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The City – Eliane Elias (RCA/Bluebird 2006)

Around The City – Eliane Elias (RCA/Bluebird 2006)

이 앨범의 주인인 엘리안느 엘리아스는 누구인가? 이렇게 질문한다면 두 가지 답변이 가능하리라 본다. 먼저 그녀의 음악을 오랜 시간 들어온 감상자라면 분명 피아노 연주자라 할 것이고 지난 2004년도 앨범 <Dreamer> (Bluebird)으로 처음 그녀의 존재를 접한 감상자라면 보컬이라 할 것이다. 나 역시 그녀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 지 모르겠다. 피아노 연주자이면서 보컬이라고 정의한다면 너무나 우유부단한 것일까? 그럼에도 이렇게밖에 정의할 수 없는 이유는 현재 그녀가 자신의 위치를 피아노 연주자에서 보컬 쪽으로 이동시키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여성 재즈 피아노 연주자로 손꼽혀 왔다. 아니 보컬 쪽으로 방향을 바꾸려 하고 있는 지금에도 피아노 연주자로서 그녀가 지닌 아우라는 아직도 유효하다. 브라질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을 하면서 그녀는 브라질의 보사노바나 삼바 리듬에 포스트 밥적인 어법을 가미한 연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어린 시절 그녀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을 생각하며 노래했던 <Sings Jobim>(Blue Note 1998)부터였다. 물론 이전에도 한 두 곡 노래하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피아노 연주자로서 노래한 것이었다. 하지만 <Sings Jobim>부터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이 앨범은 그다지 큰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진정한 보컬로서의 시작을 의미하는 앨범을 나는 이미 언급한 앨범 <Dreamer>를 꼽는다. 이 앨범은 나른한 보사노바 사운드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목소리로 보컬로서의 엘리안느 엘리아스의 모습을 확연하게 드러낸 앨범이었다. 실제 <Sings Jobim>앨범에서의 그녀와 <Dreamer>에서의 그녀를 비교해 보면 보컬 자체의 매력, 사운드와의 자연스러운 관계 등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앨범 <Dreamer>는 일반 감상자들은 물론 많은 평자들에게도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만약 아쉬움이 있었다면 그것은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엘리안느 엘리아스가 사라질 지 모른다는 불안이었을 것이다.

앨범 <Dreamer>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지닌 한계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사운드를 찾아내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엘리안느 엘리아스의 높낮이 없이 평이하게 흘러가는 창법은 아직 다양한 컨텍스트를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긴장 속에 이완을 강조하는 보사노바 계열의 곡에나 어울린다고 할까? 실제 <Dreamer>에 대한 호평은 엘리안느 엘리아스의 보컬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보사노바를 기반으로 한 듣기 편하고 부담 없는 전체 사운드 자체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당신이 듣고 있는 새 앨범 <Around The City>도 마찬가지다. 앨범에서 엘리안느 엘리아스는 여전히 부드러우면서도 결이 느껴지는 벨벳 톤으로 노래한다. 특별히 보컬 기능의 향상을 위해 새로운 창법을 시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앨범은 보컬로서 확고한 자기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그녀의 의도가 느껴진다. 그것은 바로 적절하게 조율된 사운드가 그녀의 보컬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보컬 자체보다는 사운드의 측면에서 자신의 보컬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개성으로 발전시키려 했다고나 할까? 이것은 앨범의 절반이 그녀의 자작곡으로 채워져 있으며 나머지 곡들도 원곡의 전형성에 의존하기 보다는 새로운 감각으로 편곡되었다는 것을 통해 확인된다. 그래서 이 앨범을 듣게 되면 단순히 엘리안느 엘리아스의 보컬이 지닌 흡입력-전통적인 재즈 보컬들이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 하나로 전체 사운드를 평정하는 식의 흡입력보다는 다채로운 사운드의 질감에 매료 당하게 되고 그 후에 그런 다양함을 하나로 아우르는 그녀의 보컬을 인식하게 된다.

그런데 보컬을 위해 그녀가 가져온 사운드의 변화는 상당히 새롭고, 경우에 따라서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Around The City>라는 앨범 타이틀의 의미처럼 도시의 다양한 정서적 측면을 반영하려 했던 것일까? 아무튼 앨범의 사운드는 도시적이라는 공통 분모를 지니지만 그 안에서 다채로운 풍경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엘리안느 엘리아스는 기존 그녀의 음악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음악적 소재들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이것은 앨범의 첫 곡 ‘Running’부터 직설적으로 드러난다. 현대화된 라틴 리듬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단순화된 스무드 재즈로 정의할만한 사운드를 과연 누가 그녀에게서 기대할 수 있었을까? 이 예상 밖의 느낌은 앨범의 타이틀 곡에서도 다시 한번 반복된다. 이 외에도 그녀의 음악적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보사노바, 삼바 등의 라틴 리듬이 강조된 음악들도 기존과는 다른 양상으로 드러난다. 티토 푸엔테가 작곡한 라틴 음악의 고전 ‘Oye Como Va’의 경우가 아주 좋은 예다. 이 곡은 재즈적이지만 라틴 음악 자체보다는 팝적인 감각이 더 돋보인다. 비약한다면 산타나풍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독특한 방식으로 사운드를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진 팝/롹의 스타 Beck의 ‘Tropicalia’를 새로이 해석해 라틴 음악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드러낸 것은 상당한 역설로 다가온다. 그리고 재즈적인 사운드에 비첸테 아미고의 플라멩코 기타 연주가 허를 찌르며 등장하는 ‘Slide Show’에 이르면 그녀가 기존 자신의 음악으로부터 부드럽게 이탈하려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면모는 특히 밥 말리의 곡을 새로이 노래한 ‘Jammin’에 있을 것이다. 샘플링에 가까운 반복구절을 기본으로 일렉트로니카적 사운드가 시종일관 펼쳐지는 이 놀라운 곡은 그대로 호세 파디야, 스테판 퐁푸냑 같은 유명 DJ의 라운지 컴필레이션에 넣어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아마 이런 사운드는 기존 그녀의 음악을 관심 있게 들어온 감상자일수록 더욱 놀라운 것이리라. 정말 피아노에서 보컬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아예 피아노 연주로 추구했던 사운드를 버렸다 해도 큰 과장이 아닐 정도로 충격적이다.

한편 기존 엘리안느 엘리아스의 음악과 비교할 때 파격에 가까운 사운드가 주를 이룬다고 해서 그녀가 이번 앨범을 통해 음악적으로 새로운 무엇을 제시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생각하지 말자. 다시 말하지만 이런 사운드들은 모두 전적으로 자신의 보컬을 위한 최적의 방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니 말이다.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진 ‘Segredos’나 브라질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도리발 카이미가 작곡한 ‘A Vizinha Do Lado’처럼 전통적인 브라질 사운드를 그대로 계승한 곡들이 이를 증명한다. 게다가 재즈 스탠더드 곡 ‘Save Your Love For Me’또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노래되고 있지 않은가?

3.

재즈 연주자들 가운데서 나름대로 하나의 주된 악기 연주로 명성을 얻다가 다른 악기로 방향 전환을 해서 성공한 예는 드물다. 전환을 설령 한다고 하더라도 유사한 악기로의 전환, 아니 연주 범위의 확장이 대부분이었을 뿐이다. 사실 재즈는 전문적인 장인정신을 더 요구하는 음악이 아니던가? 따라서 엘리안느 엘리아스의 최근 행보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판단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다시 피아노 앞에서 이번 앨범에서도 간간히 드러나는 멋진 연주를 시도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녀가 보컬에 집중하기를 굳게 마음 먹었다면,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앨범을 녹음했다면 그녀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성공의 방향을 제대로 향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게다가 그녀의 다음 행보가 어찌되었건 이번 앨범이 귀를 매우 즐겁게 하는 음악을 담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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