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Town – Bill Frisell/Thomas Morgan (ECM 2017)

bf기타 연주자 빌 프리셀의 이번 앨범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먼저 이 앨범은 기타 연주자가 1987년도 앨범 <Lookout for Hope> 이후 근 30년만에 선보이는 ECM레이블에서의 앨범이다. 물론 그 사이 그는 ECM과의 인연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지난 해만 해도 드럼 연주자 앤드류 시릴 쿼텟의 일원으로 앨범 <The Declaration Of Musical Independence>를 선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드럼 연주자 폴 모션, 색소폰 연주자 조 로바노와 트리오를 이루어 뛰어난 앨범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케니 휠러, 스테파노 볼라니, 폴 블레이, 마크 존슨, 아릴드 안데르센 등 유명 연주자들의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리더 앨범은 1980년대에 녹음한 앨범 석 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다. 따라서 논서치-사보이-오케 레이블을 거쳐 다시 ECM에서 새 앨범을 발매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하다.

기타 연주자는 이번 앨범을 베이스 연주자 토마스 모건과 듀오로 녹음했다. 이 또한 매우 신선한 일이다. 지금까지 그는 ECM에서 발매된 첫 앨범 <In Line>(1983) 이후 듀오 앨범을 녹음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앨범은 34년만의 듀오 앨범이 된다.

또한 이 앨범은 스튜디오 녹음이 아닌 빌리지 뱅가드 클럽 공연을 담고 있다. 빌 프리셀은 평소 확실한 주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음악을 만들고 선별해 앨범을 녹음해왔다. 그래서 그 긴 이력에 비해 라이브 앨범이 많지 않다. 1995년에 발매된 <Live>와 2005년에 발매된 <East/West>가 전부였다. (앨범 주제에 맞추어 라이브 녹음을 다른 스튜디오 녹음과 함께 사용한 적은 있다.) 따라서 12년만의 라이브 앨범이라는 것 또한 그의 음악을 줄곧 들어온 감상자들에게는 특별한 감상의 동기를 제공하지 않을까 싶다.

앨범에서 빌 프리셀은 이전에 스튜디오 앨범에서 선보였던 곡들 중심으로 연주했다. 그래서 이전 그의 음악을 새롭게 상기하게 해주는 한편 그것이 듀오 편성으로 연주되면서 발생한차이를 확인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연주 자체도 클럽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순간적인 감흥에 따라 연주를 한 만큼 큰 주제를 향해 각 곡들이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전 여러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각각의 모습으로 모여 연결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형성된 변화가 감상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예를 들어 빌 프리셀 특유의 몽환적인 톤 이 돋보이는 “It Should Have Happened A Long Time Ago” 다음으로 포스트 밥 스타일의 솔로가 인상적인 “Subconscious Lee”가 이어진다거나 다시 이펙터를 활용한 신비로운 톤을 바탕으로 시정(詩情)을 연출하는 “Song For Andrew No.1”에 이어 풍경 좋은 시골 길을 느긋하게 걷는 듯한 분위기의 “Wildwood Flower”, “Small Town”이 흐르는 것은 그 자체로 극적인 재미를 준다.

한편 토마스 모건은 조력자의 역할에 만족한 듯하다. 능동적으로 기타 연주의 사이사이를 파고들며 입체감을 부여하는 연주를 펼치지만 기타 연주에 대한 관심을 듀오 연주로 돌리지는 못한다. 여기에는 두 연주자가 여백 자체를 인정한 연주를 펼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애초에 드럼이 가세한 트리오나 다른 악기가 더 추가된 밴드 공연 직전 문제가 생겨 두 연주자만 무대에 오른 것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이들은 다른 악기의 부재를 일부터 메우려 하기보다 그대로 인정하는 연주를 들려준다. 그 결과 소박함이 돋보인다.

어쩌면 언급한 세 가지 차원의 신선한 기대에 비해 실제 연주가 너무 소박하다고 생각하는감상자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단출하고 수수한 연주가 더 반갑다. 앨범이 특별한 공연의 기록이라기 보다는 기타 연주자의 클럽 공연 중 하나를 우연처럼 녹음한 것이라는 인상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기타 연주자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여행 중 예정에 없던 “작은 도시(Small Town)”에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하는 듯한 편안함이야 말로 기타 연주자가 베이스 연주자와 함께 감상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4 COMMENTS

  1. 메인 페이지 배경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빌 프리셀 연주가 덧 입혀지니 더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저는 처음 접하는 뮤지션인데, 오랜만에 좋은 뮤지션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축 성탄..ㅋ 입니다.

    • 아하 고맙습니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올랐던 선자령을 찍은 사진이네요.
      이전까지 세차하다가 찍은 동네 풍경 사진이 지겨워서 좀 바꿔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홈페이지를 리뉴얼 하고픈 마음이 막 들어서 이리저리 궁리중입니다.ㅎ
      고장난 부분도 있구요.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라 어찌해야할지…ㅎ

      빌 프리셀은 신비로운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기타 연주자죠.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ㅎ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 수묵 담채화 느낌 물씬입니다.. 느낌이 참 좋습니다!

      저야 뭐.. 예전부터 콘텐츠가 좋아서 방문하는 유저라 별 영향을 받진 않지만,
      홈페이지 리뉴얼 하시면 분위기도 전환되고 좋은 점도 많아질꺼라 기대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사부작..준비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제 생각으론 여기 방문하시는 분들이 일회성이기 보다 꾸준히 단골손님(?) 처럼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천천히 리뉴얼하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저의 결론은 낯선청춘님 판단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는..ㅎㅎ 암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 지금 그렇지 않아도 작업 중입니다. 현재의 버전을 오래 사용하겠다 마음 먹었는데 2년이 한계인 듯하네요.
      디자인은 비슷하겠지만 아무튼 새로이 꾸며보려고 합니다.
      디자인보다 사실 데이터 정리가 더 문제네요.ㅎ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