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venir – Kazuma Fujimoto & Shikou Ito (Hummok 2014)

kf아름다운 대화는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주의 깊게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할 때 상대 또한 내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게 되어 결국에는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의중을 알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경청과 공감은 결국 상대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렌지 페코 출신의 기타 연주자 후지모토 카즈마와 클래식에 바탕을 둔 피아노 연주자 이토 시코우의 듀오 앨범이 이를 확인하게 해준다.

사실 피아노와 기타는 특성에 있어 겹치는 부분이 많기에 듀오 연주에 있어 다른 조합보다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복잡하고 어지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2012년 라이브 세션에서 서로에게 매료된 후 2년이 지나 스튜디오에서 만난 두 사람의 연주는 그 위험을 넘어 아름다운 어울림을 보여준다 기타가 앞에 나서면 피아노가 한 발 뒤에서 음들 사이사이에 리듬을 부여하고 피아노가 앞에서면 이번에는 기타가 뒤로 물러나 투명한 울림에 공명하는 연주를 펼친다. 그렇다고 단순히 솔로와 반주의 역할을 교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두 연주자의 호흡은 반주와 솔로의 관계보다는 더 밀착되어 있다. 서로가 상대 연주자를 위해 여백을 주고 또 주어진 여백을 메워나가는 연주랄까? 그렇기에 이들의 연주는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지럽게 들리지 않는다.

여기에는 두 사람의 대화에 주제가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연주는 자연을 주제로 하고 있다. 두 연주자의 만남이 지속성을 획득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곡 ‘Could Penguins Fly, Or Just Don’t Fly…?’부터 마지막 ‘Embraced By Light’에 이르기까지 ‘바람’, ‘빛’, ‘꿈’, ‘초록’ 등으로 이루어진 곡 제목이 이를 말한다. 여기에 연주 또한 초록이 물들고 부드러운 미풍이 불어오는 자연을 묘사하고 그 풍경에 대한 몽환적인 느낌의 표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어쩌면 이 자연친화적인 주제가 두 연주자의 대화에 여유와 배려를 부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자연을 주제로 그림 같은 연주가 등장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이미지 지향적인 뉴 에이지 음악 같다는 것은 아니다. 정교한 편곡을 바탕으로 두 연주자가 하나의 몸처럼 잘 어울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표현하는 연주의 즐거움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Matogata Sunrise’같은 곡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두 연주자는 사이 좋은 관계를 유지 하면서도 나긋나긋한 분위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열정과 평온을 오가며 극적인 연주를 펼친다. 그렇기에 밋밋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에 대한 신뢰 속에 두 개의 소리임에도 한 사람의 연주처럼 들리는 정교한 어울림은 감상자에게 자유로운 즉흥 연주만큼이나 짜릿한 즐거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이번 앨범 타이틀이 ‘물결(Wave)’과 ‘미래(Avenir)’의 합성어로 되어 있는 것도 단지 정서에 매몰되지 않은 역동적인 연주 때문일 것이다.

14 COMMENTS

  1. 공연보고 왔습니다. 아직 일본이긴한데…암튼 감동의 여운이 깊네요. 이 앨범은 아니고 flow앨범 입니다만 트리오 연주가 아…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귀국하기 싫은..ㅋㅋ 호텔로 돌아오면서 이 앨범음악을 다시 들으니 그때 감동이 그대로 올라오네요.

    • 해외에서 공연을 보면 추억에 추억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공연이 더구나 만족스러웠다면 더하겠네요. 부럽습니다.
      저는 비행기만 타도 좋은데 공연이라니…ㅎ

    • ㅋㅋ 그렇죠. 익숙한 공간을 떠난다 것 자체만으로 기분전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0년 넘은 가옥 1층..스무평남짓한 공간에서 공연을 감상하니까 음악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할까요. 이번 공연은 여운이 깊고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 작은 규모의 공연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연주자와 나의 관계가 더 가까운 느낌이 드니 말이죠.ㅎ

    • 8월 24일 wavenir 공연보러 또 일본갑니다. flow공연때 카즈마 후지모토께 선물주면서 카드에 wavenir앨범 멋지다고..ㅋ 출퇴근길 차에서만 듣다가 곧 라이브로 감상할 생각하니 기대감으로 충만합니다. 낯선청춘님 덕분에 아름다운 앨범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2. 다음주 토요일 후지모토 카즈마 공연보러 일본에 갑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라 일상에서 표정관리가 안되네요.ㅋㅋ

  3. 멜로디는 섬세하고 영롱한데, 중간중간.. 강박적인(?) 리듬과 오묘하게 잘 어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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