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ir Urtreger Michelot – Daniel Humair, Rene Urtreger, Pierre Michelot (Sketch 1999)

hum이 트리오를 한국 감상자들은 아마도 팻 메스니를 따라가다가 <All The Things You Are>라는 앨범을 통해서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에서 HUM의 연주는 멤버간의 악기도 다르게 연주하고 있었기에 그 진가를 맛보기는 어려웠다. 프랑스 재즈의 1세대들로 구성된 이 트리오는 40년동안 3번 앨범을 녹음했다. 첫 번째는 1960년 클럽 생 제르맹에서의 공연실황이었고 두 번째는 1979년, 그리고 세 번째는 이 앨범이 발매되던 1999년이었다. 사실 이 앨범은 이벤트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 왜냐하면 최근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스케치 라벨의 첫 번째 앨범이기도 하거니와 이 세 번째 녹음을 기회로 이전에 발표한 두 앨범을 리마스터링하여 하나로 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 번의 녹음 간격이 20년을 주기로 하고 있으니 내용보다 외적인 요인이 먼저 관심을 유발한다.

앨범 단위로 생각하면 60년 녹음의 경우 라이브로 녹음되어 있는데 이 당시 세 멤버는 밥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막 연주 활동을 시작했던 신출내기들이었다. 특히 피아노의 르네 위르트레제는 당시의 피아노 주자들처럼 버드 파웰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연주를 펼치는데 60년이라는 상황과 연결되면서 묘한 향수로 다가온다. 여기에 음악 사이로 들리는 청중의 소음들이 그런 매력을 더하고 있다. 연주하는 곡들도 한 곡을 제외하고는 스탠더드 곡들로 채워져 있다.

79년의 두 번 째 녹음을 보면 이 때부터 세 멤버가 트리오의 정체성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사실 이 트리오는 고정적인 트리오는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최장수 트리오 대접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의 재즈 음반 제작 환경도 뜻있는 제작자가 이벤트식으로 음반을 기획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과 이들 개개인이 다른 활동으로 명성을 얻고 있었다는 것이 이 트리오에 대한 위치를 모호하게 했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두 번째 음반은 장기적으로 생각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세 연주자간의 모처럼의 만남을 즐기는 분위기에 음악적 진지함이 가미되면서 비정기적인 활동이지만 이들을 하나의 트리오로 생각하게 하고 있다. 각 곡의 연주에 있어서 개인과 전체를 동시에 생각하는 면이 드러나고 있으며 중년에 들어선 멤버들의 자신감도 느껴진다. 그리고 ‘Musehum’, ‘Blueshum’, ‘Calshum’등의 장난기 어린 단어처럼 의도적으로 곡의 제목에 HUM의 존재를 인식시키려 하고 있다.

99년 녹음의 경우 어느새 음악적 행보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는 세 연주자들이 노년의 나이에 다시 뭉쳤다는 것이 감회가 새롭게 다가온다. 역시 밥을 근간으로 한 연주를 펼치는데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활기와 신선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여유가 있다. 세 연주자들은 이제 자신의 연주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결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역시 ‘Humeurs’, ‘Hum-Oiseau’, ‘Le Troisième Hum’같은 곡을 통해서 자신들의 40년간의 정체성을 유지시키려 하고 있다.

한편 기존에 발매된 두 장의 앨범에 새 녹음을 첨가한 Anthology의 성격을 띄고 있음에도 이 앨범은 그것을 뛰어넘어 잘 만들어진 앨범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음악적 균질성을 꾸준하게 지키고 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엔 이미 상기한 곡 제목의 의도적 왜곡을 통하여 40년간 단 석장을 발매한 트리오의 정통성을 유지하려 했다는 것도 이유로 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 ‘Airegin’이 매 녹음마다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이 곡은 이 트리오의 변화를 인지하게 하는 증표인 동시에 역사를 대변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스터링 작업을 통하여 각기 다른 조건하에 녹음된 것들에 통일감을 주었다는 것, 풍부한 자료 사진들과 디자인도 단순히 이 앨범을 전집정도로 생각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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