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피부 –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유혜경 역, 들녘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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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이라는 스페인 작가의 첫 작품인 이 소설은 공상과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 스페인어 권 문학의 완상적 특징을 생각한다고 해도 그 영화적 공상은 다소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남극 근처에 위치한 면적 1.5킬로미터 정도의 무인도에 조용히 지낼 심사로 기상 통보관 자격으로 주인공이 왔는데 그 섬에는 양서류의 이상한 괴물들이 집단 서식하며 밤마다 주인공의 집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피해 유일한 이웃인 등대지기와 함께 그 공격을 막아낸다는 것이 디테일을 제거한 주된 내용이다. 정말 공상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주제 사마라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가 공상과학적이면서도 사실은 철학적 내용이 더 강했던 것처럼-비록 영화는 그를 살리지 못하고 좀비류 수준에 머물렀다지만-이 소설도 내용의 전재로 보아 일종의 제국주의적인 것에 대한 우화로 볼 수 있을 듯싶다.

그것은 먼저 주인공이 아일랜드 출신으로 설정되어 영국을 혐오하는 것부터 생각할 수 있다. 스페인 작가가 주인공의 국적을 이리 설정한 것은 아무래도 이를 고려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양서류 괴물에 대한 등대지기의 태도, 무조건 없애려는 태도는 나와 다른 것을 타자화하려는 제국주의자들을 생각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등대지기가 양서류 괴물 중 암컷 하나를 길들여 시종처럼 부리고 심지어 육체적 관계를 맺는 것과 그 방식 또한 제국주의적이다. (이 부분에서는 로빈슨 크루소의 프라이데이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작가는 2000년대에 새삼 무단으로 다른 국가의 영토에 침범해 원주민을 타자화 시키고 소외시키는 제국주의를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이 싸움에 지치고 또 양서류 괴물들의 행동, 원래 자신들의 거주지였던 섬을 단 두 명의 인간으로 인해 빼앗긴 것을 되찾고자 하는 행동을 이해하면서 이 소설은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간다. 등대지기가 거느리고 있는 양서류 괴물에 대해 주인공이 동정을 느끼고 이내 여자로 대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양서류 괴물에 대한 표현도 ‘그’-‘그녀’로 바뀌어간다. 그리고 양서류 괴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흉측함에서 어느새 매끈하고 육감적인 것으로 바뀌어 간다. 그래서 결국 주인공은 양서류 괴물들의 삶에 동화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시선을 바꾸면 타자가 동일자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의 내용을 고독한 상황, 위기의 상황에 놓였을 때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고찰로 바라볼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주인공과 등대지기가 하나가 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통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도 통하지 못함을 생각하게 된다. 반대로 주인공과 양서류 괴물의 공감이 더욱 이해가 된다. 특히 소설 말미에 주인공은 그를 찾으러 온 인간들의 방문을 피하게 되는데 이것은 그가 섬에 도착했을 때 등대지기가 했던 행동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설은 일종의 순환적 구조를 만들게 된다. 게다가 소설 말미에 양서류 괴물들이 실은 인간이 데리고 있는 ‘양서류 그녀’를 빼앗기 위함이었음이 밝혀지기에 이 영화적인 결말은 더욱 견고한 형식을 띄게 된다. 그러면서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유도한다.

이 소설을 읽는 두 가이드 라인으로 두 문장을 언급하고 싶다.

  ‘ 우리는 우리가 증오하는 사람들과 결코 멀리 떨어질 수 없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결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야만과 문명은 면도를 말끔히 하는 일처럼 아주 사소한 것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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