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eeper – Keith Jarrett European Quartet (ECM 2012)

kj최근 키스 자렛의 활동은 트리오와 솔로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그가 들려주는 트리오와 솔로 연주에 감동하다가도 조금은 색다른 편성의 연주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를 키스 자렛 본인이나 제작자 만프레드 아이허도 느꼈던 것일까? 뜻밖에도 이번 앨범은 그동안 미공개로 남아 있던 70년대 유러피안 쿼텟의 연주를 담고 있다. 정확히는 1979년 4월 16일 일본 도쿄의 나가노 선 플라자에서 있던 공연이다. 글쎄. 새로운 쿼텟 녹음이 아닌 것에 실망하는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감상자들은 유러피안 쿼텟의 새로운 연주를 만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반가워 하리라 생각한다. 얀 가바렉(색소폰), 팔레 다니엘손(베이스), 욘 크리스텐센(드럼)과 함께 했던 그의 유러피안 쿼텟은 약 5년간 활동하면서 두 장의 스튜디오 앨범과 두 장의 라이브 앨범을 남겼다. 그리고 그 앨범들 모두 시대를 앞서간 인상적인 연주를 담고 있기에 쿼텟이 조금 더 많은 앨범을 발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30년 이상 공개되지 않을 정도라면 당시 발매되었던 <Personal Mountains>나 <Nude Ants>같은 라이브 앨범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연주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두 장의 CD에 정리된 공연은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재의 감상자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매 순간 네 연주자는 불타는 듯한 열정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거대한 극적인 흐름으로 감상자를 몰아의 상태로 이끈다. 20분이 넘는 ‘Personal Mountains’와 ‘oasis’가 대표적이다. 한편 이후 트리오의 레퍼토리가 되는 ‘So Tender’, ‘Prism’그리고 ‘New Dance’에서는 귀에 쏙 들어오는 테마와 리듬으로 앞의 자유로운 연주가 주는 긴장을 완화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이제서야 앨범이 발매되었을까? 그것은 앨범이 앞에 언급한 두 라이브 앨범과 같은 시기에 녹음되었기 때문이었다. <Personal Mountains>는 이 앨범과 같은 날인 4월 16일과 17일에 녹음되었으며-따라서 비교감상이 필요하다- <Nude Ants>는 한 달 뒤 뉴욕의 빌리지 뱅가드에서 녹음되었다. 그렇기에 발매가 늦춰진 것이다. 실제 <Personal Mountains>만 해도 <Nude Ants>와의 혼돈을 피하기 위해 10년 뒤에 발매되지 않았던가?

물론 뒤늦게 30년 전의 연주를 듣자니 그 신선하고 역동적인 연주 속에서도 그의 젊은 날에 대한 향수와 익숙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확실히 70년대의 키스 자렛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경외심이 든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미공개로 잠자고 있던 음원들이 잠에서 깨어나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 같다는 행복한 불안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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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뮤지션은 늘 새로움을 지향한다. 그것은 타인과 나의 비교가 아닌 나의 과거와 현재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지곤 한다. 이것은 나만의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익숙함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는 신선함이 공존할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과거와 현재의 시간차가 클수록 그 비교는 깊어지고 익숙함과 신선함의 공존은 더욱 매력적이 되곤 한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아련하고 포근한 목소리로 재즈와 포크 그리고 프랑스 샹송을 가로지르며 노래했다. 그리고 이러한 익숙함 위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했다. 그 새로움의 핵심은 자신의 내면에서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는 것에 있다. 그녀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의 혼란을 보고 이번 앨범을 기획했다. 알려졌다시피 당시 미국 대통령 선거는 다른 어느 때보다 후보간의 대립이 심했으며 스캔들에 가까운 다양한 뉴스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미국인들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세계인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그녀 또한 일련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자신의 관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렇다고 정치인처럼 남에게 설교하듯 이야기할 수는 없는 법. 대신 그녀를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사용하기로 했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이 된다. 한편 사회적인 주제였기 때문일까? 보다 설득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