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blo & Concord Jazz 2

조 패스와 허브 엘리스

같은 해에 출범했다는 것 외에 파블로와 콩코드 재즈는 공통점이 많았다. 지역적으로도 그리 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각 레이블의 제작자들이 레이블 설립 이전 기획한 공연에서 용기를 얻었다는 것도 비슷했다.

음악적으로도 공통점이 많았다. 파블로 레이블의 설립자 노먼 그랜츠는 버브를 비롯한, 이전에 그가 운영했던 레이블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재즈를 좋아했다. 콩코드 레이블의 설립자 칼 제퍼슨의 취향도 비슷했다. 그 또한 지금까지도 재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직선적이며 스윙감 강한 재즈를 좋아했다. 두 제작자 모두 1960년대 중반까지 인기 음악 장르의 하나로서 형성된 대중적인 재즈, 비밥, 하드 밥, 쿨, 스윙 등의 특정 사조에 머무르지 않고 이 모두를 아우르는 취향을 지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다 보니 각 레이블이 선택한 연주자들 중 상당수는 서로 겹치기도 했다. 과거 프레스티지와 블루 노트 레이블의 공존 같았다고 할까?

두 레이블의 시작에는 조 패스가 있었다.

기타 연주자 조 패스가 그런 경우였다. 그는 두 레이블 모두의 시작을 함께 했다. 그는 1929년 생으로 50년대에는 약물 문제로 고생하다가 1060년대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퍼시픽 레이블에서 몇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괜찮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사이드 맨으로서 더 많은 인정을 받고 있었다.

노먼 그랜츠가 그를 파블로에 부른 것도 어쩌면 사이드 맨으로서 그의 역량에 더 큰 기대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 조 패스와 파블로 레이블과의 인연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를 통해서였다. 1973년 5월 오스카 피터슨은 조 패스 그리고 베이스 연주자 NHOP와 함께 새로운 트리오-드럼 없는-를 결성해 시카고의 런던 하우스 클럽 무대에서 공연했다. 이 공연의 기록이 파블로 레이블의 첫 번째 앨범이 되었다.

간결하게 <The Trio>라 명명된 이 앨범에서 조 패스는 오스카 피터슨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속주를 펼치는 한편 때로는 피아노와 베이스의 지원 속에 자기 중심적인 연주를 펼치기도 했다. 공연의 뜨거운 활력, 그것의 강약 조절 모두가 멋지게 드러난 연주였다.

이후 조 패스는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멤버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런 중 노먼 그랜츠는 레이블의 두 번째 앨범으로 오스카 피터슨 외에 자신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던 엘라 핏제랄드의 새로운 앨범을 기획하며 기타 연주자를 불렀다. 기타만 대동한 앨범 <Take Love Easy>는 엘라 핏제랄드에게도 큰 모험이었다. 기타 반주만으로는 거의 노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좋았다. 어느덧 노년기에 접어든 엘라 핏제랄드의 원숙한 노래와 조 패스의 욕심 없는 잔잔한 기타의 울림은 은밀하고 내밀한 공간을 잘 연출했다. 이후 조 패스는 오스카 피터슨 외에 엘라 핏제랄드와도 앨범과 공연 활동을 이어간다.

이후 노먼 그랜츠는 파블로 설립 이전에 녹음된 듀크 엘링턴의 쿼텟 앨범-여기에도 조 패스가 참여했다-, 자신이 기획했던 1972년 Jazz At The Santa Monica 공연 앨범, 콜맨 호킨스의 앨범 등을 이어 발매했다. 그리고 드디어 조 패스에게 기회가 왔다.

대가의 역량을 드러낸 조 패스의 솔로 앨범 <Virtuoso>

사이드 맨 활동에 피곤했던 것일까? 조 패스는 파블로 레이블에서의 첫 앨범을 사이드 맨 없이 녹음하길 원했다. 기타 연주자로서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싶어했던 것이다. 이 기획은 결과적으로 대 성공이었다.

1973년 8월 28일 그는 스튜디오에 홀로 들어가 12곡을 연주했다. 모두 널리 알려진 스탠더드 곡이었다. 당시에도 이미 수백, 수천 번 연주된 곡들이었지만 조 패스의 연주는 달랐다. 각 곡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것은 무엇보다 뛰어난 그의 연주력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는 마치 석대의 기타가 각각 멜로디, 코드, 베이스를 연주하는 것처럼 연주했다. 물론 오버더빙 없이 말이다. 신기에 가까운 연주였다. 게다가 동시에 발생하는 세 부분의 연주는 어느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빠른 아르페지오, 정교한 코드 변화, 리듬 연주 중에서도 각각의 부분은 명징한 톤으로 자기 소리를 내며 기타 트리오 같은 앙상블 효과를 내었다.

분명 스테레오 채널에 담긴 연주는 요즈음의 3D 사운드만큼이나 입체적이었다. 사실적인 것을 넘어 환상적인 연주였다. 그렇다고 기교적인 측면만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 동시에 멜로디, 리듬, 코드 등을 연주해 만들어 낸 음악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조용한 공간에서 자신에만 오로지 집중한 끝에 뽑아낸 재즈의 진수였다. 재즈의 기존에 충실하며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출중한 기타 연주자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따라서 앨범 타이틀이 의미하는 “대가(大家)”는 기교가 화려한 연주자가 아니라 기교와 음악적 아이디어 모두가 뛰어난 사람을 의미했다. 그 뛰어남에 걸맞게 앨범은 평단과 감상자 모두의 호평을 받았다. 사람들은 사이드 맨이 아닌 솔로 연주자 조 패스를 인식했다. 그 결과 기타 연주자는 를 타이틀로 한 앨범을 석 장 더 녹음했다. 그 외에도 파블로의 간판 연주자로 다양한 앨범을 녹음했다.

기타 쿼텟 앨범으로 시작한 콩코드 레이블

칼 제퍼슨이 콩코드 레이블을 출범하게 된 것은 언급했다시피 콩코드 재즈 페스티벌의 성공 때문이었다. 특히 1973년 페스티벌이 결정적이었다. 평소 기타 연주자들을 좋아했던 만큼 칼 제퍼슨은 두 명의 기타 연주자 허브 엘리스와 조 패스가 함께 한 쿼텟을 무대에 세웠다. 이 때 두 기타 연주자는 자신들의 공연을 녹음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칼 제퍼슨은 공연을 녹음한 것은 물론 이것을 직접 앨범 발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발매된 앨범이 <Seven, Come Eleven>이었다. 하지만 공연 실황 녹음이 아주 훌륭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칼 제퍼슨은 허브 엘리스-조 패스 쿼텟을 스튜디오로 불러 앨범 <Jazz/Concord>를 녹음해 이것을 레이블의 첫 번 째 앨범으로 발표했다. 허브 엘리스는 1921년 생으로 조 패스보다 먼저 전문 연주자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 또한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멤버로 활동했었다. 연주 스타일이나 지향점 또한 비슷했다. 따라서 두 연주자의 어울림은 기본적으로 어색할 일이 없었다.

<Jazz/Concord>의 경우 쿼텟 편성이었지만 연주의 상당 부분이 스테레오 채널 왼쪽을 차지한 허브 엘리스와 오른쪽 채널을 차지한 조 패스의 듀오 연주에 집중되었다. 완벽하게 공간을 분리했기 때문인지 두 연주자는 어울림만큼이나 즐거운 경쟁을 즐겼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유로운 솔로로 두 개의 솔로, 두 개의 트리오가 중첩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허브 엘리스와 조 패스의 어울림은 1974년 로 이어졌다. 베이스와 드럼이 빠진 온전한 기타 듀오 편성의 앨범이었다. 베이스와 드럼이 없었던 만큼 두 연주자는 자신의 연주만큼 상대를 지원하며 사운드를 완성해 나갔다.

그런데 이 앨범은 파블로 레이블에서 제작되었다. 콩코드와 파블로가 음악적으로도 통하는 부분이 있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결과물이다. 이 앨범이 발매되었던 1974년 조 패스는 앞서 언급한 앨범 <Virtuoso>로 주목 받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파블로를 떠날 이유가 없었다.

허브 엘리스의 매력이 담긴 <Soft & Mellow>

그러나 허브 엘리스는 다시 콩코드로 돌아갔다. 그리고 솔로 리더 앨범을 녹음하거나 바니 케셀, 찰리 버드 등 동료 재즈 기타 연주자들과 함께 그레잇 기타스(Great Guitars)를 결성해 활동을 이어갔다. 사실 그는 혼자서 밴드 전체를 이끄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앨범에 함께 한 연주자들을 같이 내세우곤 했다. 조 패스나 그레잇 기타스 외에 그는 베이스 연주자 레이 브라운과도 밴드를 공유하곤 했다. 그래서 솔로 연주자로서의 존재감, 비중이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곤 했다.

그래도 1979년도 앨범 <Soft & Mellow>에서는 솔로 연주자로서 허브 엘리스의 매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났다. 이 앨범에서 그는 당시 자주 호흡을 맞추었던 피아노 연주자 로스 톰킨스가 중심이 된 트리오와 함께 했다. 이 안정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지원 속에 그는 솔로 연주에 집중할 수 있었다.

페라리 자동차처럼 빠르게 질주하는 연주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허브 엘리스의 솔로는 앨범 타이틀처럼 부드럽고 말랑했다. 또한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하기를 즐겼던 만큼 자기 중심적이지도 파격적이지도 않았다. 스윙과 블루스 그리고 보사노바를 오가며 흥얼거리듯 리듬을 타는 연주를 즐겼다. 치열함을 뒤로하고 소소함에 만족하기 시작하는 50대에 접어든 연주자다운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심심한 연주는 아니었다. 밴드 전체의 조화를 통해 넉넉함, 재즈 본연의 흥겨움이 즐거움을 주었다.

이 앨범 외에도 허브 엘리스는 혼자서 중심을 독차지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하는 연주를 담은 앨범을 계속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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