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vane For A Dead Princess – Steve Kuhn Trio (Venus 2006)

Pavane For A Dead Princess – Steve Kuhn Trio (Venus 2006)

.

스티브 쿤이 다시 비너스 레이블에서 새로운 앨범을 녹음했다. 스티브 쿤의 음악을 알고 있는 재즈 감상자들의 대부분은 비너스에서 선보이고 있는 그의 앨범들이 다른 그의 활동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너무 복고적인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몇 해전 일본으로 건너가 비너스 레이블의 제작자 테츠오 하라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비너스 레이블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찮게 스티브 쿤의 음악 이야기가 화제로 올랐다. 나는 그가 비너스 레이블에서 보여주고 있는 음악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스티브 쿤의 음악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테츠오 하라는 원래 1950년대 스티브 쿤의 음악이 비너스 레이블에서 녹음한 그런 스타일이었다며 자신은 ECM 등의 레이블에서 발표한 스티브 쿤의 음악보다는 밥스타일의 음악을 더 선호하기에 그에게 그런 주문을 했고 또 스티브 쿤 역시 이를 기꺼이 받아들여 함께 앨범을 제작, 녹음해 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스티브 쿤에게 있어 비너스 레이블에서의 활동은 자신의 초기 시절에 대한 아름다운 회상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번에 새로이 선보이는 <Pavanne For A Dead Princess>은 유명 클래식의 테마를 재즈로 연주한 것이다. 그런데 클래식을 재즈로 연주하고 있고 또 그 곡들이 대부분 널리 알려진 유명 테마라고 해서 스티브쿤이 무작위적으로 곡들을 선곡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가 선택한 곡들은 차이코프스키, 쇼팽, 라흐마니노프 등 낭만주의 계열의 작곡가들과 모리스 라벨, 가브리엘 포레 등 인상주의 작곡가들의 곡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대다수가 피아노 중심의 곡들이다. 그러므로 앨범에 담긴 곡들은 스티브 쿤이 평소 즐겨 듣고 또 즐겨 연주하는 곡이 아닐까 생각된다.

앨범의 화두가 클래식의 여러 유명 테마를 재즈로 연주하는 것이지만 기본적인 연주의 흐름은 1950년대 밥 시대의 이디엄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연주자들이 클래식을 재즈로 연주할 때 부드러운 멜로디적인 솔로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스티브 쿤은 원곡의 테마를 존중하지만 솔로만큼은 보다 더 자유로운 면을 보인다. 수평적인 멜로디의 이동이 아닌 리드미컬하고 장식미가 살아 있는 수직적 이동이 공존하는 연주를 들려준다. 하지만 또 쇼팽의 야상곡 등 느린 템포의 발라드 곡들을 연주할 때는 은밀하게 그가 현재 비너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다 현대적인 감수성으로 연주할 때의 모습이 비춰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비너스에서의 스티브 쿤의 연주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스티브 쿤에 관심을 지닌 감상자들에게는 관심을 받을 만 하다는 생각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