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gus Ah Um – Charles Mingus (Columbia 1959)

보통 찰스 밍거스는 아방가르드 재즈 연주자로 구분된다. 그런데 이러한 정의는 찰스 밍거스에 대한 부분적 진실을 반영할 뿐이다. 찰스 밍거스는 분명 진보적 성향의 연주자였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는 바니 비가드의 스윙 밴드를 거쳐 비밥 혁명을 이끌었던 베이스 연주자였고 무엇보다 뛰어난 작곡가였다.

밍거스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앨범

1959년 5월 5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녹음된 <Mingus Ah Um>은 보통 밍거스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안내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앨범이다. 콜럼비아 레이블에서의 첫 녹음을 담고 있는 이 앨범엔 밍거스의 음악 세계를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싱싱한 형태로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은 밍거스가 결코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움 그 자체만을 추구하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그보다 밍거스는 과거의 것들을 재단하여 새롭게 만들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이 앨범을 감상해 보면 가스펠 중심의 교회 음악, 스윙, 비밥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적절히 섞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다소 긴장감 있는 그의 베이스 인트로로 시작되는 앨범의 첫 곡 “Better Get Hit In Yo’Soul”의 경우 밍거스가 가스펠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 밖에 앨범 녹음 두 달 전에 사망한 색소폰 연주자 레스터 영에 대한 추모곡 “Good Bye Pork Pie Hat”, 찰리 파커에서 영감을 얻은 “Bird Calls”, 밍거스의 우상이었던 듀크 엘링턴에 대한 3부작 헌정곡 “Open Letter To Duke”, 역시 젤리 롤 모튼에 대한 헌정곡 “Jelly Roll”같은 선배 연주자들과 관련된 곡들은 모두 밍거스가 과거를 매우 존중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이러한 밍거스의 과거 존중의 자세에도 불구하고 그의 곡들이 기존의 스타일과 차이를 보인다면 그것은 밍거스가 이 익숙한 요소들을 혼합하여 새로운 음악으로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Boogie Stop Shuffle”을 감상해 보자. 필자에게는 클래식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연상시키는 이 곡의 인상적인 첫 테마부분이나 솔로 연주에 대응하는 반주 부분의 진행 방식은 여러모로 스윙의 편곡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 곡이 주는 느낌은 결코 스윙이 아닌 다른 것이다. 바로 여기에 작곡가 밍거스의 재능이 있는 것이다.

한편 밍거스는 평소 행동이 매우 거칠어 주변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고 전해지지만 그의 작곡은 그 누구보다 매우 풍부한 감정을 드러내곤 했다. 예로 앨범의 두 번째 곡 “Good Bye Pork Pie Hat”을 들어보자. 혼 섹션에 의해 연주되는 비장미 넘치는 테마에 이어 연주되는 존 핸디의 테너 색소폰 솔로는 전통적인 어법에 충실하면서 슬픔과 애상의 깊은 감정의 파장을 이끌어 낸다. 반대로 “Fables Of Faubus”의 테마는 매우 해학적이고 이후 다양한 템포의 변화 속에서 이어지는 솔로와 합주 역시 무성영화의 사운드 트랙을 연상 시킬 정도로 낭만과 유쾌함이 번갈아 드러난다. 이러한 해학적인 맛은 흥겨운 랙타임에서 영감을 얻은 “Jelly Roll”에서도 다시 한번 반복된다.

이처럼 과거를 존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움을 만드는 밍거스,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음악을 들려주지 않고 감정이 풍부하게 드러나는 곡을 작곡하는 밍거스의 모습은 막연하게 아방가르드라는 수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해 가능한 찰스 밍거스의 자유

물론 이 앨범에서도 진보적인 밍거스의 성향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 진보적인 면들은 조금만 마음을 연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앨범에 담긴 음악들이 당시 성행하던 스타일과 다소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결코 어렵다고 할 수 없는 것들임을 생각하자. 결코 밍거스의 음악은 프리 재즈가 아니었다. 사실 앨범의 각 곡들이 기존의 곡들에 비해 템포의 변화도 다양하고 솔로 연주들은 집단 즉흥 연주의 느낌이 강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밍거스는 결코 무한정의 자유를 추구하지 않았다. 실제 겉으로 보이는 생경함을 뒤로 하고 각 곡들의 즉흥 솔로 연주를 차분하게 살펴보면 의외로 기존의 밥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들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악기의 역할을 세세하게 분배하고 있는 곡의 구조와 콘트라스트를 형성하기에 보다 자유롭게 들릴 뿐이다. 한편 이 앨범의 수록 곡 대부분이 7중주의 편성으로 녹음되었다는 것도 찰스 밍거스만의 음악적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소 편성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크고 빅밴드라고 하기엔 작은 이 편성으로 밍거스는 작은 편성의 연주에서 느낄 수 있는 섬세하고 개인적인 정서와 빅 밴드 같은 대규모 편성에서 느낄 수 있는 시원하고 힘있는 사운드의 느낌을 동시에 표현해 냈다.

필자는 이 글을 위해, 그리고 1999년 새롭게 CD로 발매하면서 보너스 곡 3곡이 추가되었고 오리지널 LP에 편집된 형태로 수록되었던 6곡이 온전하게 복원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이 앨범을 다시 감상을 해보았다. 여전히 그 느낌은 새롭고 신선하다. 현대 재즈가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양상들의 단초를 담고 있다고나 할까? 이미 익숙한 곡들임에도 그 진행 방식은 지금 막 발매된 앨범을 듣는 듯한 새로움을 준다. 결국 밍거스의 아방가르드는 무조건 무질서와 난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새로움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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