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Match – 카리나 네뷸라 (JNH 2023)

네 보컬이 모여 만들어 낸 그 이상의 하모니

재즈 연주자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 연주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곤 한다. 즉흥성을 중요시하는 음악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여러 만남 중 보컬들의 만남은 그리 일반적이지 않았다. 둘이서 노래하는 경우는 그나마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그 이상 모여 하나의 그룹을 이룬 것은 무척 드물다. 아무래도 연주가 아닌 노래를 부르는 것이기에 그렇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어울림이 더 중요하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각각의 개성으로 인상적인 활동을 펼쳐온 국내 여성 보컬 네 명, 말로, 박라온, 강윤미, 김민희가 뭉쳐 카리나 네뷸라라는 그룹을 만들고 이렇게 앨범까지 만들었다는 것은 신선한 사건이다.

이들의 만남 역시 개성의 충돌, 경연이 아니라 조화에서부터 출발한다. 같은 소리를 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소리를 내어 네 보컬의 합을 넘어서는 “카리나 네뷸라”의 음악을 만들었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타이틀 곡 “Good Match” 만으로도 알 수 있다. 가사 없는 스캣으로만 이루어진 이 곡은 하나된 목소리의 테마 스캣으로 시작한다. 곡 제목에 걸맞은 어울림이다. 이후 각 보컬들의 화려한 스캣 솔로가 이어지고 중간에 다시 만나며 곡을 완성했다. 이것은 노래가 아닌 연주에 가깝다. 애초 스캣이 목소리를 악기차원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라면 네 보컬의 스캣은 네 악기의 합주라 할 수 있다. 실제 네 사람의 노래를 듣다 보면 브라스 섹션의 합주와 그 사이에 솟아나는 솔로 연주가 떠오른다.

제목에서부터 그룹을 상징하는 곡임이 명확한 “Carina’s Tune”이 “Carina’s Song”이 아닌 것도 네 보컬이 목소리를 악기처럼 인식하고 사용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틴 리듬 위로 네 가지 다른 질감의 스캣이 이어지는데 그것이 마치 같은 악기를 연주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색소폰 연주자 네 명의 솔로를 듣는 것 같다. 이 외에 “Fascinating Rhythm”처럼 가사가 있는 곡에서도 네 보컬의 어울림은 연주자들의 어울림 같다.

한편 네 보컬들이 선택한 곡들의 면모 또한 무척 다채롭다. 스탠더드 재즈 곡은 물론 보사노바(도라리스), 팝(Susie Q), 우리 가요(님과 함께), 민요(노들 강변), 동요(엄마야 누나야), 자작곡(날이 가면) 까지 실로 다양하다. 아마도 네 보컬들이 각각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곡들을 고른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원곡들을 모아 함께 들으면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모음이다. 하지만 카리나 네뷸라의 악기 같은 목소리는 이들 곡들이 같은 공간에서 어울리도록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참신한 시도가 귀에 들어온다. “님과 함께”가 대표적이다. 남진의 고고 풍 히트곡을 카리나 네뷸라는 서정미 강한 발라드로 바꾸어 원곡과는 다른 느낌의 현대적인 곡으로 탈바꿈 시켰다. “노들 강변”도 민요의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현재성을 불어 넣었다.

또한 “도라리스”와 “음악으로 돌아가네”는 각각 조앙 질베르토의 보사노바 명곡 “Doralice”와 커비 쇼의 “I Return To The Music”을 한국어로 개사해 원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포루투갈어나 영어로 들을 때와는 다른 우리 곡 같은 느낌을 준다.

한편 피아노 연주자 이명건 트리오를 중심으로 필요에 다라 기타와 타악기가 가미된 연주 또한 인상적이다. 패션 쇼를 하는 듯 곡마다 변화를 준 카리나 네뷸라의 소리에 맞추어 청량한 연주를 펼쳤다.

이처럼 카리나 네뷸라의 이번 앨범은 네 보컬의 참신한 만남만큼이나 신선하다. 무더운 날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탄산 음료 같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정규 그룹으로서 카리나 네뷸라가 지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 출발의 의미를 지닐지 프로젝트 그룹으로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시원한 분수처럼 한 때의 결과로 남을 지 궁금하다. 아니 한번만을 생각했기에 이토록 화려한 앨범을 만들지 않았을까 불안하다. 기왕이면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다양한 장르, 곡들의 소화력을 하나씩 여러 앨범에 걸쳐 발전 심화된 형태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솔로로서 각자의 활동이 있기에 어려운 일일까? 솔로와 그룹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솔로로서 네 보컬과는 다른 별개의 생명력을 지닌 그룹으로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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