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 아크는 재즈와 일렉트로닉, 월드뮤직 등을 혼합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영국 트리오 마말 핸즈 두 멤버인 닉 스마트, 조던 스마트 형제가 만든 2인조 그룹이다. 편성만 두고 보면 트리오에서 듀오로 축소되었을 뿐이지만 음악적 차이는 무척 다르다. 마말 핸즈가 어쿠스틱 사운드가 중심에 있었다면 이 듀오의 음악은 보다 전자적인 질감이 지배한다. 무엇보다 드럼 대신 프로그래밍을 사용한 결과다. 이 외에 다채로운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리듬 사이사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전자적으로 축조된 배경 위로 색소폰, 플루트, 첼로 등의 솔로가 중첩되고 이어진다.
그런데 그 솔로들이 이국적인 공간을 지향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 공간은 그룹 이름 순다 아크가 인도네시아의 순대 해협 주변의 화산대(火山帶)를 의미하는 만큼 동양적인 색채로 가득한 곳이다. 그렇다고 형제가 인도네시아 지역의 민속 음악을 반영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상상하는 오리엔탈리즘을 담았다고 할까? 이에 대해서는 피상적이라며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시선이 더 좋다고 본다. 동남아시아의 어느 곳을 딱히 지정할 수 없으면서도 동남아시아적인 가상의 음악이 만들어졌고 그것이 감상자의 이국적 상상을 자극하니 말이다.