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housand Evenings – Dave Douglas (BMG Classic 2000)

A Thousand Evenings – Dave Douglas (BMG Classic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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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편성으로 98년에 Winter & Winter 라벨을 통해서 발표한 <Charm Of The Night Sky>를 들을 때도 그랬지만 이 앨범을 들으면서 저절로 입에서 나오게 되는 말이 ‘아름답다’라는 것이다. 어딘가에 내재된 슬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그 슬픔이 신파조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건조한 현대성으로 묵묵히 표현되는 것을 느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캬!라는 탄성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건조한 느낌의 멜로디 속에서 은근하게 느껴지는 비장미, 숭고함 등의 느낌이 미학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서 연주자들의 태도는 무척이나 능청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저절로 관객은 감탄하고 있는데 무대 위의 연주자는 무표정하게 자신의 곡에만 열중을 하고 있어서 분위기가 더 극대화되는 상황이 떠오른다.

이번 앨범은 <Charm Of The Night Sky>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면을 보인다. 전 앨범은 데이브 더글라스가 전면에 나서서 전체를 이끄는 형태를 보였고 곡들의 진행의 정교함이 상당히 예상된-즉흥부분까지도-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이번 앨범도 작곡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만 즉흥 연주와의 연결, 연주자들간의 상호 연주등이 보다 능숙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기보된 부분과 즉흥 연주부분이 아주 교묘하게 중첩되어 있다. 특이 더글라스의 트럼펫은 약간은 뒤로 물러서 있고 마크 펠드만의 바이올린과 과 기 클루세빅의 아코데온이 보다 더 부각되었다는 것이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전체 연주자들의 상호 연주가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데이브 더글라스는 작곡가로서의 모습을 더 많이 드러내려 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래서 아코데온 솔로곡이 첨가되어 있고 이 곡을 포함 3분의 1이 헌정곡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두 곡의 편곡이 들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존 배리의 유명한 007의 테마곡인데 이 곡을 데이브 더글라스는 완전히 이 재즈 실내악에 맞게 탈바꿈시켰다.

이러한 데이브 더글라스의 작곡가로서의 면모가 더 강조됨은 이번 앨범이 라벨을 제외하고 모두 같은 조건에서 제작되었고 앨범 타이틀마저 밤의 테마를 이어 나가고 있음에도 이미지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번 앨범은 이전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어둠의 이미지 대신 무색무취의 건조한 공간 이미지가 등장한다. 그래서 보다 음악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마도 내가 이번 앨범에서 연주자들의 플레이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런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이번 앨범이 전체적인 이미지보다는 각 곡들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로 이 앨범에는 실내악을 위해서, 유대 음악 축제를 위해서 의뢰를 받아 미리 만들어진 음악이 들어 있다. 이로서 앨범 전체보다는 각 곡의 개별성이 더 강조됨으로서 이전 앨범보다는 전체적 이미지가 약화된 면을 보인다.

데이브 더글라스의 이번 곡들은 멜로디를 클래식곡처럼 전 악기들이 골고루 공유하는 방식으로 작곡되었다. 그럼으로서 연주자들의 악기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해석의 느낌을 강조하려고 했다. 그 스스로가 앨범 설명으로 New Music이라는 용어를 언급했다는 것도 이 점을 심증하게 한다. 기보된 음악은 연주자에 의해서 새로워 지고 즉흥 연주는 기보된 부분에 의존을 하게 된다는, 그래서 결국엔 양자간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사고의 New Music의 개념을 이번 앨범에서 그는 피력한다.

이번 앨범에서 내가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마크 펠더만의 바이올린 연주였다. 그의 바이올린에는 두 가지 시간이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음색에서는 무척이나 서정적이면서도 프레이징하는 모습은 현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전 앨범보다도 훨씬 여유스럽게 이 두 개의 느낌을 섞어내고 있다. 기 클루세빅의 아코데온 역시 그가 다른 아코데온 연주자와는 다른 스타일을 지니고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데 아코데온 특유의 선율적인 면보다는 공간적인 면을 더 파고들면서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한편 나는 이 앨범을 트럼펫 연주자 케니 휠러의 앨범 <Angel Song>(ECM 1997)과 함께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음악적인 면에서 이 두 앨범은 상통하는 면이 있다. 물론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음악적인 문화는 차이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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