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 Of The Spheres – Mike Oldfield (Universal 2008)

오케스트라로 표현한 천구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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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올드필드는 지금까지 상상적 이미지가 풍부한 음악을 선보여왔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하나의 멜로디를 강조한다거나 특정 악기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구성으로 여러 개의 소리들이 모여 하나를 이루고 그 소리가 거대한 음악적 세계를 상상하게 하곤 한다. 특히 그의 첫 앨범 <Tubular Bells>(Virgin 1973)는 거대한 상상력으로 감상자를 압도하며 지금까지 마이크 올드필드를 대표하는 앨범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하면 <Tubular Bells>는 마이크 올드필드에게 음악적 원형인 동시에 일종의 제약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도 이 충격적인 첫 앨범을 넘어서는 앨범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풍부한 상상력으로 충만했던 70년대를 지나 다소 팝적인 표현을 보였던 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이르게 되면서 음악적 쇄신이 필요할 때마다 그는 <Tubular Bells>를 다시 연주하거나 그와 유사한 선상에 있는 음악을 만들어왔다. <Tubular Bells II>(Warner 1992), <Tubular Bells III>(Warner 1998), <Tubular Bells 2003> (Wea 2003)이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두 그렇게 큰 만족을 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런 아쉬움은 오랜 시간 활동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시도를 다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록, 클래식, 뉴 에이지, 셀틱 음악 등을 자유로이 조합하는 마이크 올드필드의 제작적 능력은 여전하다. 단지 그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자극을 주는 동기였다. 즉, 그의 음악적 재능을 질료로 구현할 수 있는 목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 발매된 마이크 올드필드의 새 앨범 <Music Of The Spheres>는 기존 그의 음악 세계를 잇고 있으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래서 나는 <Tubular Bells>를 능가하지는 못하더라도 그에 버금갈만한, 적어도 1990년대 이후 그의 앨범 가운데 정점에 위치할 수 있는 앨범이라 생각한다.

이번 앨범의 상상적 동기는 피타고라스의 철학이다. 우리에게 피타고라스는 A²+ B²= C²이라는 공식으로 표현되는 정리(定理)를 발견한 수학자로 기억되고 있는데 사실 그는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이기도 했다. 많은 그리스 철학자들이 이 세계를 구성하는 불변의 본질을 찾았던 것처럼 그 역시 세계의 본질을 탐구한 끝에 물질이 아닌 수(數)가 세계의 본질이라 생각했다. 그 가운데 현의 길이 차이에서 음의 차이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발견한 후 이를 발전시켜 행성간의 거리에는 수학적이고 음악적인 질서가 있으며 이 조화로운 행성들로 구성된 천체가 움직일 때 아름다운 음악이 생성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익숙해져 이 천구의 음악이 더 이상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이라 주장했다.

마이크 올드필드는 이번 앨범을 통해 바로 피타고라스가 가정한 천구의 음악(Music Of The Spheres), 아름답지만 우리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우주의 음악을 자신의 상상으로 재현하려 한다. 참으로 음악적인 동시에 철학적인 주제이자 목표다. 그래서 앨범에 수록된 14곡은 휴지 없이 이어지지만 크게 3부작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Harbinger”부터 “Harbinger Reprise”로 이어지는 초반부 6곡, 그리고 두 번째는 “On My Heart”에서 역시 “On My Heart Reprise”로 이어지는 중반부 4곡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Harmonia Mundi”에서“Musica Universalis”로 끝나는 후반부 4곡이다. 그런데 마이크 올드필드는 이 삼부 구성을 통해 단순히 천구의 음악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말하기보다 천구의 음악을 찾는 여정, 혹은 천구의 음악이 생성되는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 같다. 실제 전체 사운드의 흐름을 보면“전조(前兆 Harbinger), 그림자(Silhouette), 불완전한 말(Shabda-산스크리트어다) 그리고 대혼란(The Tempest) 이 있는 지상의 세계에서 하늘(Aurora)로 비상하여 마음의 평화(On My Heart) 속에 세상의 조화(Harmonia Mundi)를 깨닫고 이내 우주(Empyrean)로 나아가 천구의 음악, 우주의 음악(Musica Universalis)을 듣게 되는 식의 서사적 진행을 보인다. 그러니까 결국 이 앨범은 장대한 울림으로 막을 내리는 “Musica Universalis”를 향해 각각의 곡들이 정서적으로 감상자를 이끄는 형식을 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서사적 표현을 위해 마이크 올드필드는 Sinfonia Sfera 오케스트라에게 연주를 맡겼다.  마이크 올드필드의 이번 앨범이 새롭고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보다 이 순수한 어쿠스틱 악기로 이루어진 대형 오케스트라와 함께 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 동안 마이크 올드 필드의 작업들은 전자 악기 중심이었으며 그 또한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연주하는 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첫 앨범 <Tubular Bells>가 그랬고-그래서 더욱 인기를 얻었다- 전작 <Light+Shade>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왜 마이크 올드필드는 이런 클래식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을 생각했을까? 그것은 이전까지 혼자 해온 작업방식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음악적으로 우주의 음악, 인간은 자연과 세계의 일부이고 따라서 인간은 자연과 우주를 존중하고 그래서 천구의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어야 함을 말하기에는 이전의 전자 악기보다 순수한 어쿠스틱 악기들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아무래도 전자악기는 낯선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인공적이니까. 마이크 올드필드 역시 자신의 음악을 대표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였던 일렉트릭 기타를 두고 어쿠스틱 기타로만 연주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염두에 두면서 마이크 올드필드는 편곡에서도 혼자 작업하는 대신 자신과 함께 할 협력자를 찾았다. 그래서 클래식을 전공했고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소프트 머쉰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월드뮤직과 클래식을 적절히 결합한 음악으로 큰 반향을 얻은 Adiemus를 이끌고 있는 칼 젠킨스에게 편곡을 부탁했다. 마이크 올드필드가 칼 젠킨스를 선택했던 것은 1975년 BBC 방송국에서 “Tubular Bells”를 라이브 녹음할 때 칼 젠킨스가 오보에를 연주했던 인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칼 젠킨스가 팝과 록 그리고 클래식을 넘나드는 활동을 해온 만큼 자신의 음악을 잘 이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칼 젠킨스는 편곡에서 대형 오케스트라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클래식적인 맛이 최대한 살아나도록 하면서도 기존 마이크 올드필드의 음악적 색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클래식적인 맛이 강한 사운드를 위해 마이크 올드필드가 협력을 부탁한 사람은 칼 젠킨스만이 아니었다. 그 외에 클래식계의 인물 두 명을 더 불렀다. 바로 10대 시절 데뷔해 막 20대에 접어든 현재 클래식계의 새로운 스타로 자리잡은 소프라노 헤일리 웨스텐라와 역시 20대의 나이에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피아노 연주자 랑랑이 그 두 사람이다. 그래서 헤일리 웨스텐라는 “On My Heart”에서 하늘을 향하는 듯한 비상의 정서를 아름다운 목소리로 표현해 주었으며 랑랑은 앨범 곳곳에서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극적인 연주를 펼친다.

한편 마이크 올드필드의 음악을 지금까지 관심 있게 들어온 감상자라면 이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Harbinger”의 반복되는 테마가 “Tubular Bells”의 테마와 상당히 유사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혹시 또 다른 “Tubular Bells”를 마이크 올드필드가 꿈꾸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언급했다시피 마이크 올드필드에게 “Tubular Bells”는 음악적 원형과도 같기에 이런 의문은 나름 합당하다. 그러나 그 사운드가 주는 정서를 생각하면 꼭 이 앨범을 “Tubular Bells”의 또 다른 앨범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제 첫 앨범 <Tubular Bells>가 다소 음산한 느낌으로 공포 영화 <The Exorcist>의 주제 음악으로 사용되었다면 이번 앨범은 보다 장대한 서사적인 울림을 주며 어두운 공포보다는 인간 승리, 자연의 엄숙함 등에 어울릴 법한 평화와 서정의 정서를 유발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마이크 올드필드가 “Tubular Bells”라는 원형으로 돌아가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Tubular Bells”의 테마를 변용하여 앨범을 시작했던 것이 아닐까? 아무튼 적어도 이 앨범으로 그가 그동안 다소 침체된 인상, 새로운 상상이 필요하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에서 탈피해 이미지 쇄신을 하는데 성공했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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