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ing Places – Tord Gustavsen Trio (ECM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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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등장하는 젊은 재즈 피아노 연주자들 중에서 대중과 평단 모두의 인정을 받고 있는 연주자들의 공통점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그만의 개성이다. 그런데 이러한 개성이 재즈 내에서가 아니라 다른 장르의 음악에서 그 자양분을 얻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그것은 그만큼 젊은 연주자들이 재즈외에 다른 음악들에 노출되어 성장했다는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겠는데 아무튼 이로 인해 재즈 피아노의 새로운 지평이 생기고 있음은 확실하다. 아마도 에단 아이버슨과 에스뵤른 스벤손같은 피아노 연주자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주자들의 무리 속에 한명의 연주자를 더 추가해야 할 것같다. 그가 바로 이번 Changing Places를 녹음한 토드 구스타브센이다.

그런데 이 젊은 친구는 다른 동료들처럼 롹이나 테크노에서 음악적 아이디어를 도출하지 않고 일반적인 팝 음악에서 새로운 표현 영역을 발견한 듯싶다. 이미 그것을 우리는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얻었던 실예 네가르의 앨범 “At First Light”에서 확인한 바가 있다. 이처럼 자국 노르웨이에서 많은 대중음악 세션을 했었던 경험을 그는 숨기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작곡한 곡들 대부분은 상투적이라고 할 정도로 무척이나 일반적인 악상을 보인다. 그래서 각 곡의 감각적인 멜로디들은 이미 한 두차례 어디선가 들었던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위해 두 개의 버전으로 연주된 Graceful Touch나 Where Breathing Starts같은 곡을 들어보기 바란다. 무척이나 친숙한 멜로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피아노 연주자에게 주목해야 할 이유는 단지 그가 탁월한 멜로디스트라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상투성에서 기반한 그의 피아노가 내면적인 리듬의 운용, 낭만적 상상력의 발현을 통해 상당한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쉽게 감상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시성어린 멜로디에서 출발하는 그의 피아노는 공간을 많이 차지 않는 오밀조밀한 진행으로 한없이 내면의 세계로 침잠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의 피아노 터치는 깃털같은 언어로 시를 쓰듯이 부드러움으로 일관되고 있으며 음들의 선택에 있어서도 충분한 시간을 전제로 결코 과잉하지 않는 경제적인 운용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가 피아노를 통해 전개하는 이야기들은 혼자만의 사색같기도 하고 은밀한 사랑의 속삭임 같다. 이러한 토드 구스타브센만의 상투와 진정을 오가는 피아니즘은 ECM 레이블의 새로운 피아니즘의 한 축으로 성장할 것같다는 생각이다. 분명 그의 피아니즘은 내면적으로는 보통 키스 자렛으로 대표되는 ECM 레이블의 투명한 피아니즘과 맥을 갖이 하지만 그의 연주가 이끌어내는 정서적 측면의 신선함은 ECM레이블의 피아니즘의 변화를 그의 음악만큼이나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예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예고 뒤에는 여전히 제작자 맨프레드 아이허의 감각적인 귀와 냉철한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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