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지원에도 떨림 없는 느긋함
거장이라 불리곤 하는, 재즈 역사를 이끈 노장 연주자들은 종종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한다. 특히 재능, 가능성이 있는 연주자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주곤 한다. 그렇게 전설과 함께 할 기회를 얻은 젊은 연주자는 한 단계 성장하거나 더 나아가 세계적인 연주자로 발돋움하곤 한다.
베이스 연주자 론 카터가 기꺼이 함께 연주하고 앨범 주인의 자리에 이름을 올리게 허락한 이탈리아 출신의 기타 연주자 다니엘레 코르디스코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1988년 이탈리아 캄포바소 출신의 젊은 기타 연주자는 지금까지 두 장의 앨범 밖에 발매하지 않은, 대신 사이드 맨과 교육자로서 더 많은 활동을 해왔다. 그만큼 이탈리아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그가 론 카터와 함께 된 것은 베이스 연주자의 너그러운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그는 유럽의 여러 기타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력이 있다. 그가 전설과 함께 하게 된 데에는 이번 앨범에도 참여한 드럼 연주자 루카 산타니엘로의 힘이 컸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이 이탈리아 드럼 연주자가 줄리어드 스쿨에서 공부할 때부터 알았던 론 카터에게 기타 연주자를 추천한 것,
그동안 다니엘레 코르디스코는 비밥과 하드 밥이 중심이 된 전통적인 스타일의 연주를 즐겼다. 약 4년만에 녹음 스튜디오 운영과 앨범 제작을 함께 하고 있는 이탈리아 누치아 레이블에서 발매한 이번 세 번째 앨범도 그렇다. 이제는 익숙하고 편안한 하드 밥 스타일의 연주를 담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치열함보다는 느긋함에 기댄 연주를 즐긴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연주자와 함께 한 만큼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기교에 치중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전반적인 템포는 물론 테마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어지는 솔로 연주까지 기교를 현란하게 드러내려 하지 않고 유유자적 부드럽게 흘러간다. 펑키한 감각을 지닌 “Tangerine”이나 조금은 속도를 높인 “F.R.C” 같은 곡에서도 그의 연주는 그리 조급하지 않다.
론 카터의 베이스 또한 가볍고 부드럽게 걸으며 조용히 기타 연주자를 지원한다. 솔로 또한 기타 연주자에 맞추어 느긋하게 음들을 이어간다. 젊은 연주자가 편하게 자신의 스타일대로 뛰어 놀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 그가 할 역할이라 판단한 연주다.
한편 앨범 마지막에 있는 베이스와 기타의 듀오 곡 “Autumn In New York” 은 하드 밥 시대의 블루지한 감각이 돋보이는 앨범 타이틀 곡과 별개로 이번 앨범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고 있지 않나 싶다. 듀오로 연주된 만큼 다니엘레 코르디스코가 론 카터에 보내는 경회와 론 카터가 다니엘레 코르디스코에게 보내는 든든한 격려가 편안한 연주를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앨범을 통해 다니엘레 코르디스코가 색다른 주목을 받으리라 예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는 시선이 너무 과거로 가 있다. 하지만 그로서는 이번 앨범이 대단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베이스 연주자 또한 즐거운 녹음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적어도 감상자들에게는 새롭지는 않지만 재즈의 진득함을 편안하게 음미할 수 있는 앨범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