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ordance – Guy Klucevsek, Alan Bern (Winter & Winter 2000)

Accordance – Guy Klucevsek, Alan Bern (Winter & Winter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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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클루세빅은 98년 데이브 더글라스와의 작업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졌지만 이전부터 존 존, 앤서니 브랙스턴 등과 활동을 해왔고 알란 번은 클레즈머 음악을 중심으로 클래식의 이작 펄만 등과 연주를 하는 등 장르에 상관 없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런 음악적 이력으로 인해 이 앨범은 기존의 미국식 재즈의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무척 당혹스러운 앨범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재즈의 역사가 지속적으로 자기부정을 하면서 당대의 문화와 호응을 하면서 발전해 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매우 참신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앨범은 미리 작곡된 부분과 즉흥 연주 부분이 교묘히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데 그 속에는 다양한 음악 양식들의 영향이 발견된다. 점진적인 코드의 변화를 통해서 소리 덩어리 전체로 일종의 멜로디를 만들어 가는 면에서 에릭 사티의 가구음악이나 현대 클래식의 미니멀리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즉흥으로 조합되는 음들의 나열에서는 클레즈머의 전통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런 요소들은 다른 것들보다 두드러지게 드러나며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음악 속에 자리잡으며 앨범 전체에 균질감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되는 균질감은 나아가 각 곡들의 유기적인 배열과 함께 새로운 음악적 이미지를 연출한다. 무작정 유대 음악의 공간으로 몰아버릴 수도 없고 현대 음악의 무미 건조한 회색의 공간 속에 가둘 수도 없는 낯선 동시에 범 세계적인 공간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이 그다지 거북스럽지 않다.

두 연주자는 왼쪽과 오른쪽 채널로 나뉘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자신들의 음악적 색을 펼쳐내고 있다. 곡들의 측면에서도 각 연주자가 절반씩 곡을 만들고 또 세 개의 소곡으로 이루어진 곡도 한 곡씩-그 중 클루세빅의 ‘Mug Shots’는 데이브 더글라스의 <Charm Of The Night Sky> (Winter & Winter 1998)에서 연주되었던 곡이다.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선보이는 등 듀오가 아닌 공동 앨범으로서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그리고 첫 곡의 ‘Life’, ‘Liberty and the Prosciutto Happiness’부터 마지막 곡 ‘Happy’까지의 흐름은 재즈는 단지 주어진 체계 내에서 즉흥 연주를 하는 음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양식을 과감하게 포용하면서 새로운 체계 자체를 창조해 나가는 쪽으로 흐르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재즈는 이제 완전히 열려있는 편재하는 음악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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