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Of Scandinavia – Duke Jordan Trio (Videoarts 1996)

dj순간의 음악, 자유의 음악을 재즈라 하지만 그 감상에는 일종의 정해진 길이 있는 모양인 듯 최소한 한국에서는 재즈의 세계에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앨범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 앨범들 중에 듀크 조던의 <Flight To Denmark>가 있다. 실제 이 앨범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지만 감각적이고 낭만적인 피아노의 오른손 멜로디 라인과 여유 있는 리듬으로 누구라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연주를 담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스테디 셀러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 앨범은 듀크 조던이 미국을 떠나 유럽의 건너가 처음으로 녹음했던 앨범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재즈는 대중을 압도하는 힘을 상실한 상태였다. 대중음악 자체였던 스윙시대의 종말을 가져왔던 비밥 혁명 이후 재즈는 연주자 중심의 음악으로 체질이 바뀌어 대중으로부터 갈수록 멀어지고 있던 상태였다. 심지어 자신들의 음악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던 흑인들 조차 소울 뮤직 등 다른 대중음악에서 자신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정서를 찾곤 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이 흑인들의 강렬한 외침이 반영된 음악을 일종의 고급 음악으로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따라서 재즈 연주를 접고 택시 운전까지 하면서 생계를 힘겹게 꾸려나가던 듀크 조던이 유럽으로 건너갔던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는 이 앨범으로 “덴마크로의 비행”을 성공적인 것으로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앨범은 이후의 듀크 조던의 연주에 상당한 제약을 가져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즉, 이후의 앨범들이 이 앨범에 담긴 대중성을 의식한 나머지 즉흥 연주에 있어 과도한 도약을 삼가고 달착지근한 멜로디에 집착했다는 혐의를 벗기 어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유럽에서의 표변(豹變)은 미국에서 찰리 파커, 소니 스팃, 스탄 겟츠 등의 명인과 펼쳤던 뛰어난 하드 밥 피아노 연주를 잊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것은 듀크 조던이 스스로 감내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는 스칸디나비아를 떠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이지만 자신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에게 미국이라는 고향 이상의 따스한 느낌을 주었을지 모른다.

이번에 새로이 국내에 소개되는 <Beauty Of Scandinavia>는 일본인 제작자에 의해 기획된 앨범이다. 그래서 한국만큼이나 유달리 인기가 있었던 <Flight To Denmark>의 분위기를-어찌 보면 일본인들의 피아노 트리오에 대한 취향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의도적으로 새로이 재현하려는, 그래서 또 다른 대박을 꿈꾸려는 다소 불순한 의도가 담겨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이것은 제목부터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앨범을 들어보면 <Flight To Denmark>와 매우 유사한 느낌이 나는 연주를 만나게 된다. “Chateau En Suede”, “When You Wish Upon A Star”같은 곡이 좋은 예라고 하겠다. 이 곡들에서 발견되는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정제된 리듬은 분명 30년 전인 1973년 겨울 코펜하겐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의 피아노 앞에 앉았던 듀크 조던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만약 이번 앨범이 여기서 그쳤다면 정말로 필자는 이 앨범을 “한때의 영광을 우려먹는 앨범”이라는 혹평으로 마감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듀크 조던은 역시 진지한 피아노 연주자였다. 이 앨범에서 그는 결코 자신이 과거에 집착하는 연주자가 아님을 보여준다. 사실 그가 <Flight To Denmark>같은 이전 자신의 연주와 다른 분위기의 앨범을 녹음할 수 있었던 것도 무조건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 아니던가?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현재 모습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준다. 앨범의 초반부를 장식하고 있는 “Dear Old Stockholm”과 “Midnight Sun”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탄력적인 리듬과 안정적인 멜로디 라인을 들려주면서도 이 곡에서 그는 보다 더 연주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예스퍼 룬드가르의 베이스와 에드 티그펜의 드럼에게 보다 더 연주에 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트리오 연주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 뜨겁고 치열한 연주는 마치 초기 미국 연주시절의 경쾌한 활기를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것은 이미 70세를 훌쩍 넘긴 연주자에게서 여간 해서는 듣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앨범은 과거 그의 미국 시절과 성공적인 유럽 시절을 새롭게 종합하는 앨범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이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스칸디나비아의 아름다움”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엽서에서 보게 되는 풍경 자체보다는 어쩌면 오랜 시간 거주하면서 체득한 스칸디나비아의 자연과 일상에 대한 한 노인네의 진솔한 자기 서술 속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 진지하고 뜨거운 연주 속에서도 발견되는 듀크 조던의 낙관적 정서는 온통 흰색으로 뒤덮인 광활한 설원과 정신을 명징하게 만드는 차가움이 있는 스칸디나비아의 장광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자연의 위대함, 장엄한 순리와 연결되는 면이 있다. 그러므로 결국 이 앨범에 내재된 스칸디나비아의 아름다움은 모든 힘듦과 어려움을 하얗게 덮어버린 듀크 조던의 평정한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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