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drigo Y Gabriela – Rodrigo Y Gabriela (ATO Records 2006)

Rodrigo Y Gabriela – Rodrigo Y Gabriela (ATO Records 2006)

상상 그 이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환상적인 어쿠스틱 록 듀오

우리는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하고픈 일을 하며 걱정 없는 행복한 삶을 누리길 바란다. 그런데 성공한 상태, 행복한 상태를 꿈꿀 뿐 그 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그래서 현실에 적응한다는 이유로 꿈을 잊거나 꿈을 그저 꿈으로만 남기곤 한다. 우리가 살면서 배우는 많은 교훈들이 말하듯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꿈을 이루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이 더욱 커진다. 이 말은 꿈을 위해 때로는 불확실한 현실에 몸을 던질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절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멕시코 출신의 기타 듀오 로드리고 (산체스)와 가브리엘라 (퀸테로)는 현재 그들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꿈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록으로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많은 무명 연주자들처럼 그들 또한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은 10대 시절 로드리고가 활동하고 있던 헤비 메탈 그룹 티에라 아시다(산성화된 지구)에 가브리엘라가 가입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여러 클럽에서 활동에도 불구하고 헤비 메탈 밴드로는 성공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경제적인 상황도 그들을 돕지 않았다. 그래서 가브리엘라는 동네 아이들에게 평소 좋아했던 메탈리카의 기타 리프 연주법을 가르치고 로드리고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등 다른 일을 해야 했다. 심지어는 호텔 바에서 록과는 거리가 먼 보사노바를 연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지켰던 원칙이 있었는데 그것은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었다.

헤비 메탈로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판단한 그들은 보다 다양한 음악을 접하자는 마음으로 멕시코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멕시코의 서부도시 Ixtapa에서 모든 악기를 팔고 그 돈으로 간신히 편도 항공권을 구입하여 아일랜드로 떠났다. 하필 아일랜드로 떠났던 것은 그들에게 아일랜드가 가장 낯선 곳으로 비추어졌기 때문이었다. 낯선 곳이었던 만큼 아일랜드에서의 활동도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호텔 바에서 결혼식 파티, 갤러리 개장 파티 등으로 연주 장소가 바뀌었을 뿐 여전히 가벼운 라틴 계열의 음악을 연주해야 했다. 그래도 헤비 메탈에 대한 열정을 라틴 계열의 연주 가운데 은근히 드러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 막연하지만 끊임 없는 열정이 결국에는 듀오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멕시코보다 록을 선호했던 아일랜드의 감상자들이 이들의 연주에 반응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듀오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을 거쳐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면서 현지의 다양한 연주자들과 협연을 하면서 음악적 역량을 키웠다. 그렇게 연주 여행을 하면서 듀오는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와 2003년 앨범 <Re-Foc>를 녹음했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듀오는 본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로드리고와 가브리엘라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추어적이다 싶을 정도로 라이브 연주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음악적인 측면보다 현장의 분위기에 더욱 민감한 크고 작은 파티에서 가졌던 수 많은 공연은 듀오에게 다채로운 표현력을 기르게 했다. 앨범을 발표한 후에도 이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이어나갔다. 그와 함께 이들의 화려한 호흡이 입소문이 나면서 미국 NBC 방송국의‘제이 레노의 투나잇 쇼’나 CBS 방송국의 ‘레이트 레이트 쇼’ 등의 TV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보다 폭 넓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듣고 있는 앨범 <Rodrigo Y Gabriela>는 로드리고와 가브리엘라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라디오헤드나 뮤즈의 앨범을 제작했던 명 프로듀서 존 렉키가 제작을 담당하여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발매 후 아일랜드에서는 2006년 발매 당시 최고의 화제를 얻고 있었던 아틱 몽키즈와 자니 캐시의 앨범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두었으며 그 밖의 유럽 및 일본, 미국에서 평단의 호평과 함께 대중적 호응을 이끌어냈다.

앨범을 들으면 제일 먼저 놀라게 되는 것은 단 두 대의 어쿠스틱 기타로 이루어진 사운드가 무척이나 거대하고 정교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두 연주자의 탁월한 연주력 때문인데 그렇다고 두 연주자가 흔히 기타 연주의 기교 하면 떠오르는 빠른 속도의 연주에 전념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두 연주자는 기타를 하나의 대상으로 두고 그 안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소리들을 마치 연구자처럼 탐구한다. 그리고 그 소리들을 동시에 발산한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하는 연주이지만 그 이상의 연주자가 참여한 듯한 환상적인 효과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효과에는 리듬기타를 담당하고 있는 가브리엘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녀는 단순한 리듬 기타 연주자에서 벗어나 사운드의 규모와 전체적인 구조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그녀는 리듬, 베이스, 타악기의 효과를 어쿠스틱 기타로 모두 해결한다. 이것은 듀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진 동영상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그녀는 오른 손 손바닥 그리고 각각의 손가락을 사용하여 정교한 타악기 리듬을 연출하는 동시에 에너지 넘치는 리프를 시종일관 분출한다. 그리고 그 리프는 뮤트 등 현의 다양한 운지, 피크와 손가락의 다채로운 사용, 그리고 스트로크 위치의 변화 등을 통해 복합적인 면모를 보인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그녀의 멀티 플레이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로드리고의 솔로 연주를 제외한 모든 부분, 타악기, 베이스, 리듬 기타가 그녀의 손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을 듣다 보면 마치 하나의 서커스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보통 화려한 기타 연주라 하면 솔로 연주에 먼저 시선을 두게 되는데 이 듀오의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로드리고의 역할이 미미하다고 볼 수는 없다. 가브리엘라의 환상적인 지원 아래 펼치는 그의 솔로 또한 선율의 이어감을 넘어 기타에 내재된 다양한 질감의 소리를 연주에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색다른 기교를 중심으로 연주한다고 하지지만 그렇다고 두 연주자가 세계의 유명한 기타 연주의 대가들에 필적할만한 실력을 지녔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두 연주자 또한 자신들을 비루투오조처럼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대신 두 연주자는 개인의 화려함 이전에 서로 어울려 오케스트라만큼의 뛰어난 조화에 더 신경을 쓴다. 실제 이들의 연주에 담긴 매력은 개개인의 돋보임이 아니라 함께 하나가 되어 둘 이상의 환영을 만들어 내는 어울림에 있다. 또한 그 어울림에는 록에 대한 두 연주자의 애정이 깊게 담겨 있다.

이렇게 두 연주자의 기교적인 측면에 놀라고 나면 그제서야 이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이 들어온다. 그렇다면 이들의 음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처음 이들의 음악을 듣기 전에 알디 메올라, 파코 데 루치아, 존 맥러플린의 유명한 스패니시 기타 트리오 연주나 그 밖의 뉴 에이지로 통상 분류되는 평범한 연주 음악을 기대했다. 그런데 이들의 음악은 기존의 장르적 구분을 가로지른다. 다양한 음악적 측면이 두 대의 기타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도 제일 먼저 원래 기타로 화려한 기교를 요구하는 플라맹코 음악이 떠오를 것이다. 실제 ‘Tamacun’,‘Diablo Rojo’, ‘PPA’등 곳곳에서 멜로디나 분위기의 측면에서 스페인적인 색채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뿐만이 아니다. 둘이서만 하는 연주를 포기하고 헝가리안 바이올린 연주자 로비 라카토스와 함께 한 ‘Ixtapa’의 경우 집시 음악의 전통도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월드 뮤직적인 요소들은 어디까지나 듀오의 음악에 일부를 차지할 뿐이다. 실제 두 연주자는 각종 인터뷰에서 그들의 음악을 플라맹코로 규정하려는 것을 적극 거부하곤 한다. 플라맹코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플라맹코를 연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화려한 손놀림과 리듬 정도?

듀오를 지배하는 주요 음악은 여전히 헤비 메탈이다. 듀오가 그토록 다양한 기교와 몸놀림으로 화려하고 역동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쿠스틱 기타 두 대로 헤비 메탈의 거대한 사운드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레드 제플린의 명곡 ‘Stairway To Heaven’과 메탈리카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Orion’을 통해 잘 느낄 수 있다. 록의 명곡을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화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주된 테마를 가져와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에 맞추어 연주하면 된다. 그러나 레드 제플린과 메탈리카를 연주하는 두 연주자의 모습은 라틴적인 분위기에 록의 테마를 가져다 놓는 차원이 아니다. 헤비 메탈의 차원에서 이 명곡들의 주요 부분을 두 대의 기타에 적절히 배분하여 함축적으로 연주한다. 그래서 두 곡을 듣다보면 원곡의 멜로디 보다는 그 아래 사운드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었던 기타 리프와 브리지 등이 먼저 느껴진다. 특히 ‘Orion’의 경우 메탈리카의 원곡을 어쿠스틱 사운드에 거의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인상을 준다

다른 곡들에서도 라틴적인 색채를 걷어내면 록의 형식적인 측면을 두 연주자가 충실히 다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서사적인 진행이 그렇다. 그 가운데 나는‘Ixtapa’야 말로 듀오의 음악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곡이라 생각한다. 이 곡은 전반부에는 라틴적인 색채가 강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긴장감 넘치는 브리지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완벽한 헤비 메탈의 색채, 극적인 긴장을 서서히 고조시키고 폭발해버리는 건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헤비 메탈의 분위기에서 라틴 스타일의 연주를 결합한다. 말하자면 각각의 요소를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 총합을 무엇이라 말하기 어려운 듀오의 음악을 그대로 드러내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한편 두 연주자가 라틴 음악과 록이 어우러진 음악을 하게 된 것은 태생적인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라틴의 정열을 타고난 멕시코 출신이기에 헤비 메탈의 형식에 라틴의 정서를 절묘하게 결합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이것은 덴마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Diablo Rojo’(코펜하겐의 한 놀이공원에 설치된 롤러코스터의 이름)와 ‘Viking Man’등이 지역적인 분위기보다 라틴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Ixtapa’, ‘Juan Loco’,‘Tamacun’ 등이 멕시코와 관련된 추억,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서 듀오의 음악에 내재된 라틴적인 색채가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임을 생각하게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지명도가 미미하지만 두 연주자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Rodrigo Y Gabriela>이 큰 역할을 했다. 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공연을 갖고 그 공연을 수록한 라이브 앨범까지 발매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 이들의 공연 영상을 보았는데 관객과의 호흡이 상당했다. 보통의 어쿠스틱 기타 듀오와는 다른 록 그룹의 공연장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부디 국내에서도 이번 기회에 두 연주자의 음악이 큰 호응을 얻고 그 뜨겁고 환상적인 연주를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뛰어난 연주자들은 실력을 인정받고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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