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na Roso – PJEV, Kit Downes, Hayden Chisholm (Red Hook 2023)

다양한 공간과 문화의 신비로운 어울림

대부분의 국내 감상자들은 킷 다운스의 이름을 발견하고 이 앨범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영국 출신 피아노 및 오르간 연주자가 ECM 레이블을 통해 발매했던 앨범들이 무척 인상적이었으니 말이다. 이에 비해 뉴질랜드 색소폰 연주자 헤이든 치솔름이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출신의 여성 5인조 아카펠라 그룹 PJEV는 생소할 것이다.

그런데 이 앨범은 색소폰 연주자와 PJEV의 리더 조바나 루키치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세르비아베오그라드의 한 클럽에서 만난 두 사람은 상이한 음악 이력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음악에 이끌렸다. 특히 색소폰 연주자는 PJEV가 노래하는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 발칸 반도의 전통 음악에 매료되어 이들의 음악을 공부하고 자신의 색소폰이 그 속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마도 질감은 다르겠지만 힐리어드 앙상블과 색소폰 연주자 얀 가바렉의 어울림과 비슷한 울림을 만들어냈을 것이라 상상한다.

이렇게 두 보컬 앙상블과 색소폰의 어울림이 이루어진 후 킷 다운스가 추가되었다. 킷 다운스는 2018년도 앨범 <Obsidian>에서 자신의 오르간과 색소폰이 어우러진 음악을 선보인바 있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자신의 오르간에 색소폰과 아카펠라 보컬이 함께 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 시작은 색소폰과 보컬 앙상블의 만남에서 시작되었지만 음악은 오르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독일 쾰른의 아그네스 교회의 오르간이 만들어 내는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공간감에 PJEV의 독특한 음색으로 노래가 흐르고 색소폰이 부유한다. 하지만 의외로 오르간-보컬-색소폰이 함께 한 곡은 없다. 색소폰은 9곡의 발칸반도 전통 곡 사이에 배치된 “Interlude”에서 오르간과 듀오 형태로 드러날 뿐이다. 대신 헤이든 치솔름은 인도 전통악기인 슈루티 박스와 아날로그 신시사이저 등을 연주했다. 아마도 PJEV가 부른 발칸 반도의 전통 노래에 담긴 신비롭고 순수한 맛을 더 잘 살리려 이런 선택을 한 것 같다.

따라서 앨범은 재즈나 클래식보다는 민속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긴 시간 동안 이름 모를 동굴 깊숙한 곳에 보존된 발칸 반도의 신비를 그리게 한다. 하지만 이 경우 가사를 이해할 수 없는 감상자들은 곡의 의미와 깊이를 제대로 맛보기 어렵다. 그저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그 소리의 감상이 나름 재미 있다. 너른 대상을 향한 연주와 음악은 아니지만 목소리, 오르간, 색소폰의 어울림이 만들어 낸 상승의 음악 그리고 그것이 한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널리 퍼지는 듯한 확장된 공간감이 특정 종교와 상관 없는 경건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로 이끈다. 언급했던 힐리어드 앙상블과 얀 가바렉의 공동 앨범, 킷 다운스의 <Obsidian> 그리고, 키스 자렛의 <Hymns/Spheres> 같은 앨범에 만족했던 감상자라면 이 앨범도 마음에 들 것이다.

한편 이 앨범은 우리 제작자 정선이 자신의 레이블에서 제작한 세 번째 앨범이다. 정선은 킷 다운스의 <Obsidian>을 제작하며 오르간 연주자와 인연을 맺었다. 그것이 이번 앨범의 제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댓글

다양한 공간과 문화의 신비로운 어울림 대부분의 국내 감상자들은 킷 다운스의 이름을 발견하고 이 앨범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영국 출신 피아노 및 오르간 연주자가 ECM 레이블을 통해 발매했던 앨범들이 무척 인상적이었으니 말이다. 이에 비해 뉴질랜드 색소폰 연주자 헤이든 치솔름이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출신의 여성 5인조...Medna Roso - PJEV, Kit Downes, Hayden Chisholm (Red Hook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