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Time! The Count Meets Duke – Duke Ellington Orchestra & Count Basie Orchestra (Columbia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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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재즈사에서 대표적인 빅밴드를 이야기 한다면 누구나 주저없이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와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를 꼽는다. 이 두 오케스트라는 각기 상당한 대중적 인기를 모았고 그 비슷한 위치로 인해 많은 호사가들의 비교 대상이었다. 왜 있지 않은가? 누가 더 뛰어나다 식의 답도 없고 쓸모 없는 논쟁 말이다. 사실 이 두 오케스트라는 그 인기의 정도는 서로 유사했지만 각기 확연히 구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 이 두 오케스트라의 스타일이 같았다면 분명 어느 한 쪽은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Battle Royal”

그런데 이러한 호사가들의 유치한 생각은 의외의 멋진 세션을 기획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이 두 오케스트라를 한 공간에 놓고 배틀(Battle)을 시키자는 것이었다. 즉, 잔인하게도 두 오케스트라를 우리에 가두어 놓고 서로 피흘리며 싸우는 것을 보고자 했던 것이다! 앨범의 첫 곡이 “Battle Royal”인 것도 이러한 의도가 반영된 것이었다. 제작을 담당한 콜럼비아사측은 이 곡을 앨범 타이틀로 하고 백작(Duke)과 공작(Count)간의 치열한 대결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표지를 채우고 싶었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기획이 그들이 당시보다 훨씬 더 젊었을 무렵에 기획되었더라면 그 결과가 어떠했을 지 모르겠으나 이미 노년기에 접어들었던 두 오케스트라의 리더 듀크 엘링턴과 카운트 베이시는 싸움꾼과는 거리가 멀었다. 약 25년간 빅 밴드 재즈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었던 이들은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강한 라이벌 의식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상호 깊은 경외감과 친근감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 앨범의 오리지널 라이너 노트를 살펴보면 카운트 베이시는 듀크 엘링턴이 언제나 자신의 우상이었다고 떳떳하게 밝히고 있으며 듀크 엘링턴 역시 카운트 베이시를 스윙의 에센스 중의 에센스라고 칭송하고 있다. 그래서 양측의 이 역사적인 만남은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가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를 손님 접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앨범의 화두는 경쟁이 아닌 조화가 되었다.

개성이 드러나는 조화로운 만남

그렇다면 어떻게 만남은 진행되었을까? 사실 듀크 엘링턴과 카운트 베이시의 개인적 만남이 아닌 거대한 두 오케스트라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이 앨범의 녹음을 위해서는 두 리더가 보여주었던 상당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이를 반영한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했다. 이 부분에서 두 리더는 환상적인 협력을 보여준다. 그것은 보통 하나의 오케스트라 내에서 섹션 단위로 나누어 편곡을 하던 것을 확장시켜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섹션으로 보고 이를 단위로 편곡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솔로 연주 역시 한쪽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추어 다른 쪽 솔로 연주자가 솔로를 펼치는 식의 균형이 중시되었다. 자신의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던 두 리더 역시 함께 피아노를 연주했음은 물론이다. 한편 녹음에 있어서도 이들은 오른쪽 채널에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가 왼쪽 채널에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가 위치하는 식으로 함께 하면서도 서로의 연주 영역은 확실하게 존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러한 방식은 어찌보면 결국 배틀이 아닌가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한 공간에서 두 오케스트라가 동시에 연주할 경우 각각의 오케스트라에 고유한 특징이 무시되고 이로 인해 조화와 거리가 먼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사운드가 연출될 위험이 있으므로 이것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리고 실제 앨범을 들어보면 채널을 나누고 역할을 나눈 이 두 오케스트라의 합주가 얼마나 각각의 개성을 보기 좋게 드러내면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두 오케스트라는 서로 번갈아 연주를 하건 아니면 합주를 하건 템포나 사운드의 질감에 있어 각각의 개성에 따라 미묘한 어긋남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긴장은 전체 사운드를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 문제의 첫 번째 트랙 “Battle Royal”이나 마지막 트랙 “Jumpin’ At The Woodside”를 감상해 보기 바란다. 주고 받음, 힘의 균형과 각각의 개성적 색채가 잘 느껴질 것이다. 한편 두 리더의 역시 역할을 잘 분담하여 조화롭게 피아노 연주를 했는데 서로의 연주에 반응하며 정겹게 보조를 맞춰 나가는 모습은 분명 이 앨범의 백미 중의 하나이다.

멋진 보너스 트랙들

한편 이번 앨범에서는 미 공개 5 트랙을 비롯 총 7 트랙이 보너스로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Take The A Train”과 “Battle Royal”의 보너스 트랙은 단순히 얼터너티브 테이크 뿐만 아니라 그 연주 직전 스튜디오의 흥미로운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다. 자기 역할이 없어 기분이 상한 카운트 베이시를 위해 듀크 엘링턴이 피아노 인트로만 연주하고 즉흥 솔로는 카운트 베이시가 하도록 배려한다거나 (Take The A Train) 박자가 희미한 듀크 엘링턴의 색다른 피아노 인트로를 리듬 섹션이 따라가기 어려워 새로운 방식의 인트로를 대화를 통해 즉석에서 고안해 내는 (Battle Royal) 등의 상황은 당시 스튜디오가 얼마나 부드러웠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의 두 멤버 후안 티졸과 캣 앤더슨간에 다툼이 있었고 이로 인해 즉석에서 후안 티졸이 오케스트라를 탈퇴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시원시원한 싸움을 기대했었던 호사가들의 기대와 달리 서로에게 양보하고 웃음을 짓는 평화로운 연주가 담겨 있는 이 앨범은 어쩌면 심심한 것으로 비추어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두 오케스트라는 재즈 연주란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연주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함을, 그리고 그럴 때 드러나는 차이는 우열의 가치로 판단할 수 없는 개성임을 음악으로 말하고 있다. 이 두 오케스트라가 공히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톨레랑스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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