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ctus Of Knowledge – Rabih Abou-Khalil (ENJA Records 2001)

Cactus Of Knowledge – Rabih Abou-Khalil (ENJA Records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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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 아부 칼릴은 우드를 연주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음악들은 우드의 차원을 벗어난다. 그의 음악은 분명 아랍적인 분위기를 생성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리듬을 강조하면서 다른 혼 악기들에게 보다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현재 유럽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또 다른 우드 연주자 아누아 브라헴이 아랍 음악의 명상적인 면을 표현하는데 주력하는 것과는 매우 상이한 모습이다. 이런 차이는 아부 칼릴이 리바니아 출신이지만 현재는 독일의 망명가라는 음악 외적인 부분이 작용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랍과 백인 문화사이에서의 정체성의 문제! 그래서 그의 음악 속에는 아랍적인 요소와 적극 수용한 서구 재즈의 이디엄이 공존하고 있다.

이번 앨범도 그 예외는 아니다. 앨범의 첫 곡이 몇 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스캔들을 스파이 영화같은 풍자적 분위기로 표현한 ‘The Lewinsky March’를 필두로 전개되는 8곡의 음악들은 여전히 아랍 문화와 유럽문화 사이에서의 적절한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그것은 아랍적 느낌이 풍부한 그의 작곡에, 참여한 연주자들의 약간은 엇갈린 유럽적 즉흥 연주간의 균형의 문제로 표현되고 있다. 그렇지만 전체를 주의 깊게 듣다보면 이것은 어쩌면 표면적인 문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분명 폴리 리듬과 다양한 모드의 변환 속에서 자신보다 다른 연주자들에게 자율성을 부가하고 있지만 결국은 아랍적 분위기로 교묘하게 감싸 버리는 정치성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서구 문화체계 안에서 그 문화를 뒤집어 버리는 아부 칼릴의 아이러니, 풍자적 분위기가 생겨난다.

한편 각 곡들이 이전 앨범들의 연장을 벗어나는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 약간 아쉽다. 라비 아부 칼릴의 오랜 동반자 미셀 고다르를 비롯 엘러리 에스켈린 같은 의외의 멤버등으로 구성된 12인조의 빅 밴드라고 하지만 전체적 힘은 이전 7,8명의 인원으로 연주했던 것과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Fraises et Crème Fraîche(딸기와 생크림)’같은 아부 칼릴의 연주가 더 많이 드러나는 소규모 편성의 느린 곡들이 훨씬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끝으로 이번에도 직접 표현한 그의 자켓 디자인이 유럽도 아랍도 아닌 아부 칼릴만의 독자적 세계를 강조하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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