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컬트와 예술을 교란한 뒷골목 문화의 지휘자 – 자미 버나드 (김정혜 역, 나무이야기 2008)

쿠엔틴 타란티노: 컬트와 예술을 교란한 뒷골목 문화의 지휘자 – 자미 버나드 (김정혜 역, 나무이야기 2008)

우연히 발견하고 읽게 된 책. 나는 사실 쿠엔틴 타란티노에 대해서 특별한 마음이 없다. <저수지의 개들>, <그라인드 하우스>, <킬빌>, <거친 녀석들> 등의 영화를 보긴 했지만, 그래서 그의 독특한 취향에 공감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를 좋아하고 영화를 꼭 찾아보겠다는 마음을 가진 적이 없다. 아니 왜 사람들이 그의 영화에 열광하는지 의문을 갖는 쪽이라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특히 요즈음은 그의 영화보다 그에게 관심이 더 집중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아직 살아 있고 활동하고 있는 쿠엔틴 타란티노에 대한 책이다. 글쎄 전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100% 전기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평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꼭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이리 혼란스러운 이유는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사람을 무조건 좋게만 서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영화감독이 인간적으로 조심해야 할 사람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가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 그에게 배신이나 아쉬움을 느낀 사람들이 여전히 그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내는 것처럼 읽고 이런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도 그렇다고 그의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식의 생각을 하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 이 책은 쿠엔틴 타란티노에 덧씌워진 신화적인 측면을 걷어내고 그를 다시 보게 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장 쉽게 알려진 사실은 그가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일하다가 <트루 로맨스>의 시나리오로 헐리우드와 관련을 맺고 <저수지의 개들>로 화려한 시작을 하게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그를 어려운 환경에서 천재적인 능력으로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리라고 생각한다. (아닌가?) 그러나 이 책은 그가 어머니의 손에 자랐다고는 하지만 결코 경제적으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것은 아니며 비디오 아카이브라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일하다가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감독 데뷔한 것은 맞지만 그 사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그 또한 천재성에 의존하기보다 많은 노력을 했음을 발한다. 즉, 그의 성공은 운도 있었지만 결코 우연에 의지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만 꿈을 잃지 않고 어려운 길을 조금씩 개척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내용은 그의 천재성을 다시 보게 하지만 결코 그의 유명세를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노력을 존경하게 만든다. 그러나 <트루 로맨스>, <내추럴 본 킬러>를 두고 일어났던 여러 갈등, 계산상의 문제, 무책임한 태도, 신경전 등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개성강한 작가이자 감독이지만 그 역시 위선의 가면을 쓰고 있는 할리우드의 유명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특히 비디오 아카이브 시절의 동료들에 대한 그의 태도는 성공후 어려운 시절을 잊는 사람의 전형을 확인하게 한다.

한편 그의 영화가 다른 많은 고전들에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이를 짜집기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는 평가는 분명 그의 영화를 다시보고 새로운 평가를 하게 한다. 나같은 경우 이를 확인하지 못해 그 진위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그의 영화가 고전들의 그림자를 안고 있다고 해도 타란티노의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의 영화가 지닌 매력은 그만이 할 수 있는 탁월한 대사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그의 오랜 동료들과 함께 나눈 대화에 상당 부분을 빚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책을 내가 전기가 맞나 의문하게 된 데에는 400여 페이지의 내용 가운데 쿠엔틴 타란티노의 인터뷰가 많지 않다는 것이 큰 이유다. 저자의 서술 자체가 타란티노와의 인터뷰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책의 대부분은 그의 주변인들의 언급으로 채워져 있다. 타란티노 개인으로서는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에서도 그의 직접적인 언급이 인용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책의 일부분이 타란티노에 대해 비판적인 색채를 띄게 되었다. 정말 타란티노는 이 책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아직 살아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태생부터 이 책은 불완전의 한계를 지닌다. 이 책의 경우 그의 출생부터 어린 시절을 다룬 이후 그가 시나리오를 썼거나 감독한 영화를 하나의 장으로 해서 그 뒷 이야기를 서술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데 그것이 <포룸>에서 멈춘다. 적어도 <킬빌>까지는 서술되었다면 그나마 좋았을텐데 아쉽다. 그래도 <펄프 픽션>에 관련된 부분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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