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ve At The Village Vanguard – Fred Hersch & Esperanza Spalding (Palmetto 2023)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결과물

클럽 공연은 의외의 영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무대에 서는 연주자는 단순히 평소 해오던 스타일의 연주, 발표했던 앨범을 바탕으로 한 연주에서 벗어나 색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다. 그것이 마음에 들면 새로운 음악적 변화로 이어지고 앨범에 기록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만남을 통해서 종종 이루어진다. 평소 함께 하지 못했던 연주자와 즉흥적으로 음악적 대화를 나누며 두 연주자의 합을 넘어서는 새로운 무엇이 만들어지곤 한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피아노 연주자 프레드 허쉬도 2018년 10월 뉴욕의 빌리지 뱅가드 클럽 공연을 위해 에스페란자 스팔딩에게 연락하면서 새로운 음악적 결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베이스를 연주하는 대신 노래만 하겠다는 대답을 하리라 예상했을까? 피아노와 베이스의 내밀한 대화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의외의 대답에 그는 왜? 하지 않고 알았다고 대답했다. 뛰어난 솔로 연주자이지만 보컬과 함께 연주한 경험 또한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때에도 그는 이 앨범에 담긴 것과는 다른 음악을 상상했을 것이다.

이 앨범은 자유로운 만남, 즉흥성에 기댄 공연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짜릿한 순간을 담고 있다. 앨범 타이틀에 “Live” 대신 “Alive”를 사용했을 정도로 활기 가득하다. 그것은 무엇보다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노래에 있다. 베이스 연주자로서의 정체성이 강하긴 하지만 그녀는 평소 노래를 자주 불러왔다. 따라서 그녀가 노래하는 것은 그리 색다른 것이 아니다. 하지만 베이스를 잡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녀의 노래는 한층 자유롭고 열정적이다. 그리고 무대 지향적이다. 특히 스캣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즉석에서 가사(?)를 만들어 노래하는 것이 색다르다. “But Not For Me”, “Little Suede Shoes” “Girl Talk”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이들 곡에서 그녀는 즉석에서 리듬과 멜로디를 타며 반은 이야기를 하듯 가사를 즉석에서 만들어가며 노래한다. 그 가사는 관객과 호흡을 함께 하려는 듯 익살로 가득하다. 그에 걸맞게 관객들의 즐거운 반응이 들린다. 이로 인해 공연은 형식적으로는 스캣을 즐겼던 엘라 핏제랄드와 엘리스 라킨이나 오스카 피터슨 같은 피아노 연주자와의 듀오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분위기에 있어서는 노래와 만담을 섞었던 루이 암스트롱의 공연을 상기시킨다.

공연은 시종일관 즐겁다. 그렇다고 아주 가볍지만은 않다. 델로니어스 몽크의 “Evidence”나 에그베르토 기스몬티의 “Loro” 그리고 프레드 허쉬가 노마 윈스턴과 함께 만든 “A Wish”, 그리고 델로니어스 몽크를 생각하며 쓴 “Dream Of Monk”처럼 전통적인 방식에서 한 걸음 나가간 곡들도 연주하고 노래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무척 편안하게 들리지만 피아노와 베이스의 흐름은 그렇게 평범하지 않다.

한편 에스페란자 스팔딩이 스캣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베이스를 연주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베이스 대신 목소리를 악기로 활동하려 했다고 할까? (스캣이 사실 그런 것 아니던가?) 그녀는 자유롭게 흥얼거림으로 프레드 허쉬의 피아노 위를 흥겹게 춤춘다. 그래서 길게는 12분여에 이르는 긴 연주가 피아노 쪽으로 비중이 치우치거나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프레드 허쉬는 그럼 무엇을 했을까? 시종일관 등장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보컬을 지원하느라 바빠 존재감이 덜한 느낌을 주기는 한다. 그러나 순간순간 보컬의 흐름에 맞추어 강약을 조절하고 절묘하게 들어왔다 나가는 연주는 보컬 뒤에서도 충분히 반짝거린다. 특히 “Some Other Time”이나 “A Wish”같은 발라드 곡에서는 특유의 시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쩌면 에스페란자 스팔딩이 노래한다고 했을 때 이런 식의 시정 어린 연주와 노래를 애초에 기대했을 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함께 한 2018년 10월의 공연은 매우 잘 녹음되었다. 현장의 흥겨운 분위기가 듣는 것만으로 잘 느껴진다. 조용한 공간에서 볼륨을 높여 듣는다면 빌리지 뱅가드 클럽에 있는 듯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앨범은 뛰어난 현장감으로 인해 앨범 감상에서는 다소 한계를 지닐 것 같다. 즉흥적으로 연출된 익살스러운 분위기가 특정 순간을 벗어나면, 그러니까 다시 들으면 재방송 쇼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연주와 무대가 한 번이고 클럽 공연 관람도 특정 순간을 위한 것이듯 이 앨범 감상 또한 처음 듣는 그 순간을 위한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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