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terday I Had the Blues: The Music of Billie Holiday – Jose James (Blue Note 2015)

Yesterday I Had the Blues: The Music of Billie Holiday – Jose James (Blue Note 2015)

개인적인 방식으로 빌리 할리데이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다

빌리 할리데이는 엘라 핏제랄드, 사라 본과 함께 재즈 보컬을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언급되는 3대 디바 중 한 명이다. 이 세 보컬들은 노래의 기교나 정서적 측면 모두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을뿐더러 이를 기반으로 월등한 인기를 누렸다.

그 가운데 빌리 할리데이는 그녀의 삶을 주제로 한 영화 <Lady Sings The Blues>가 제작될 정도로 매우 극적인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 삶은 노래에 투영되었다. 그녀는 정상의 인기를 누렸지만 삶 자체는 매우 불행했다. 1915년 4월 7일에 태어난 그녀는 우리 나이로 열 살에 백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종 차별로 인해 그녀가 감화원에 가야 했다. 또한 안정적이지 못한 가정 환경으로 인해 14세 무렵에는 매춘부의 삶을 살았으며 이로 인해 감옥에 가기도 했다.

다행히 노래에 재능이 있어 가수가 된 이후에도 그녀의 삶에 드리운 그림자는 떠나지 않았다. 백인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티 쇼 오케스트라와 순회 공연을 다닐 때에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클럽, 바 등의 공연장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출입을 해야 했으며 숙소 또한 흑인을 받아주는 호텔을 찾아 홀로 밤거리를 헤매야 했다. 결혼 생활 또한 순탄치 않았다. 그녀는 세 번 결혼을 했는데 그녀의 남자들은 모두 그녀를 아편, 헤로인 중독에 빠지게 하거나 공연 수익을 가로채는 등 이용하기만 했다. 그 결과 약물로 인해 감옥에도 다녀오고 공연 활동에 제약을 받기도 하다가 1959년 7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삶이 갈수록 어둡고 불행해질수록 그녀의 목소리는 거칠게 변해갔고 음악은 상실감이 지배하게 되었다. 모든 어려운 상황을 견디고 이겨내려 했지만 결국엔 그러지 못한 한 여인의 어쩔 수 없는 체념의 정서. 1958년 그녀의 생전 마지막 앨범이었던 <Lady In Satin>은 그 정점이었다. 따라서 불행으로 점철된 삶이 투영된 그녀의 노래를 듣는 것은 사실 그다지 낭만적인 일은 아니다. 가라 앉고 갈라진 목소리로 부른 그녀의 노래는 고통의 표현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노래에서 따뜻한 위로를 느끼곤 한다. 어둡고 우울한 그녀의 노래를 통해 적어도 내 삶은 그렇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느끼는 것일까?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녀의 말년 음악에서 용서의 마음을 느낀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

남성 보컬 호세 제임스도 빌리 할리데이의 음악에서 따스한 위로의 정서를 느꼈던 모양이다. 빌리 할리데이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녹음한 헌정 앨범 <Yesterday I Had The Blues>에서 그는 빌리 할리데이가 작곡했거나 자주 노래했던 곡을 매우 따스하게, 나아가 낭만적으로 노래했다. 예를 들면 이별 후 찾아온 첫 번째 아침에 느끼는 고통을 이야기하는 ‘Good Morning Heartache’를 그는 실연의 아픔은 뒤로 하고 매우 담담한 톤으로 노래한다. 외로움에 지쳐 사랑을 기다리는 ‘Lover Man’에서도 그가 표현한 기다림은 달콤하기까지 하다. 몸과 마음 모두를 나를 보지 않는 그대에게 주겠다는 간절한 사랑 고백 노래 ‘Body & Soul’에서도 그의 고백은 절절한 마음을 알아달라는 호소보다는 부드러운 속삭임에 가깝다.

예외가 있기는 하다. 빌리 할리데이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 ‘Strange Fruit’가 그렇다. 미국 남부에서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구타로 사망한 흑인의 시체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흔들리는 무시무시한 풍경을 묘사한 루이스 앨런의 시를 가사로 한 이 곡을 빌리 할리데이는 매우 극적으로 표현해 감상자의 마음을 불편하고 아프게 했다. 호세 제임스 또한 이를 인식한 듯 이 곡에서만큼은 다소 비장한 분위기로 노래한다. 하지만 이 곡을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앨범은 분위기는 매우 편안하다. 제이슨 모란(피아노), 존 패티투치(베이스), 에릭 할란드(드럼)로 이루어진 피아노 트리오의 반주 또한 충분한 여백을 바탕으로 한 느린 움직임으로 비감(悲感)보다는 여유의 정서를 표현한다.

이처럼 앨범이 빌리 할리데이의 노래와는 다른 낭만적 정서로 가득한 것은 호세 제임스가 빌리 할리데이의 비극적 삶을 묘사하는 대신 그녀의 노래에 대한 개인적 느낌을 표현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이었다. 그 개인적 느낌은 위에 언급한 대로 따스한 위로였다. 그에 따르면 어린 시절 그는 빌리 할리데이를 너바나, 드 라 소울,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등과 함께 즐겨 들었다고 한다.  특히 10대의 힘든 시기를 지날 무렵 그녀의 상처 가득한 노래가 위로를 주었고 나아가 재즈를 노래하고 싶다는 바람을 같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개인적인 추억, 개인적인 빌리 할리데이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너그럽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마음을 담은 노래들인데 감상자들이 이에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비록 빌리 할리데이와는 다른 질감의 부드러운 목소리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담백하게 전달하는 능력만큼은 그 또한 뛰어나기 때문이다. 감상자들은 그가 주관적으로 그려낸 빌리 할리데이의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나아가 술과 마약에 의지할 필요 없이 편하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빌리 할리데이를 상상하며 가슴의 짐을 덜어낼 지도 모른다. 만약 낯섦을 느낀다면 그것은 빌리 할리데이를 색다르게 그려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R&B적 성향이 강한 앨범 <No Beginning No End>(2013), 록적인 강렬함을 드러낸 앨범 <While You Were Sleeping>(2014)을 발표했던 그가 이토록 멋진 재즈 앨범을 녹음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호세 제임스가 스탠더드 재즈 곡을 노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피아노 연주자 제프 네브와 함께 2010년 <For All We Know>를 녹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색함을 느낀다면 함께 발매되는 빌리 할리데이의 베스트 앨범 <Got Bless The Child>를 들어보기 바란다. 이 앨범은 빌리 할리데이가 1952년부터 1957년 사이 버브 레이블에서 녹음한 앨범들에서 ‘My Man’,’Tenderly’, ‘Autumn In New York’, ‘God Bless The Child’, ‘Strange Fruit’ 등의 주요 곡을 호세 제임스의 선곡으로 담고 있다. 1940년대 후반 빌리 할리데이는 마약 문제로 두 번이나 감옥에 다녀오고 이로 인해 뉴욕시가 클럽에서 노래할 수 있는 허가증인 카바레 카드를 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가 후에 버브 레이블이 되는 클레프 레이블의 제작자 노먼 그랜츠를 만나 앨범 활동을 시작하면서 다시 재기할 수 있었다. 이후 그녀는 갈수록 황폐해지는 삶을 살았지만 음악만큼은 마지막 불꽃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했다. 따라서 호세 제임스가 고른 직접 빌리 할리데이의 노래를 들으며 두 보컬의 노래를 비교 감상해 보는 것도 빌리 할리데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좋은 방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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