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ways Let Me Go – Keith Jarrett Trio (ECM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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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투병 끝에 다시 재즈 무대로 돌아온 키스 자렛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필자를 무척이나 놀라게 한다. 집에서 혼자 녹음했었던 Melody At Night With You(ECM 1999)에서의 조심스러운 내면적 향기야 그가 아직 건강하지 못하다는 당시의 정황으로 필자가 느낀 의아함을 적당히 무마시킬 수 있었지만 2000년도 Whisper Not이후 이번 앨범에 이르기까지 필자는 그의 신보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의 음악에 대한 예상이 정확하게 맞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지난 해 Inside Out의 경우 필자는 이제 나이가 있으니 당연히 스탠다드 트리오 앨범을 예상하고 좀 식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했었지만 의외로 앨범은 키스 자렛의 솔로 연주 스타일의 트리오화라 할 수 있는 충격적인 음악을 담고 있었다. 그 뒤 이번 앨범의 경우 지난 해 앨범이 프리 재즈 형식을 띄고 있었으니 이번에는 진짜로 많은 팬들이 좋아하는 스탠다드 트리오 형식의 앨범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스탠다드 곡은 하나도 없는 앨범이라는 소문에 이번에도?하는 놀라움을 가졌다. 그러나 실제 이 앨범을 듣고는 Inside Out도 아니고 Whisper Not도 아닌 또다른 스타일의 연주가 담겨 있어서 그런 놀람마저 깨고 있다.

 이번 앨범에 담겨진 연주를 들어보면 지난 해의 Inside Out의 연장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우선적으로 하게 된다. 실제 전체적으로 볼 때 각 곡의 주된 테마나 동기가 부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적당한 단위로 잘라본다면 그 안에서 곡을 어느 순간까지 지탱하게 해주는 작은 동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동기들은 어떤 정해진 순서나 시간에 의해서 교차되지도 않는다. 자렛의 솔로 연주에서처럼 다시 비약의 필요를 느끼는 순간 한 동기에서 발전된 새로운 동기가 등장하면서 곡은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된다. 그래도 이 앨범을 Inside Out의 또다른 모습으로 생각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의외로 기존의 스탠다드 트리오가 들려주었던 안정성이 이번 앨범 도처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 세 연주자가 연주를 풀어가는 방식은 일반적인 프리 재즈에 대한 생각을 벗어나 있다. 재즈가 자유로운 즉흥 연주이지만 프리 재즈는 보통 폼(Form)에 대한 아웃 폼(Out Form), 그러니까 통상적인 음들이나 코드의 전후 관계의 해체, 부재 등으로 정의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 앨범에 담긴 연주는 아웃 폼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일반적인 비 밥 즉흥 연주에 가깝다. 그것도 아주 듣기 좋은. 그러므로 전체적으로는 프리 재즈이면서 세부적으로는 밥 스타일의 스탠다드 트리오의 연주 형식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 이번 앨범의 연주는 자렛이 기존의 스탠다드 트리오 연주와 자신의 솔로 앨범이나 지난 앨범에서 들려주었던 연주간의 틈새를 가로지른다그 근거로 베이스와 드럼이 이 앨범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들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 베이스와 드럼은 전체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보다 더 자율성을 획득하면서 나아가 전체의 흐름을 단절시키거나 연장시키는 적극적인 결정자로서의 역할을 보인다. 이것은 악기에 부여된 전형적 역할을 뛰어넘는 것으로 순수하게 즉흥 연주에 가장 충실한 모습이기도하며 동시에 세 연주자 각자의 목소리들이 하나로 합일되는 완벽한 트리오 연주의 모습이기도하다. 어쩌면 지난 앨범을 과정으로 놓았을 때 이번 앨범이야말로 자렛이 의도했던 바가 제대로 표출된 것이 아닐까? 그래서 편집하여 한 장의 앨범으로 발매했던 지난 앨범과 달리 두 장으로 과감하게 온전한 연주를 수록하게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것은 필자가 종종 인용하는 <<신기하게도 나는 우리가 연주하는 것이 아방 가르드에 속한다는 느낌이 든다.>> 라는 자렛 본인의 말에 대한 가장 분명한 증명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앨범에는 침묵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때로는 무엇인가 일어날 듯이 분위기만 조성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 아쉬움을 줄 때도 있지만 이번 앨범에서 침묵은 쉴 새없는 연주가 가져다 주는 음들의 포화에 따른 긴장을 해소하며 새로운 긴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 역시 우리가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하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무작위적 동시 발화로서의 프리 재즈가 아닌 상호 경청과 호흡을 우선하는 트리오 연주로서 이번 앨범의 방향을 설정한 결과이다. 보다 더 여유로운 상호 반응과 나아가 자연스러운 도약을 위해서는 침묵의 사용이 매우 유효하다. 그리고 이 침묵은 연주자 개인으로 볼 때 자신을 절제하는 침묵이기도 하다. 그래서 혼자서 모든 것을 말하지 않고 다른 연주자에게 그 나머지를 맞기는 믿음이 각 연주마다 내재하고 있다.

 우리가 이전 앨범들에서 이미 접했던 요소들을 가지고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마냥 젊지만 않은 자렛의 노련미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자렛보다는 다른 연주자를 생각하는 자렛의 모습이 담겨 있어서 이유없는 서글픔도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 필자에게 자렛은 영원한 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Always Let Me Go. 이것은 보다 더 자유로이 쉬지 않고 연주하고 싶다는 자렛의 간절한 바램이 아닐까? 그나 저나 일본 친구들이 부럽다. 아직 자렛의 국내 공연은 한 차례 없었던 반면 일본에서는 10 30일에 모처럼의 자렛의 솔로 콘서트가 그의 150번째 일본 공연으로 계획되어 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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