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Garden – 꽃별 (Pony Cannyon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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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 음악과 일반 감상자간의 간격

주로 재즈와 월드 뮤직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그동안 집시, 플라멩고 그리고 최근의 인디언 음악까지 다양한 세계의 전통 음악들이 국내에 수용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왜 우리 음악은 그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고민을 해왔다. 말 그대로 이미 우리 것이기에 그만큼 소중함을 깨닫지 못해서일까? 그런데 이러한 고민의 과정에서 느꼈던 점은 다양한 월드 뮤직들이 국내의 일반 감상자들에게 이해되는 경우는 그 새로운 음악이 감상자의 기존 음악 경험에 크게 위배되지 않았을 때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집시 음악이 집시 음악 그 자체로 이해되기 이전에 이미 널리 국내에 알려진 대중 음악들과 공통되는 부분이 있었고 또 그것이 먼저 귀에 들어왔기에 이해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감상자들은 음악의 스타일이나 진정성에 대한 고민 이전에 듣기에 좋은 음악을 우선적으로 수용해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우리네 전통 음악은 아쉽게도 현재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가기 곤란한 점이 많다. 이것은 우리 전통 음악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새 서양의 음악 형식에 길들여진 우리의 귀, 우리의 취향 때문이다. 매우 안타까운 일인데 그렇다고 마냥 감상자들을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은 즐거움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감상자들에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결국 제일 좋은 것은 많이 벌어진 우리 전통 음악과 일반 감상자들의 취향간에 생긴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새로운 대안 음악을 찾아 내는 것이다. 즉, 우리 전통 음악과 다른 스타일의 서구형 음악들이 그저 장르라는 분류로 명확하게 나뉘지 않고 그 사이에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는, 월경(越境)을 가능하게 만드는 음악을 보다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범 아시아적인 꽃별의 음악

지금까지 많지는 않지만 우리 음악을 기반으로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음악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져 왔다. 그리고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는 우리의 젊은 해금 연주자 꽃별의 두 번째 앨범인 <Star Garden>도 이러한 간극을 메우는 새로운 음악을 담고 있다. 하지만 꽃별의 음악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신예 연주자로서는 과감하다고 할 정도로 기존과는 다른 보다 발전적인 시도를 담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제작된 국악과 양악의 크로스오버 앨범들은 그 결합 자체에 더 많은 의미를 두고 있었다. 즉, 우리 전통 음악도 이러한 현대적 변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더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꽃별은 우리 음악의 폭넓은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범 아시아적인 음악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유사 음악들과 다르게 드러난다.

한국적인 것의 현대화를 넘어선 보다 확장된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살펴보면 쉽게 확인된다. 일단 꽃별 본인의 작곡 외에 일본인 작곡가의 곡이 4곡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러한 일본 작곡가의 곡을 연주한 이유는 이 앨범이 일본에서 제작되었고 우선 일본의 감상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이 곡들에서 일본색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미 일본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음악의 종다양성을 누구보다 잘 인정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뛰어난 월드 뮤직 앨범들을 제작하고 있지 않은가? 실제 일본의 유명한 창가라고 하는 “칠석” 같은 곡에서는 “고쟁(古箏)”이라는 중국의 전통 악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꽃별이 작곡한 3곡 역시 굳이 한국적인 느낌이 배어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고집하려 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이 앨범에 담긴 꽃별의 연주들은 일본, 중국, 한국 등 특정 국가가 아닌 최소한 동아시아의 어느 국가에도 어울리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여러 상이한 전통 음악 요소들을 혼합한 가상의 민속 음악 (Imaginary Folklore)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데 꽃별의 음악도 아시아적 가상의 민속음악이라 하겠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꽃별의 정서

이미 필자는 일반 감상자들이 진지한 음악적 성찰 이전에 그 음악의 정서적 친근감부터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꽃별의 앨범은 어떨까? 1집의 “꽃 “이라는 주제에 이어 이번 앨범은 “별”을 주제로 모든 곡이 작곡되고 선곡되었다. 자기 자신을 알리는 것인 동시에 매우 정서적인 주제라 하겠는데 실제 모든 연주곡들은 아주 쉽게 감상할 수 있는 편안한 것이다. 실제 앨범의 평화로운 오후의 한 때를 묘사하듯 편하게 흐르는 해금의 선율이 친숙한 “도라지”를 시작으로 동양적 신비감 속에서 아련한 영화의 마지막을 연상시키는 “Asian Moon”, 잃어버린 소박함의 정서를 일깨워주는 “해변의 노래”, 제목만큼이나 낭만적 풍경을 제시하는 “올려다봐요 밤하늘의 별을”까지 앨범의 모든 곡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음악적으로도 그렇게 낯설지가 않다. 그것은 앨범의 모든 곡들이 매우 선율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고 악기의 사용이나 편곡에 있어서도 현대 대중 음악적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어! 이 악기가 뭐지? 새롭네? 이게 해금이었어?”라는 반응을 이끌어 낼 수는 있어도 “음악이 낯설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감상자는 아마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친근한 정서의 표현은 꽃별의 다음 발언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작곡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걸어가면서도 흥얼흥얼 할 수 있잖아요. 그걸 악보에 옮기기만 하면 작곡이 되는 거죠. 저도 작곡을 배웠는데, 1년 정도 그 느낌을 배운 것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생각을 어떻게 정리를 해 나가야 하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지를 배웠거든요. 화성학보다는 감정적인 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를 배워서 썼어요.”

꽃별에 대한 바람

이 앨범을 들으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앨범이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2001년 여름에 한국 전통 음악가 김용우의 밴드 멤버로서 일본에 갔다가 일본 음악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두 장의 앨범을 제작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우리 연주자의 가능성을 외국인이 먼저 발견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안타깝다. 그만큼 우리의 제작 환경이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일인데 부디 다음 앨범부터라도 한국에서 제작되어 아시아로 배포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사실 이것은 제작자만의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 감상자들의 몫인 것이다. 우리가 꽃별 같은 우리의 음악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연주자에게 관심을 갖는다면 이러한 어려움은 더 이상 없는 것이다. 그리고 꽃별의 음악은 애국심이 아니라 음악적 이유만으로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매력이 충분히 있다.

한편 꽃별의 음악에 대해 관점에 따라 이러저러한 이견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가능한 상이한 평가들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꽃별의 음악이 우리 전통 음악과 다른 음악간의 거리를 좁히는데 큰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전통 음악적 요소가 대중 음악의 영역으로 지속적으로 들어온다면 순수한 우리 전통 국악도 감상자가 호불호를 결정하기 이전에 낯설고 이해가 쉽지 않은 음악으로 머물지 않고 일상에서 감상할 수 있는 여러 음악들 중 선택 가능한 음악으로 인정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어찌보면 꽃별의 역할은 생각 이상으로 막중한 것일 수도 있다. 부디 지금처럼 우리 것을 무시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보수적이지도 않은 입장에서 현재의 대중에게 쉽게 다가서는 이런 음악을 계속 큰 의지를 갖고 꽃별이 계속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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