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oid Ascension – Sunny Kim & Myth Of Mitch (Kang & Music 2008)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표현한 독특한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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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먼저 알려진 서니 김

내가 서니 김(한국 명 김윤선)을 알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새로운 연주자나 보컬의 앨범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인터넷 검색을 해서 Prana Trio라는 트리오의 앨범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그 트리오에 Sunny Kim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때가 2005년이었던 것 같다.

프라나 트리오의 <After Dark>라는 앨범에서 서니 김은 어둡고 신비로운 목소리로 시(詩)처럼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후 그녀에 관해 더 알기 위해 이리 저리 검색을 하면서 그녀의 이름이 김윤선이고 한국인이지만 부모님을 따라 어릴 적부터 말레이지아, 태국을 거쳐 미국 보스톤의 뉴 잉글랜드 음악원에서 공부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졸업 후 미국에서 계속 활동을 해왔는데 놀랍게도 데이브 퓨진스키, 마이클 케인, 랜 블레이크 같은 연주자들과 함께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지난 해에는 진보적 재즈의 거장 로스웰 러드 그룹의 멤버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뉴 포트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선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사실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 연주자들이 누구인가? 다들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인물들이 아니던가? 이들과 함께 할 정도라면 그녀가 미국 내에서도 실력을 인정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그녀는 프라나 트리오 외에 블루 스카이 리서치라는 그룹 활동, 그리고 솔로 활동으로 <Myth Of Mitch: Android Ascension>이라는 자신의 노래와 사운드 콜라쥬에 춤, 무술, 조명, 향기, 이동하는 좌석, 관객 참여 등이 어우러진 독특한 멀티미디어 쇼를 기획해 비평적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 모르는 사이에 혼자서 활발하고 꾸준한 활동을 벌인 그녀가 나는 궁금해졌다. 그래서 간간히 한국에 들어와 국내 연주자들과 공연을 잠깐 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지만 정작 그녀의 노래를 다시 듣기 위해서는 2년여를 기다려야 했다. 그것은 바로 지난 2007년에 발매된 또 다른 실력파 피아노 연주자 배장은의 앨범 <Mozart & Jazz>에서였다. 그리고 이 앨범을 계기로 섰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서 그녀를 만났고 같은 해 겨울 크리스마스에 즈음하여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 <Android Ascension>의 마스터 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앨범을 듣자마자 서니 김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표현력에 감동하고 말았다. 정말 한국 재즈라는 틀 밖에서 보더라도 상당히 신선하고 독창적인 사운드였다.

하지만 내게 마스터 본을 건넬 당시만 해도 서니 김은 앨범 발매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한 시기의 음악적 성과를 기록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다고 한다. 또한 본인 스스로 너무나도 개성이 강한 자신의 음악이 한국에서 이해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앨범 발매를 생각하지 않았던 만큼 말 그대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드러낸 이 앨범을 감상한 사람들은 모두 정식으로 앨범을 발매할 것을 권유하였다.

독특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이 발현된 사운드

앨범 <Android Ascension>을 처음 접하게 되면 먼저 어두운 분위기의 독특한 사운드와 그 사운드의 기저에 깔려 있는 자유로운 상상력에 놀라게 된다. 실제 앨범에서 서니 김은 재즈 외에 힙합, 록, 전자 음악 등의 장르를 자유로이 가로지르고 콜라주 하여 그녀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작업 방식에 있어 뷰욕(Bjork)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한편 그녀는 필요에 따라 자신의 보컬에도 디스토션 등의 이펙터를 걸어 사운드에 맞추어 왜곡시키기까지 했다. 이것은 그녀가 자신의 단순히 노래하는 보컬로서 규정하지 않고 음악의 모든 부분을 총체적으로 생각하는 아티스트적인 자세를 견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 혼합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을 재즈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이 복잡하게 보이는 사운드가 실제는 오버더빙 없이 녹음되었다는 것이다. 즉, 재즈 특유의 현장의 즉흥성을 살리며 녹음했다는 것이다. 즉, 다양한 샘플의 교차, 서니 김의 목소리에 걸린 미묘한 효과들 모두가 믹싱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자리에서 조율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녹음이 라이브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Myth Of Mitch 밴드 멤버들의 강력한 조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데이비드 브라이언트(펜더 로즈 피아노), 사샤 브라운(기타) 제이슨 나자리(드럼), 로랑 브론델(일렉트로닉스) 등으로 구성된 밴드의 멤버들은 멀티미디어 쇼부터 서니 김과 함께 하며 호흡을 맞추어 온 사이다. 그리고 이 앨범을 녹음하기 위해 일년여에 걸쳐 리허설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함께함은 단순히 사운드의 정교함을 완성시키는 것을 넘어 서니 김의 상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현하는 데까지 상승했다. 사실 나는 아무런 정보 없이 처음 이 앨범을 받았을 때 모든 것을 서니 김 혼자 했으리라 추측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토록 개인적인 사운드가 만들어질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각 멤버들이 단순한 연주자로서가 아니라 서니 김과 꾸준한 대화로 사운드의 방향을 함께 설정하는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앨범에 참여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연주자의 개인적 존재감보다 서니 김의 상상력에 기반을 둔 사운드가 우선적으로 드러나는 앨범이 만들어 질 수 있었다고 본다.

존재론적 화두와 표현주의적 사운드

한편 이렇게 낯선 사운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다 보면 그렇다면 무엇이 그녀에게 이토록 어둡고 기괴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는가 의문이 들 것이다. 사실 이 앨범은 그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언급한 그녀의 멀티미디어 쇼에서 사용된 음악을 새로 녹음한 것이다. 즉, 하나의 화두가 있고 이를 기준으로 각각의 곡들이 서사를 형성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앨범을 멀티미디어 쇼의 사운드트랙 정도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멀티미디어 쇼 이후 새로운 녹음 기획과 마스터링을 통해 독자적인 음악으로 탈바꿈 시켰으니 말이다. 따라서 청각, 시각 그리고 후각적 요소까지 동원되었던 멀티미디어 쇼와 달리 오로지 청각에만 호소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음악적 의미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서니 김은 멀티미디어 쇼 공연부터 공개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인조인간의 승천”이라는 타이틀과 각 수록곡의 제목과 가사를 살펴보면 앨범이 존재에 대한 무게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앨범의 화두에 대해 더 이상의 언급을 자제한다. 나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나 역시 서니 김처럼 여러분의 자유로운 상상을 위해 내 상상을 섣불리 밝히지 않겠다. 오히려 나는 감상자 여러분의 상상이 더 궁금하다.

한편 나는 앨범의 진정한 매력이 철학적 화두가 아니라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한 사운드에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음악 그 자체가 아니던가? 특히 앨범의 사운드가 철학적 주제와 상관없이 각 수록곡들이 추상적, 은유적이기 보다 철저히 표현적인 면을 보인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앨범 수록곡들의 제목이나 가사의 내용을 생각하며 감상을 하면 모든 곡들의 사운드가 즉물적(卽物的)이다 싶을 정도로 서니 김의 상상에 밀착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실제 첫 곡 “Being”은 사운드부터 감상자를 저절로 존재에 대한 사색에 빠지게 만든다. 앨범에서 유일한 외부 곡인 “So Nice”는 어떤가? 평소 달콤한 보사노바로 해석되어왔던 이 곡을 서니 김은 파격적이게도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바꾸어 새로운 상상을 자극한다. 한편 제목처럼 거칠게 폭발하는 듯한 분위기의  “Explode”, 괴로운 듯한 서니 김의 신음이 머리를 쭈뼛 서게 만드는 “Work In Progress”, 그리고 이어지는 희망적인 “Everywhere”, 첫 곡 “Being”의 강한 변주곡 “Restart”, 앨범 내내 이어졌던 긴장과 갈등을 모아 절정을 향해 상승하는  “Eternal Life” 모두 가사의 내용이나 제목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나아가 이 곡들을 모아 거시적으로 바라보면 명확한 하나의 서사가 떠오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감상자만의 개인적 상상인지 아니면 서니 김이 애초에 의도했던 상상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상상 그 자체가 중요할 뿐이다.)

그런 만큼 이 앨범은 감상에 있어 보컬의 기교가 어떻다느니 특정 악기의 솔로가 어떻다느니 하는 식의 일반적인 재즈 감상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감상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다고 어떤 새로운 감상 형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평소보다 더 큰 집중과 상상으로 앨범을 감상한다면 커다란 쾌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하자

이 앨범은 서니 김의 이름으로 발매되는 첫 번째 앨범이다. 따라서 (이미 배장은의 앨범을 통해서 만날 수 있기는 했지만) 많은 감상자들이 이 앨범으로 서니 김에 대한 첫 인상을 판단할 것이라 생각된다. 만약 그렇다면 그 첫인상을 유보하기 바란다. 사실 이 앨범은 사운드 자체가 하나의 생명력을 지닌 실체로 감상자를 압도하기에 그 사운드를 서니 김이 만들었지만 서니 김을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서니 김의 음악 가운데 특정 시기를 정리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 즉,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해 겨울 내가 보았던 서니 김은 재즈 스탠더드를 사랑스럽게 노래하는 전통적인 재즈 보컬이었다. 이것은 프라나 트리오나 배장은의 앨범에서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이 밖에 세계 한인의 날 기념 코리안 페스티벌, 대만 타이충 페스티벌, 서울 미팅 프리 뮤직 페스티벌 등의 다양한 성격의 음악 축제 참여, KBS 국악 관현악단, 벤 몬더 등 다양한 개성을 지닌 국내외 연주자 혹은 단체와의 협연을 보면 그녀가 앞으로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보컬, 사운드의 기획자로서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하게 된다. 마치 한 영화 배우가 자신만의 아우라를 유지한 채 SF/액션 영화에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까지 멋지게 소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이 앨범 한 장으로 서니 김의 음악, 보컬은 어떻다라고 정의하기 전에 이후 그녀의 활동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 보자. 그 관심만큼 그녀의 행보를 따라가는 즐거움을 분명 얻을 수 있으리라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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