. 나는 바로 여기에 이번 앨범의 미덕이 있다고 본다. 열대를 개척하는 모험의 느낌이 귀에 쏙 들어오지 못하는 이 낯선 사운드를 매력적이게 만드는 것이다.

“Gnosis”는 고대 그리스어로 “(경험이 아닌 계시를 통한) 앎”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후 기독교에 의해 교리에 맞지 않는 사상, 종교론을 의미하게 되었다. 쉽게 말해 ‘이단’을 의미한다는 것인데 피아노 연주자가 이번 앨범에서의 “Gnosis”는 이 두 의미를 모두 포용하는 것 같다. 상이한 문화가 긴장 속에 공존함으로써 새로운 음악적 아름다움이 깨달음처럼 다가오고 그것이 기존의 장르 경계를 넘어선 생경함을 발생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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